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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원 성당에서 나오는 길, 차가 멈췄다. 저 멀리 무뚝뚝한 산군과 그 밑의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풍경 같은데? 아, 맞다. 알프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여기 어딘가 있을 것 같은 풍경이다.
▲ 마을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여기 어딘가 있을 것 같은 풍경이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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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읽던 동화가 생각났다. 더운 여름, 외숙모를 따라 알프스로 가던 하이디. 더운 날씨에 옷을 잔뜩 껴 입고(옷보따리를 들고 가기 싫어 있는 옷을 다 입혔던 것) 씩씩거리며 할아버지를 찾아 산을 올라가던 하이디. 그 소녀가 이 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 같았다.

마을 안에 자리한 자그만한 천문대였다.
▲ 우리별 천문대 마을 안에 자리한 자그만한 천문대였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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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은 특별히 내세울만한 관광지가 없다. 그러나 평범하기 때문에 아름다웠다. 때가 덜 탄 자연 그대로의 고장이었다. 꿋꿋하게 뻗어나간 산맥이 있고 그 아래 오롯하게 들어선 작은 마을들, 그리고 넓은 들판. 정말 따사로운 정이 듬뿍 느껴진다.

오늘이 횡성 장이라는 말에 무조건 읍내로 들어간다. 예전에 비해 썰렁해진 장이지만 난 여전히 오일장이 좋다. 복잡한 실내의 대형마트보다 할머니들이 봉지 봉지 펼쳐 놓고 앉아 사가라고 성화대는 장이 사람냄새도 나고 정겹다.

김장철을 앞둔 풍성한 오일장... 그러나 노인들뿐이어서 기분이 씁쓸했다.
▲ 횡성 오일장 김장철을 앞둔 풍성한 오일장... 그러나 노인들뿐이어서 기분이 씁쓸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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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길옆 보도를 차지한 오일장은 복잡했다. 물론 파는 이도 사는 이도 노인들뿐이었지만 김장 때가 다가오니 무우며 배추며, 마른 고추등 김장거리들이 풍성하게 자리잡았다. 이제 시골의 대표 인물은 노인들이다. 그분들이 시골 마을의 명맥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마음은 씁쓸. 오일장이 휴일이면 젊은 사람들이 좀 나올라나.

마을의 수호신처럼 떡 버티고 있는 저수지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 저수지 마을의 수호신처럼 떡 버티고 있는 저수지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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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뚝에서 바라본 시골마을...
▲ 시골 마을 저수지뚝에서 바라본 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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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체원을 찾아가는 길, 조그만 저수지를 만났다. 사람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게 시골 풍경. 그냥 수채화처럼 앞산과 뒷산, 그리고 저수지와 들판만이 덩그라니 남아 있었지만 앞을 보나 뒤를 보나 황홀한 가을 풍경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반가운 이정표가 우리를 빨아들인다. 바로 홀로세 생태 학교다.

지방도에서도 10여분 좁은 길로 들어갔다. 학교는 생태학교답게 숲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생태학교라는 특성상 아무나 문을 열어 줄 수 없다는 안내문과 함께. 당연하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면 망가질 게 뻔한데. 미리 계획을 했더라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왔을 텐데, 아쉬웠다. 하지만 뿌듯하기도 했다. 자연을 보존한다는 그들 마음에 전도되어.

굳게 닫힌 문...
▲ 홀로세 생태학교 굳게 닫힌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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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 길에서 들여다 본 홀로세 생태학교
▲ 홀로세 생태학교 맞은 편 길에서 들여다 본 홀로세 생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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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세란, 신생대 4기중 17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즉 '현재'를 가리키는 용어로 '현재' 의 생태학적 위기를 알리고 자연과 생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홀로세라고 지었단다. '새골 만오천 평 안에서 다양한 생명체를 관찰하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여 하나됨을 추구' 한다는 목적으로 설립하였단다.

잔잔한 횡성호가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었다.
▲ 횡성호 잔잔한 횡성호가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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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로 해서 숲체원으로 향했다. 9월에 새로 개원했다는 숲체원은 영동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었다. '숲을 가꾸고 돌보면서 자연과 교감하고, 이를 통해 숲을 이해하고 탐구하며 배우는 체험공간' 이 숲체원이다. 그러나 아직도 공사중, 정리가 덜 된 상태였다. 내년 봄쯤이면 공사가 끝날라나.

숲을 가꾸고 체험하는 숲체원
▲ 숲체원 숲을 가꾸고 체험하는 숲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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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체원 숲속의 집.
▲ 숲체원 숲체원 숲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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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을 돌아보고 집으로 오는 길, 마치 고향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물론 아는 사람도 또 오다가다라도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 들판과 묵묵히 뻗어나간 산맥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향의 정취가 저절로 느껴졌다. 횡성에 늘 이대로를 주문한다면 횡성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일까? 

덧붙이는 글 | * 횡성에는 11월 1일 다녀왔습니다.



태그:#횡성 오일장, #횡성호, #홀로세 생태학교, #숲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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