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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 내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최고위원은 사퇴 성명에서 박근혜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구했는데, 친박근혜 진영은 "사퇴에 진정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당 내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후보와 이 최고위원의 측근들은 "이 최고위원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고 강조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출마와 친박근혜 진영과의 불협화음 등 당 안팎에서 밀려드는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그의 사퇴가 불가피했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이 후보가 직접 참여해 선거 관련 중대사를 결정해온 '6인 회의'(이명박 후보, 이상득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박희태·김덕룡·이재오 의원)를 해체하기로 한 것도 '이명박 독주 체제'에 대한 반성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도 재향군인회 초청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이재오의 사퇴가) 반드시 화합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측으로부터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런 소리 하지도 마라"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이 후보 측이 친박 진영에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이 최고위원은 박 의원에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서 각급 필승결의대회에 흔쾌한 마음으로 참여해 달라"고 직접 요구했다. 박 의원이 하루속히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영남·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회창 대안론'을 제압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명박 "박근혜,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맡아달라"

 

그러나 이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 내분이 해소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후보 측이 '이재오 사퇴' 카드를 던짐으로써 박근혜 의원이 이 후보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살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친박 진영이 이 후보 측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7일부터 이틀째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내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 의원 대신 그의 측근들이 오찬 모임을 가지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 성명 최종본에서는 친박 진영을 자극할 수 있는 문구들을 삭제했지만, 성명서 초안에 "나의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전대표와 그 추종세력들에게 그 조건을 풀어주고자 한다. 내가 물러난 만큼 박 전대표 측은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하지 말라. 나의 퇴진을 지렛대 삼아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하는 모습을 그만둬야 한다"고 '마지막 훈계'를 한 것도 친박 진영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친박 진영의 대변인 격인 유승민 의원은 오후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서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한다고 비난한 것은 사과와 사퇴의 진정성이 없음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라며 "당 화합을 위한 사퇴가 아니라 마치 권력투쟁의 희생양인 양 착각하는 이재오 의원의 본심을 드러낸 말"이라고 공격했다.

 

유 의원은 이 의원이 '집권 후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를 거론한 뒤 "사퇴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식의 사퇴라면 차라리 최고위원직에 그냥 계시라"고 일갈했다.


태그:#이재오, #이명박,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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