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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 한번이라도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면 이 사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류의 재앙이 몰아닥칠 것"이라며 "모든 건물과 산업시설이 무너지고 땅이 갈리면 세상도 끝"이라고 탄식했다.
▲ 최열 환경재단 대표 그는 "단 한번이라도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면 이 사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류의 재앙이 몰아닥칠 것"이라며 "모든 건물과 산업시설이 무너지고 땅이 갈리면 세상도 끝"이라고 탄식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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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안양교도소에서 징역살이 할 때, 한평생 환경운동에 몸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 그가 31년 만에 새로운 결심을 했다. 46억년 지구생성 역사에서 6번째 멸종이 다가오는데 침묵하고 있는 건 '운동권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개인적 노력으로 자동차 없이 뚜벅이족으로 살며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 겨울에는 내복 입고, 비행기 많이 타는 대신 중국에 나무 심으면서 환경을 실천하는 최열.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서울기온 최저를 기록한 16일 아침,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7층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남은 인생,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바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구온난화…. 내가 얻은 결론은 지각변동이에요. 슈퍼태풍, 가뭄, 이상기후보다 더 걱정되는 게 바로 이겁니다. 지구생성 이래 5번의 멸종이 있었고, 이제 6번째 멸종이 올 차례인데, 이번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멸망이라 더 걱정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자멸을 재촉하고 있으니, 경고 사이렌을 울려야지요. 파멸이 오고 있다고."

한번 맡은 일은 좌고우면 없이 밀어붙여 '돌쇠'라는 별명이 붙은 최 대표. 이번 그의 각오는 평소보다 훨씬 더 단단해보였다.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11월 하순에 호박꽃이 피고, 3월에 코스모스가 한창인 생태계의 교란 앞에 더 큰 환경재앙이 오지 않도록 누군가는 깃발을 들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최 대표가 먼저 치고 나왔다. 

"땅 속에서 뽑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석유와 석탄을 뽑고 있잖아요. 이것도 그냥 놔두면 지반이 가라앉으니까 빈 공간을 물로 채우면서 말입니다. 만일, 지각 성분이 달라져서 단 한순간, 1~2분만 크게 흔들려 균열이 오면 그게 바로 파멸이지 뭡니까."

"모든 산업시설 무너지고 땅 갈리면 세상도 끝!"

3년 전 태국 피피섬과 푸켓을 쓸어버린 쓰나미, 미국을 공포에 빠트린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2년 870m 비가 내려 쑥대밭이 된 강릉, 제주 태풍피해 나리. 최 대표는 "단 한번이라도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면 이 사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류의 재앙이 몰아닥칠 것"이라며 "모든 건물과 산업시설이 무너지고 땅이 갈리면 세상도 끝"이라고 탄식했다.

이미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IPCC)는 2015년을 환경재앙의 마지노선을 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구온난화 환경문제가 정치권에서 논쟁거리조차 안 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2050년에는 영국의 해류가 바뀌어 시베리아 같은 기후가 될지 모르고, 생물종의 25%가 멸종위기에 처할지 모르고, 이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현재와 같은 에너지구조가 되면 환경만 잃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도 파탄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97년 IMF로 경제위기를 맞았던 것처럼 2013년 다음 대통령의 임기 말에 환경으로 인한 경제파탄이 올 것이라는 걱정이다.

최 대표는 "이번 대선을 보면 어느 누구 하나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밝히는 사람이 없다"며 "문국현 후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환경재앙의 심각성과 지구온난화 해결방안에 대해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훌륭한 정치인이 아니다"며 "현재 시점에서 표를 많이 얻을 이슈만 얘기하기 때문에 한국정치에 발전이 없다"고 걱정했다.

환경문제가 정치 의제로 설정되지 않는 까닭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이유로 꼽았다. 최 대표는 2005년 워싱턴DC에서 만난 한 특파원의 단상을 예로 들며 "그는 워싱턴에서 한국뉴스를 보면 꼭 지방뉴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며 "워싱턴 지식인들이 지구온난화, 양극화, 제3세계 빈곤, 에이즈 문제를 고민할 때 한국에서는 구닥다리 정치인들이 과거 정치 수준에서 치고받기만 하고 있어서 국민 의식이 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97년 IMF 이후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다보니 대부분 극단적 보수주의자가 됐다"며 "환경문제가 당장 돈이 안 되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구가 죽어버리면 돈도 기업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인데도, 우리 국민들은 일단 죽더라도 돈을 모아놓고 죽자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 대표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풀지 않으면 인류가 파멸로 몰리게 되는데도 아직 상당수 국민들은 환경문제를 낙관하고 있는 것 같아 큰 걱정"이라며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뉴올리언즈 현장에만 가도 결코 한국이 환경재앙의 예외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피력했다.

폭염과 가뭄, 홍수와 폭설.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 형상을 보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건 지식인의 도리가 아니라는 게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견해다.
▲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폭염과 가뭄, 홍수와 폭설.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 형상을 보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건 지식인의 도리가 아니라는 게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견해다.
ⓒ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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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마다 CO2 감소 할당량 정하고, 반칙하면 벌금?

사이비종교인들이 간혹 '지구멸망'을 우려하며 지하철을 휩쓰는 장면은 봤어도 환경운동가가 대놓고 지구멸망을 걱정하는 일은 없었다. 6번째 지구의 멸종위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나선 것은 그만큼 지구환경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리라.

