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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은 외모의 특징을 과장되게 표현한 캐리커처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그릴 때 귀를 크게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짙은 눈썹을 그려넣는 게 그런 이유다.

 

최근 만평에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의 캐리커처를 보자. 각기 다른 화백이 다른 상황을 그리긴 했지만, 짙은 눈썹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임을 금방 알아챌 수가 있다.

 

때로는 해당 인물을 연상시키는 소품이 그려지기도 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팡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프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글라스와 군복이 대표적이다. 가끔 인물은 간 데 없고 소품만으로 그 사람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일간지 만평의 특성상 매일 반복되는 그림이다보니, 독자들이 소품만으로도 인물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봤듯이 대부분의 만평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짙은 눈썹 또는 깊게 파인 일자 주름이 과장되게 묘사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거기에 오리 모자를 하나 더 소품으로 등장시켰다. 노무현 대통령과 오리모자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조선일보>에 등장한 오리모자 소품... 노 대통령과 무슨 관계?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레임덕에 빠져 있다는 표시다.

 

노 대통령이 지금 레임덕 상태인지 아닌지는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얼마 전 청와대 비서관의 비리가 잇따라 드러날 때 몇몇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라고 진단한 적도 있었고, 노대통령을 오리 모습으로 묘사한 만평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 만평의 오리모자는 그것과 성격을 달리 한다. 지난 9월 18일자 만평에서 등장한 오리모자는 만평 주제와 상관없이 노 대통령이 등장할 때마다 함께 한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등장할 때만 잠깐 사라졌다.)

 

<조선일보>의 오리 모자는 특정 사건으로 인해 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졌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노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임을 지속적으로 확인시키는 것이다.

 

사실 <조선만평>에서 노무현 대통령 머리 위에 오리 모자를 씌운 건 최근 일이 아니다. 2006년 11월 10일자 만평에서 상하원 선거에서 패배한 부시 미국 대통령을 위로하는 노 대통령의 머리 위에 오리모자가 처음 씌워졌다.

 

그 이후로 만평의 성격과 상관없이 한동안 오리 모자가 등장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왕성한 활동에 밀려 어느 날부터 슬그머니 사라졌다. 임기를 1년이나 더 남긴 시점부터 무리하게 레임덕이라 우기다가 실패한 것이다.

 

진짜 레임덕이라고 보는 걸까

 

<조선일보>를 보는 독자들은 반복되는 오리모자로 인해 노 대통령이 지금 레임덕 상태임을 반복 학습하게 된다.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 진행, 혁신도시 기공, 기자실 통폐합 등 굵직 굵직한 일들을 하는 것과 별개로 만평이 주는 시각 효과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레임덕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만평이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에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조선일보>의 좋지 않은 감정 때문에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궁금한 것 한 가지. <조선일보>는 진짜로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레임덕 상태라고 여기는 것일까, 아니면 레임덕 상태이길 바라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러는 것일까?


태그:#조선일보, #조선만평, #노무현, #오리모자,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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