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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5일 각 당 후보들에게 '반 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을 통한 '반부패 공동 전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날(4일) 제기한 '정책 연합'의 연장선이다.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이회창 전 총재와 이명박 후보를 각각 정치부패, 경제부패 세력으로 몰아 올해 대선을 '부패 대 반부패 구도'로 만들겠다는 판단이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이 전 총재에게조차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타개책인 셈이다. 향후 범여권 후보 단일화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공박 수준이다. 정 후보를 향해 "부패세력의 준동을 자초한 당사자"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를 외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정동영 "정치부패·경제부패 상징하는 후보들 등장"

 

정동영 후보는 5일 신당 선대위 전체회의에 참석, "과거세력, 부패세력의 복귀와 역사의 퇴보를 막아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제 정당과 시민사회 세력에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정 후보는 "부패는 부패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경제성장에서 국가 투명도가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며 "각 정당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서 과거세력과 부패세력의 복귀를 막아내고 우리 사회가 부패사회로 퇴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를 겨냥해 "경제부패를 상징하는 후보와 정치부패, 선거부패를 상징하는 후보가 12월 대선가도에 등장했다"며 "12월 대선의 전선이 부패와 반부패 전선으로 갈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과 양심 시민사회 세력이 한데 모여 반부패 공동전선을 펼 것을 제안한다"며 "대한민국을 구하고, 가족행복을 보장하기 위한 부패와의 전쟁, 부패 종식에 '반 한나라당' 제 세력의 단결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부패 연석회의 추진은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정 후보는 또 "부패 대 반부패 전선은 말만으로는 안 되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당내 '클린 대한민국 만들기 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고 "삼성그룹이 제안한 비자금을 단호하게 거절한 클린 추미애 행복위위원장이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주문했다.

 

실제 '클린 선대위'는 이날 선대위 회의 직후 이명박 후보를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 자신의 펜클럽에게 정 후보 지지를 호소한 유시민 의원에게는 최고고문단과의 연락간사 역할을 요청했고, 그 자리에서 승락을 받았다.
  
정 후보는 이날 ▲ 부패사범에 대한 대통령 사면권 제한 ▲ 내부 고발자 보호의 획기적 강화 ▲ 차명계좌 처벌 규정 강화 ▲ 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 ▲ 국가청렴위원회에 실질적 조사권 부여 등을 '클린 대한민국 만들기' 5대 공약을 발표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특검 실시도 촉구했다.

 

이회창까지 출마... '부패 대 반부패' 전략으로 급선회

 

정동영 후보가 이날 '반부패 공동 전선'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대선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내세웠던 '운하명박 대 개성동영'에서 '부패 대 반부패' 구도로의 전환이다.

 

정 후보측은 '개성동영'을 통해 '평화 이미지'를 선점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반부패 전선'을 통해 정 후보의 개혁성을 부각시켜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하는 한편 그동안 언급을 피했던 범여권 후보 단일화 논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계속 20%를 상회할 경우 국민적 관심사가 두 이씨에게만 집중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정동영 후보는 전날(4일) 열린 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에서도 "이번 12월19일 대통령 선거의 성격이 부패 세력과의 대결로 분명해 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는 "최근 삼성과 쌍용의 비자금 그리고 유명사립대의 편입학 부정 등 거대한 부패의 물결이 엄습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여기에 발맞춰 거대 야당이 누가 더 정치 부패세력인지, 경제 부패세력인지 경쟁하고 있는 12월 대통령 선거까지 겹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수구세력의 집권 저지를 위해서는 민주당과 문국현 후보, 그리고 정책연합을 할수 있다면 민노당과도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큰 통합을 만들어 내서 반드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최재천 신당 대변인은 '반부패 연석회의가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꼭 그런 건만은 아니다"면서도 "물론 낮은 단계의 정책연대 수준이지만 후보 단일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국현 "가치와 정책, 비전의 차이가 심하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일단 정동영 후보의 '반부패 연대' 제의에 대해 원론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5일 기자들과 만난 문 후보는 "12월 19일을 우리나라에서 부패종식의 날로 선언했다"면서 "범국민 부패추방 네트워크가 있는 데 합류해 준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는 또 "내일 경제, 정치, 행정부패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함께 할 의사가 있으면 좋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범여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일자리를 경시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람들과 후보 단일화는 얘기가 될 수 없다"며 반대했다.

 

문 후보는 전날(4일) 창조한국당 후보자지명대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개헌 등에 대한 정책연대 문제와 관련 "누구와도 다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가치와 정책, 비전의 차이가 심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정동영 후보가) 아직 신자유주의에 빠져서 비정규직과 실업을 왜 늘렸는지, 모르고 있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도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재벌 총수 주변에 기생하고 있는 잘못된 경제인들을 엄벌해야 한다"며 "검찰이 이번에 또 법치에 예외를 둔다면 국민은 더 이상 검찰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적어도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정 후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고원 창조한국당 전략기획단장은 "가치와 비전이 일치하는 게 우선"이라며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 연석회의를 말하는데, 뜬금없지 않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고원 단장은 이어 "이명박 후보와 양강 구도를 만들려고 하다가 안 되니까, 다시 후보 단일화로 눈 돌리려는 것 아니냐"며 "왔다갔다 하면 진정성 없다"고 꼬집었다.

 

장유식 대변인은 "('반부패 연대' 제안에 대해) 현재까지는 유보적 입장"이라며 "내일(6일) 오전 10시에 이 문제를 포함해 문국현 후보가 종합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인제·권영길 "부패세력 준동 자초한 것은 바로 정동영 후보"

 

'반부패 연대' 제안에 문국현 후보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권영길 민노당 후보는 "본질을 호도하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라며 반대했다.

 

이인제 후보는 "부패세력이 저토록 득세하게 만든 책임은 노무현 정권과 신당의 정동영 후보에게 있다"며 "자기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하는 것이 아니라 궁지에 몰리니까 내놓은 제의로 너무나도 기회주의적인 행태"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이어 "정동영 후보는 발가벗고,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TV토론에서 개혁세력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촉구한다"며 "진정성 없는 제스처로 국민을 또 현혹시킬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영길 후보도 "개혁과 반부패를 입에 올릴 자격도 없고 이명박 후보와 정책적 차별성도 없는 정동영 후보가 말하는 단일화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급조된 정치공학의 극치"라고 폄하했다.

 

박용진 민노당 대변인은 "민주당과 문국현 후보, 민주노동당과 정책연합을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이회'창'에 찔려 정동영 후보가 허겁지겁 단일화하려는 정치구도일뿐"이라며 "창에 찔린 정동영 후보가 허겁지겁 단일화라는 쇠꼬챙이를 삼키려 한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또 "정동영 후보의 제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권영길 후보가 제안한 '특수권력 해체를 위한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대한 분명한 답과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태그:#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이회창,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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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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