최 대표는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도로건설에 써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할 게 아니라 일정한 비율을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쓰도록 해야 한다"며 "조선과 반도체산업과 마찬가지로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세계 5대 국가 안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거 외면하면 우리 경제 파멸로 갑니다. 앞으로 CO2 배출량 목표달성 못하면 벌금 내야해요. 이거 부담 안하면 우리나라 제품 수출이 안 돼요. 90년 기준으로 우리가 2억5000만톤의 CO2를 방출합니다. 지금은 5억만톤 돌파했어요.

CO2를 줄이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계속 늘어나요. 우리가 부담해야 할 CO2 배출금이 200억달러라고 해요. 200억 달러 수익 내려면 5% 이익만 잡아도 4000억 달러를 수출해야 해요. 지금 우리 총 수출액이 4000억 달러 안 됩니다. 작년 우리 에너지 수입이 853억 달러였어요. 총 GDP의 10%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파탄으로 가는 수밖에 없지요."

그의 셈법은 명쾌했다. 더 늦기 전에 국가적으로 CO2 방출량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들에게는 각각 할당량을 주고, 정한 만큼 CO2 방출량 못 줄이면 반드시 패널티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내년 2008년 1월 19일 국제적 지위의 '지구온난화센터' 발족을 준비 중이다. 1월 19일이라고 정한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1월 19일은 119 화재신고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거다. 지구가 뜨거워져서 불을 끄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상징한 날이다. 또 최열 대표의 생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지구온난화 기념행사를 내 생일로 생각하고 모든 나의 열정을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쏟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지구온난화센터는 한국인 중심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 지난 11월 3일에는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향후 협력을 논의했다. 월드워치연구소 창립자인 레스터 브라운 박사도 적극 동의하는 사인을 보내왔다. 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여사도 동참한다. 16일에는 챔팬지 연구가로 알려진 세계적 학자 제인 구달 박사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내년 1월 19일 창립하는 지구온난화 센터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 월드워치연구소 창립자인 레스터 브라운 박사, 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여사, 챔팬지 연구가로 알려진 세계적 학자 제인 구달 박사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 최열 환경재단 대표, 제인 구달 박사, 반기문 UN 사무총장 내년 1월 19일 창립하는 지구온난화 센터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 월드워치연구소 창립자인 레스터 브라운 박사, 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여사, 챔팬지 연구가로 알려진 세계적 학자 제인 구달 박사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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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도 지구온난화 해결사로

국내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함께 한다. 정부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배우 안성기, 시인 김지하, 국회의원 최재천, 미술가 임옥상, 연극배우 유인촌 등 모든 사람들이 속속 '119' 신고에 달려오고 있다.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불편한 진실> 영화상영도 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11번째 시간> 특별시사회도 준비 중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화적 접근도 하겠다는 것이다. 11월 21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시 녹색시민위원회가 함께 관람하는 행사도 갖는다.

대선이 끝나면 박경리 선생을 비롯 어린이들의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캐나다 록키 산맥의 현장을 보고 온 어린이들이 뜨거워진 지구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 국내외를 막론한 인사들이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베이스캠프는 서울에 차리지만 활동은 지구적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다면 앞으로 세계환경포럼은 한국 서울에서 열리게 만든다는 야심찬 게획도 세웠다.

"아시아 인구가 세계 인구의 절반이에요. 중국은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이고, 일본은 시민사회 기반이 약합니다. 한국이라면 지구온난화 문제해결과 환경개선을 위한 세계의 중요한 축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다와 숲이 있는 강원도에서 시작해 에코크루즈를 만들어 환경적 현안이 되는 곳으로 달려가 심포지엄도 열고 직접행동도 하겠다는 것이다. 리우+20를 한국에서 유치하는 지구정상회담도 한국에서 열자는 방안을 갖고 있다.

그러려면 차기 대통령선거에서도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당선돼야 하는데? 최 대표의 생각이다.

"아직 누가 당선된다고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대선후보가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봅니다. 적극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자칫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다가는 국가파탄이 올 수 있어요. 엄청난 죄악이 오는 겁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지구온난화 문제를 적극 풀도록 제안할 겁니다."

"삼지모, 금주중 비자금비리 의견서 제출한다"
'김용철 양심고백사건'을 바라보는 최열 대표의 시선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 간사다. 지난달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1차 양심선언으로 드러난 삼성 비자금 비리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일부 언론에 "삼성이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열 대표는 "삼성 쪽에 이미 있는 사실대로 다 얘기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며 "솔직하게 푸는 게 가장 빨리 사건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으니까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다음 주에 삼지모 모임을 통해 삼성 측에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5차례의 만남을 통해 연말에는 삼성 측에 제안할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며 "삼성은 물론 다른 기업들도 이미 사회가 투명한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정책을 수립할 때 모든 걸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 대표는 "기업은 물도 공기도 오염시키기 때문에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지구적 차원에서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삼성의 경우 전체 수익의 85%가 해외수익임에도 국내에 한정된 공헌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삼성도 현대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대북지원활동을 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기술지도, 마케팅 기법 등 이데올로기 갈등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여러 사업적 방법이 있다"고 안내했다.

특히 최 대표는 "투명경영으로 가는 길에 내부 인사만으로는 개혁이 몹시 힘들다"며 "외부인사의 적극적인 영입이 필요하긴 한데 삼성의 외부인사 영입은 대부분 교수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에만 편중돼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사건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특정인사에게 과도한 금액(7년간 100억원)을 주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터졌다고 혀를 찼다.


태그:#최열 환경재단 대표, #지구온난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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