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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저우성 첸동난묘족동족자치주는 중국의 오지 중 오지다. 자신들을 동이족의 한 갈래로 믿고 있는 묘족은 지금도 치우천황을 조상신으로 숭배하며 '아시아의 집시'로 불리는 민족이다. 동족은 오지 산골에 거주하면서 지금도 고대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민족문화의 활화석으로 불리는 첸동난자치구에서 우리 한민족과 유사한 민속풍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소수민족 묘족과 동족의 생생한 문화와 풍습, 끈끈한 삶과 생활의 현장을 7차례에 걸쳐 현지 르포로 전한다. [편집자말]
레이산 먀오녠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퍼레이드 선두에서 큰북을 치는 묘족 남성. 지난 10일 시작된 먀오녠 명절 행사는 22일까지 레이산 각지에서 벌어진다.
 레이산 먀오녠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퍼레이드 선두에서 큰북을 치는 묘족 남성. 지난 10일 시작된 먀오녠 명절 행사는 22일까지 레이산 각지에서 벌어진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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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은장식 화관을 쓰고 다채로운 성좡을 차려입은 젊은 묘족 여성들. 레이산 여성들은 먀오녠 축제기간 동안 누구나 여왕이 되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화려한 은장식 화관을 쓰고 다채로운 성좡을 차려입은 젊은 묘족 여성들. 레이산 여성들은 먀오녠 축제기간 동안 누구나 여왕이 되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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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이저우성 첸동난묘족동족 자치주 레이산현.

레이산은 구이저우성의 수도인 구이양에서 184㎞, 첸동난자치주의 주도인 카이리에서 42㎞ 떨어진 산골 속의 작은 현소재지다. 2003년 현재 총면적 1218.5㎢, 인구 14.93만 명, 4개 진과 4개 향, 하나의 수이족 민족향으로 구성됐으며,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005년 현재 레이산의 농업총생산액은 2.04억 위안(한화 약 244억원), 농민 1인당 평균소득은 1600위안(약 19만원). 농업과 임업이 주된 산업기반인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레이산의 빈궁함은 공식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해발 2178m 레이공산이 현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크고 작은 산지로 둘러싸인 땅. 레이산은 전체 인구의 84%를 묘족이 차지하는 전형적인 소수민족 집단거주지다.

지난달 21일 폐막된 중국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大)를 기념하여 올해 먀오녠 축제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다양한 행사가 벌어진다.
 지난달 21일 폐막된 중국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大)를 기념하여 올해 먀오녠 축제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다양한 행사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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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는 아이들에게 가장 즐겁다. 어머니가 사준 풍선형 기구를 들고 즐거워하는 묘족 어린이들.
 새해맞이는 아이들에게 가장 즐겁다. 어머니가 사준 풍선형 기구를 들고 즐거워하는 묘족 어린이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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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족은 치우천황의 후손이자 동이족의 갈래?

중국어로 '먀오주'로 불리는 묘족은 중국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소수민족 중 하나다.

수천년 전 황허 유역과 양쯔강 중하류에 거주했던 묘족은 자신들을 우리 한민족과 같은 동이족의 한 갈래로 믿고 있다. 중국 역사학계의 연구와 묘족의 전설에 따르면, 묘족은 점차 강성해진 화하족(한족)의 핍박과 침탈을 피해 오랜 세월 동안 남으로 남으로 이동을 거듭했다.

오늘날 묘족은 후난성·후베이성·구이저우성·광시 장족자치구·쓰촨성·윈난성 등 중국 남방지방에 집중 거주하는데, 화북지방과 연해지방에서도 극소수의 묘족이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심지어 1995년 현재 베트남 50여만 명, 라오스 30여만 명, 태국 13만여 명, 미얀마 1만여 명 등이 살고 있어 '아시아의 집시', '유랑의 민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묘족은 1995년 현재 중국 내에만 738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 중 122만여 명이 첸동난자치주에 살고 있다. 구이저우성은 중국 25개 성시 가운데 소득수준이 꼴찌인 가장 낙후된 지역.

중국 서남부에 위치,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구이저우에서 첸동난자치주는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 산지인 척박한 땅이다. 레이산의 자연조건은 더욱 열악하여, 1800m 이상인 고봉만 11개로 산지 비율이 93%에 육박한다. 앞뒤를 돌아봐도 산으로 둘러싸인 산간마을 레이산에서 지난 10일 뜻 깊은 축제 한마당이 벌어졌다.

대나무로 만든 묘족 전통피리인 루성을 불며 행렬을 이끄는 묘족 남성들.
 대나무로 만든 묘족 전통피리인 루성을 불며 행렬을 이끄는 묘족 남성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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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묘족 여성 혼례복을 입고 양산을 든 채 축제 퍼레이드를 벌이는 젊은 묘족 여성들.
 붉은 묘족 여성 혼례복을 입고 양산을 든 채 축제 퍼레이드를 벌이는 젊은 묘족 여성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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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역법에 따라 이미 시작된 묘족의 새해 명절

음력 10월은 레이산의 묘족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전통 절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일명 '먀오녠'(현지 묘족어로 '니효')으로 불리는 제의적 절기는 중국 한족의 춘제(음력 1월 1일)와 같은 레이산 묘족의 새해 명절이다.

