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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포근한 날씨 탓인지 철 모르는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있다
 요즈음 포근한 날씨 탓인지 철 모르는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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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이면 남편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을 찾는다. 힘든 걸 싫어하는 나는 늘 핑계를 대고 산에 가는 걸 피해 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남편이 "가까운 동산을 올라갈까 하는데 같이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큰맘 먹고 동행했다.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원미산을 찾았다. 도심 속에 있는 원미산은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는 곳이다. 차가 다녀도 될 만큼 넓은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내렸던 곳이다. 진달래 동산이 있기 때문에 진달래가 만발하고 벚꽃이 피는 초봄엔 와 봤었다. 그리고 나선 오랜만에 원미산을 오르게 된 것이다.

도심속의 억새가 멋진 폼으로 자태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다.
 도심속의 억새가 멋진 폼으로 자태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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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원미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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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운동장 뒤편에서 산행을 시작한 나는 눈앞에 펼쳐지는 넓은 억새밭을 보면서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산행을 시작했다. 초봄에는 진달래꽃이, 가을에는 억새가 원미산을 찾는 이들에게 넉넉함을 선물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지나간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초봄에 피어야할 진달래가 초겨울인 요즘도 피어 있는 것이 아닌다. 기온 이상 때문이라고 하는데, 내일(18일)부터 영하로 내려간다는데, 꽃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정상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정상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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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산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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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턱에서 텃밭을 가꾸는사람들
 산중턱에서 텃밭을 가꾸는사람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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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 중간 중간에는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해둔 운동기구들이 보인다. 맑은 공기와 함께 체력단련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담소를 나누며 열심히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다. 산악 자전거가 지나간다. 산 입구에는 '산악자전거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어떻게 올라왔는지 여유를 부리며 올라간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헉헉대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올라가며 보니, 곳곳에 쉼터를 마련해놓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웃음꽃을 피운다. 서로 눈인사를 나눈 다음 내려오는데 산중에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노랗게 변한 은행잎 사이로 보이는 초가집이 정겹다. 작은 텃밭에는 김장용 채소들이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다.

참나무와 아카시아가 한몸이 되어버린 연리지
 참나무와 아카시아가 한몸이 되어버린 연리지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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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와 아카시아 나무의 연리지
 참나무와 아카시아 나무의 연리지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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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 내려오는데 참 신기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말로만 들었던 연리지(連理枝)가 눈에 들어온다. 연리지에 관한 고사를 보면 후한말 대학자 채옹은 워낙 효심이 극진해 어머니가 죽고 난 다음에 뜰에 있던 나무들이 자랐는데 그 나무들이 연리지가 되었다고 했다.원래 연리지는 효심의 상징이었던 것이다.그것이 다정한 연인의 상징으로 사용되게 된 것은 당나라의 시인 백락천에 의해서다.그가 태어났을 때는 대당제국의 영화가 점차 기울어가던 때였다.양귀비와의 사랑에 빠진 현종이 제대로 정치를 돌보지 않은 탓이었다. 현종은 백락천을 시켜 양귀비에게 시를 지어 사랑의 언약을 노래했는데 그것이 유명한 장한가이다.안녹산의 난으로 꽃다운 나이에 비명에 간 양귀비를 잊지 못해 현종은 늘 이 시와 노래를 읊조렸다고 한다. 장한가를 잠깐 소개해볼까 한다.

[장한가]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7월 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 있는데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한 끝없이 계속되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던 연리지 현재는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 한다. 두 개의 나무가 서로 가까이서 자라다가 한쪽 나무의 가지가  옆 나무를 파고들면서 또는 가지가 부러진 부분이 서로 굵어지면서 파고들어서 한 몸이 되는 연리지를 처음 만난 나는, 연리지가 오늘 우리부부의 산행을 반겨 주는 듯하여 마음이 뿌듯하였다.

산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산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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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내려오는데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셋이서 산을 올라왔다한다. 산이라면 무척 싫어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참 건강한 아이들이란 생각을 했다. 처음 만난 연리지의 모습을 가슴 가득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천군만마를 얻은 뿌듯함이 함께했다. 이제는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했던 지난날의 게으름을 벗어던지고 기회가 닿으면 열심히 산을 오를 예정이다.

우리부부의 사랑을 더욱 돈독히 확인시켜준 연리지에 감사하면서….


태그:#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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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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