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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오는 쌀 문구가 먼저 반겨주는 천수만
▲ 기러기오는 쌀 기러기 오는 쌀 문구가 먼저 반겨주는 천수만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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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오는 쌀이라 적힌 팻말이 반겨주는 곳, 가창오리 떼의 멋진 군무를 보리라는 기대를 안고 천수만(11월18일)을 찾았다. 드넓은 평야를 가르며 찬바람이 매섭게 달려든다. 사정없이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막으며 천수만을 마주한다. 겨울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듯, 바람은 무서운 기세로 드넓은 간척지를 누빈다.

천수만에는 10월 26일부터 11월 25일까지 '2007 서산천수만 세계 철새기행전'이 열리고 있다. 천수만은 세계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마주한 천수만은, 추수를 마치고 조용히 새들에게 겨울 둥지를 틀어준다.

세계 철새 기행전 행사장 풍경
▲ 세계 철새 기행전 행사장 세계 철새 기행전 행사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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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생태체험관과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장터가 마련되어 있다는 세계철새기행전 행사장을 찾았다. 한달 전부터 시작된 행사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기온마저 영하권으로 뚝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놓은 모양이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떠나고 그 빈 자리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행사장 입구에는 커다란 마스코트가 추위에 떨고 있던 아이를 안아주며 다독거린다. 아이는 엄마 품에 안긴 듯 편안해 보인다.

아이들이 마스코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 세계 철새기행전 행사장 풍경 아이들이 마스코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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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 말이면 국내 최대 겨울 철새도래지 중 하나인 천수만에는 수많은 가족 단위의 여행객과 학생, 학계 전문가들이 몰려든다. 이들 중에는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는 물론이고 멀리 싱가포르, 영국, 호주에서까지 찾아오는 탐조 마니아들도 있다고 전해진다.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겨울 철새들의 군무를 이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TV에서 가창오리 떼의 멋진 군무를 보면서 탄성을 지른 기억이 떠오른다. 그 황홀한 장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넓은 간척지에 앉아 있는 철새들
▲ 천수만의 철새 넓은 간척지에 앉아 있는 철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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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시베리아 등으로부터 월동을 위해 해마다 천수만 A. B 지구의 드넓은 간척지와 담수호를 찾는 겨울 철새는 무려 300여종 40여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서산 A. B지구 간척지는 추수를 끝내고 떨어진 낟알들이 새들의 훌륭한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담수호 주변에는 새들의 은신처로 손색이 없는 갈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휴식지가 되어 준다. 특히 이곳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 떼의 화려한 군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으로, 장관을 이루며 국내외 탐조 마니아들의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하다.

천수만에서 바라본 바다와 하늘
▲ 천수만 앞바다 천수만에서 바라본 바다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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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을 돌아본 후 사진을 찍기 위해 철새들을 찾아 나섰다. 멋진 군무를 추는 새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떼를 지어 앉아 있는 새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새들이 날아오르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금방 손이 꽁꽁 어는 듯 뻣뻣하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과 추위에 맞서 싸워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자꾸만 갈등이 생긴다.

한참을 기다려도 새들의 비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추위도 이기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 주변 경관을 사진으로 담았다. 파랗게 펼쳐진 바다와 뭉게구름 둥실 떠 있는 하늘, 그리고 넓게 펼쳐진 간척지가 아름답게 사진으로 담겨진다.

추수가 끝난 간척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 서산 간척지 추수가 끝난 간척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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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은 실제와 사뭇 다르다. 뭐랄까, 관심과 애정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자연과 결합하여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는 예술이라고나 할까?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만큼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들처럼 멋진 군무를 담기 위해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가창오리 떼의 비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 꿈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겨우 몇 마리가 짝을 이루며 날아오를 뿐, 무리지어 멋진 군무를 추리라는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새들이여! 제발 군무를 추어다오..... 더 이상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했다. 차에서 기다리는 아이들도 그렇고 너무 추워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카메라를 접고 천수만을 떠나야 했다.

하늘에서 축복이 내려지는 듯 빛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 저녁 노을 하늘에서 축복이 내려지는 듯 빛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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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찾았던 천수만은 더 이상 가창오리 떼의 화려한 군무를 허락하지 않았다. 허긴,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은 아닐 거야......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천수만에서 멋진 군무를 추는 새들의 비상을 볼 수 있으리라는 꿈을 안고 무거운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석양을 바라본다.

노을 진 하늘에서 염원과도 같은 빛줄기가 세상을 행해 쏟아진다. 축복이라도 내리려는 듯이.


태그:#천수만, #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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