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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거취를 놓고 이명박 후보 측과 박근혜 의원 측이 팽팽하게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이 최고위원이 집권 후 신당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5일 보도되며 또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6~27일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린 '2007국민승리연합 준비위원회'(이하 국민승리연합) 중앙위원 워크숍에서 "한나라당이 과거정치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직도 많은 국민들에게 '꼴통 수구'라는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집권 이후 신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승리연합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100여개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의 연대모임으로 이날 워크숍에는 중앙위원 200여명 가운데 80여명 정도가 참석했다고 한다.

 

그러나 행사를 주최한 국민승리연합의 김용철 공보팀장은 여의도 한나라당사로 찾아와 기자들에게 "이 최고위원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팀장은 "이 최고위원이 '정치적 입문을 생각하는 중앙위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이나 다른 정당에 입당해서 활동하는 것이 좋다, 국민승리연합은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달라"는 요지의 축사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승리연합은 <부산일보>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논란의 당사자인 이 최고위원도 "당이 집권해 국민적 기반을 넓히려면 국민운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지만, (신당 창당과 같은) 그런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사실무근'을 강조했다.

 

이재오·주최측 "그런 말한 적 없다" 극력 부인

 

이 최고위원의 '신당' 발언을 계기로 '친 박근혜' 성향 의원들은 한층 날을 세울 기세여서 당 내분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 성향의 한 의원은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후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과 같은 발상으로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를 원하는 모든 당원과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해당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을 쪼개겠다는 사람이 해당 행위자가 아니면 누가 해당행위자냐?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정권교체의 제1 걸림돌"이라며 "이 최고위원의 오늘(5일) 사과라는 것이 진심 없이 입에 발린 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공격했다.

 

친박 의원 30여명은 이날 정오 서울 여의도에서 김기춘 의원의 생일과 김무성 최고위원 임명을 축하하는 오찬 모임을 가졌는데 "이 최고위원은 물론 이방호 사무총장도 퇴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비등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경선 끝난 후 할 말이 태산같이 많았음에도 깨끗이 승복했는데 우리에게 돌아온 건 탄압이다, 당에서 쫓아내겠다는 말 밖에 없더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재오를 제거해야 한다" "사과가 아니라 우롱하는 것"이라는 질타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김무성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대선 승리의 최우선 전략이 당내 화합에 있다는 생각을 같이 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김용갑 의원은 김무성 의원에게 "최고위원이 됐다고 끝인 줄 아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친박 성향의 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후보가 화해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직접 보이라는 게 오늘 모임의 결론"이라고 전했다.

 

경선 당시 박근혜 의원의 경선캠프 상임고문을 지낸 서청원 전 대표은 5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표를 제거하려 한다"며 비난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시사IN>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친박 의원들 "깨끗이 승복했더니 '탄압'만 돌아와"

 

- 이 후보 측이 왜 그런다고 보는가?
"(대통령) 다 됐다고 기고만장해져서 그러는 거다. 여권은 지리멸렬하고, 청와대도 힘이 없는 것 같고, 지지율은 계속 잘 나오고, 그러니 '지지율 45%대만 유지되면 박근혜 쪽 필요 없다. 있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다. 이 후보 측 하는 얘기 다 보고받고 있다.

 

하지만 2002년 요맘때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38.2%, 정몽준 후보 22%, 노무현 후보 19%였다. 그게 한 달도 안 되어 뒤집어졌으니,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마당에 위원장들 마음을 열게 할 생각은 안 하고 뭐 만들어내라, 공천에 반영하겠다 이런 식으로 지시만 내리면 겉으로는 '예예' 하지만, 속으로는 '미친놈' 한다."

 

-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공적’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 최고위원이 저러는 건 ‘당권’ 때문이라고 보는가?
"당권은 무슨, 대권 나오려는 거겠지. MB(이명박) 다음은 나다. 박근혜 못 주겠다…. 이명박 후보는 박 전 대표를 라이벌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미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았나. 그리고 밑에 있는 사람들이 박근혜 제거하려는 데 춤을 추어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함께 추락한다."

 

- 박 전 대표를 제거하려 한다고?
"박 전 대표 한마디 한마디가 이명박 후보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지를 받는 사람이 누구인가? 노무현 대통령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인가? 박근혜 전 대표 아닌가. 그런데 왜 그걸 자꾸 간과하고 그러는지. 알면서도 그러는 거다. 최고위원 주네, 어쩌네 속보이는 짓이나 하고. 박근혜 제거하려고 하는 음모부터 없애야 한다. 다 듣고 있다."


태그:#서청원, #이재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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