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삼성 비리 의혹' 폭로가 삼성을 사면초가로 몰아넣은 것일까?

 

지난 10월 29일 김 변호사의 첫 폭로 이후 삼성계열사인 삼성SDI(천안 등)와 삼성전자(천안·탕정·수원) 등이 사실상 '구조조정'을 중단하며 현장 추스르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 SDI의 한 직원은 "오늘 회사 측이 '그간의 구조조정 면담은 없던 것으로 하자'고 했다"며 "당분간 인적 구조조정을 보류하기로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또다른 직원은 "부산SDI는 사업을 철수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삼성의 대응은 김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한겨레>을 비롯한 일부 진보언론 등이 잇달아 삼성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나선 데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삼역모(삼성의 잘못된 역사를 바꾸는 사람들의 모임)' 등 노조 설립 움직임까지 나타난 데 큰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SDI측은 "여러 사업군 중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브라운관 부문의 직원들을 재배치하고 있을 뿐 명예퇴직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명예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진행 자체를 부인했다.

 

"내부 불만세력 잠재우자는 계획을 세운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직원은 "오늘 갑자기 회사에서 한명씩 밀실로 부르더니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버리고 예전같이 일하자고 했다"며 "상부로부터 지침이 내려왔는데 그간의 구조조정 면담은 없던 것으로 하고 향후도 안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왜 이 시점에 회사 방침이 바뀌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정말 거듭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삼성 비자금 문제 등 폭탄선언을 했다. 또 뉴스를 보니 검찰, 대법원, 판사까지 떡값 명목으로 매수를 해놨다고 한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에서 '타도 삼성공화국'을 부르짖고 민주노총에서는 늦어도 2008년말까지는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초강경 실행 방침을 밝혔고, 내부적으로는 삼역모가 적극적인 활동을 하니 삼성이 사면초가에 몰린 나머지 내부 불만세력이라도 좀 재우자는 계획을 세운 것 같다."

 

또다른 직원은 삼역모 카페에 남긴 글에서 "그동안 기고만장하게 칼을 들고 약한 근로자를 무시하더니 삼역모에 동조하는 세력이 커지고 삼성 수뇌부 비자금 사건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니까 이제 와서 '구조조정 안할 테니 업무 복귀해 열심하자'고 하는 것은 정말 얼굴이 두꺼운 행위"라고 꼬집었다.

 

'구삼'이란 이름의 삼역모 회원은 "이제는 구조조정 안 하기로 했다면서 빼앗았던 업무를 다시 주면서 열심히 일하자고 하는데 우리가 언제 열심히 일한 적 있느냐"고 따진 뒤 "그런데 앞에서는 잘해보자고 하면서 뒤에서는 다시 칼을 갈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다른 회원은 "미봉책으로 구조조정 안 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인사 직원 시켜서 삼역모 활동하는 동지들 뒷조사해 사규에 위배되는 건이 있는지 조사해서 해고시키려고 한다"며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자금 확보하느라 삼성 근로자 얼마나 희생했겠나?"

 

또한 '삼성 무노조 타파'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삼역모의 회원들은 김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아무개씨는 "삼성의 비자금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임금"이라며 "그 돈으로 삼성은 무노조를 유지하고 검찰, 법관을 매수해서 탄압했다"고 지적했다.

 

'들판'이란 이름의 회원은 "근로자에겐 경영이 어렵다고 복리후생비를 없애고 학자금 혜택 50%로 삭감했다"며 "그런데 근로자를 속이고 경영성과 이익을 비자금으로 돌린 삼성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몇십억 되지 않은 학자금 착취한 게 경영에 얼마나 기여할까"라며 "삼성이란 거대기업은 품질사고, 생산성 저하로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근로자를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원은 "비자금 확보하느라 삼성 근로자는 얼마나 희생했겠나"라며 "이번 사건은 철저히 수사해 기업이 정치인·법조인을 매수하는 '권력형 기업운영'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비자금 폭로를 계기로 삼성 수뇌부는 국민과 삼성 근로자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검찰은 삼성의 잘못된 것을 철저히 수사해 책임을 물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다른 회원은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하면 그 많은 삼성 법무팀과 떡값이 왜 필요하냐"며 "삼성은 그간의 탈법·불법에서 벗어나 떳떳하게 세금 낼 것 다 내고 오직 회사 발전과 종업원의 복리후생에 만전을 해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월 26∼27일, 노조 건설 등을 주제로 워크숍 열어

 

한편 삼역모는 지난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모처에서 30여명이 모여 ▲ 삼성의 무노조 경영 ▲ 건전한 노조 건설 ▲ 활동조직 재편성 등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참석한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노무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역모는 대표 1명, 부대표 2명, 총무 1명, 지역·사업부별 연락 및 책임 대표(11명)를 선임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 삼역모는 이러한 조직정비를 바탕으로 회원을 늘린 뒤 삼성 노동자들의 대표기구(노조)로 확대·발전시킬 계획이다.

 

한 회원은 "현 노사협의회는 사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며 "노조만이 문제를 법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회원도 "현재의 사원 대표는 회사에서 제안한 것을 박수나 치는 어용"이라며 "사원을 대표하기에는 너무 한계가 많기 때문에 진정한 노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삼역모, #삼성 비자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