중국 일부 역사학계의 고증과 묘족의 전설에 의하면, 기원전 7700여 년 전 전설상의 복희씨 시대에 발명된 팔괘태양력을 치우천황이 음양합력의 태오용력으로 발전·계승했다. 치우천황은 묘족을 비롯한 동이족의 시조로 받들어진다.

치우천황은 이를 토대로 음력의 기원이 되는 역법을 창제하는데, 기원전 3000~2000년 전 한족이 중국의 시조로 받드는 황제와의 탁록대전에서 패하여 참살 당했다. 이에 치우천황의 셋째 아들은 자신의 일족을 데리고 남하를 단행했다.

수천여년에 걸쳐 한족에 밀려 기름진 양쯔강 중하류를 떠나 남쪽과 내륙으로 떠돌아야 했던 일단의 묘족은 지금의 레이산에 정착했다. 한족의 침탈이 미치지 못하는 산간지역 레이산은 거칠고 척박하나, 묘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평온한 땅이었다.

긴 세월 동안 중국 서남부 온화한 기후조건의 레이산 일대에서 뿌리를 내린 묘족에게 1년은 오직 따뜻한 계절과 추운 계절만이 존재하게 됐다. 먀오녠은 레이산 묘족에게 대대로 내려온 전통 역법에 따라 따뜻한 계절이 끝나고 추운 계절로 시작되는 시기이자, 묵은해가 지나고 새해가 열리는 절기이기도 하다.

묘족은 은 세공술 전문가들로, 중국에서도 가장 선진적이고 섬세한 은 세공술을 발전시켰다. 묘족 여성들이 쓰는 은장식 화관은 묘족의 첨단 은 세공술의 집합체다.
 묘족은 은 세공술 전문가들로, 중국에서도 가장 선진적이고 섬세한 은 세공술을 발전시켰다. 묘족 여성들이 쓰는 은장식 화관은 묘족의 첨단 은 세공술의 집합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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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보다 더 짧은 치마를 입은 레이산 한 마을의 묘족 여성들. 레이산 묘족은 작은 현 내에서도 마을마다 각기 다른 예술양식과 복식문화를 발전시켜 내려왔다.
 미니스커트보다 더 짧은 치마를 입은 레이산 한 마을의 묘족 여성들. 레이산 묘족은 작은 현 내에서도 마을마다 각기 다른 예술양식과 복식문화를 발전시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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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한과 묵은 정열을 내뿜는 레이산 묘족의 춤사위

지난 10일 레이산 현청 거리는 다채로운 묘족 민속의상과 각양각색 춤과 노래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레이산 현정부가 주최하고 구이저우 성정부가 후원한 먀오녠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거리 퍼레이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홉 개 향진과 수많은 기관단체에서 선발된 1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역대 최대 규모로, 마을마다 다른 전통복식을 뽐내며 레이산 시내를 수놓았다. 이날 레이산 전체 인구의 10분의 1에 가까운 주민들이 벌인 신명나는 춤사위는 산골에 스며든 묘족의 깊은 한과 묵은 정열을 강렬하게 내뿜는 군중시위와도 같았다.

11일 <구이저우일보>는 "성좡(명절이나 축제 때 입는 전통복장)을 입고 루성(대나무로 만든 묘족 전통피리)을 연주하며 전통노래를 합창하는 레이산 묘족 주민들의 긴 행렬은 흡사 꿈틀대며 도약하는 용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신문은 "베이징·상하이·광둥성·홍콩 등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레이산 내 모든 호텔과 여관·민박은 축제가 끝나는 22일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에서 온 양단(28·여)은 "먀오녠 축제를 체험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저축한 돈을 털어 왔다"며 "3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다시 4시간여 동안 차를 달려 9일 밤에야 간신히 레이산 현지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양단은 "작은 산골 마을에서 이처럼 거대한 장관의 소수민족 축제가 벌어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따사한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시작된 묘족 사람들의 새해 축제. 레이산 먀오녠 행사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묘족은 멀리서 온 손님 접대에 소홀함이 없다. 춤과 노래를 즐기는 묘족 사람들은 집집마다 전통주를 제조하여 찾은 손님께 권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다.
 묘족은 멀리서 온 손님 접대에 소홀함이 없다. 춤과 노래를 즐기는 묘족 사람들은 집집마다 전통주를 제조하여 찾은 손님께 권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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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산 곳곳의 묘족 마을은 가족, 친치, 이웃과 함께 한 해 수확한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밤 깊어가는 줄을 모른다.
 레이산 곳곳의 묘족 마을은 가족, 친치, 이웃과 함께 한 해 수확한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밤 깊어가는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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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묘족, #구이저우, #치우, #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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