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가 1일 열린 한국교총의 초청토론회 후 교총 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기념사진 촬영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가 1일 열린 한국교총의 초청토론회 후 교총 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장면 1] "기념사진도 똑같이 찍고, 똑같지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례대로 방문한 유력 대선 후보 이명박과 정동영. 두 후보는 똑같이 보수 교원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교장협의회장단, 시도교육위원협의회 의장단 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달 23일 오후였고, 정동영 후보는 9일 뒤인 1일 오후에 그랬다. 한국교총이 주최한 대선 후보 초청토론회 자리에서였다. 1일 열린 정 후보 토론회 참석자는 500여 명. 이 후보 때와 거의 같았다. 장소도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 대강당이었다.

“자 다음은 정동영 후보님과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순서대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토론회 본행사가 끝나자마자 한국교총 임원과 교장들은 차례대로 정 후보와 사진을 찍었다. 20여 분 동안 기념촬영 시간을 가진 이 후보에 견줘 정 후보가 걸린 시간은 그 절반인 10여 분. 촬영 희망자 숫자가 적은 탓이다.

행사에서 만난 한국교총 임원 4명은 나에게 입이라도 맞춘 듯 다음처럼 말을 건넸다.

"정동영 후보도 이명박 후보와 똑같이 행사를 준비했다. 출장 공문도 보냈고, 사진도 똑같이 찍을 것이다. 그러니 이 내용도 똑같이 기사에 써 달라."


교육계에서는 정치인과 집단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거의 없다. 실제로 한국교총도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초청했지만 이 같은 사진 촬영은 없었다.

이날 사진 촬영의 방식은 이명박 후보 때와 거의 같았지만 그 모습은 달랐다.

정 후보를 비롯해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 등 관계자 10여 명이 앞뒤로 서서 주먹을 가슴 위로 치켜 올린 뒤 "교총 교총 파이팅!"을 2번에 걸쳐 외치는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이 모습을 신기한 듯 지켜봤다.

이명박 후보는 예정 시간(2시간)보다 10분 적은 1시간 50분 동안 행사에 머물렀지만, 정동영 후보는 예정시간을 40분 넘긴 2시간 40분 동안 행사에 참석했다. 정 후보가 행사장을 나선 시간은 이날 오후 4시 39분이었다.

한재갑 한국교총 대변인은 "(이명박 초청토론회 언론보도 뒤) 국회와 교육청에서 이명박 후보 토론회 참석자 수를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출장공문을 보내지 말도록 권고했다"면서도 "한국교총은 교원의 정치 자유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명박 후보 때와 똑같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후보가 토론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 정 후보 입장 정동영 후보가 토론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장면 2] 보따리 숨긴 이명박, 보따리 흔든 정동영?

"자 여러분 중앙통로를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날 오후 2시 10분 확성기에서는 사회자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정동영 후보와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이 가운데 문을 통해 토론회장에 들어섰다.

교장과 교사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사회자의 발언 내용도 이명박 후보 때와 같았고, 박수 소리도 거의 같은 크기였다. 이명박 후보 때 집단으로 참석했던 외국어고 교장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가 연단 앞에 설 즈음, 다시 사회자의 목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한국교총과 교육계는 교육대통령을 간절히 열망하고 있습니다."

박수소리가 행사장을 채웠다. 대회장에는 이명박 후보 때와 똑같은 현수막 20여 개가 걸려 있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 철회'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토론회 중간 일부 교장들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교원정년 65세 원상회복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정 후보가 다음과 같이 답변한 직후였다.

"IMF와 같은 특수상황 속에서 (교원) 정년이 단축된 것이다. 건강 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필요하다. 임금피크제와 결합해서 정년연장 점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 속에서 교원 정년연장도 생각하겠다."

정 후보는 이날 이해찬 교육부장관 시절 단행된 '교원정년 단축' 조치를 되돌리는 발언을 한 셈이다. 정년 환원을 요구하는 한국교총의 대선 공약안 요구에 동의한 것이다.

교직사회와 학부모단체 등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전 이명박 후보는 같은 행사에서 '교원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질문을 받고 "젊은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앞서 이날 정 후보는 참여정부가 추진 중인 '(평교사에게도 응모기회를 주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패널로 참석한 한 교장이 "지금 학교는 로또교장이라고 해서 무자격자가 교장이 되고 있는데 이런 제도를 어떻게 보는지 밝혀달라"는 물음에 그는 다음처럼 답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 표현이 심하다. 그렇다면 자격 공모제 시범실시를 통해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자격 공모제는 이미 국민의 정부 때부터 실시해온 제도다. 교장자격자에 한해 초빙교장제도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이전 토론회에서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교장공모제 제도만 확실히 마련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교사 경력 전혀 없으면 악용된다, 아무나 들어오지 않도록 교장공모제 신중하게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혀 대조를 이뤘다.

한편, 정 후보의 '자격 교장공모제 발언'에 대해 뒷말이 나오자, 2일 아침 정 후보쪽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와 "자격 공모제 발언은 교장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만 공모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 아니다"면서 "교육개혁 마인드가 있는 일반교사도 15년 경력이 있다면 응모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정 후보가 한국교총의 대선 공약 요구에 박자를 맞춰주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자,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은 고무된 듯 다음처럼 말했다.

"자격교장공모제, 교원정년연장…. 상당히 가슴에 와 닿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힘찬 박수를 쳐주십시오."

정동영 후보가 토론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토론회 정동영 후보가 토론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이밖에도 정 후보 답변 가운데 눈길을 끈 몇 가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정 후보가 내놓은 우수고 300개 육성 방안도 평준화를 깨는 것이 아닌가.
"우수공립고 제안은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다. 평준화 체제에서 획일화를 경쟁을 통해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특수고 300개 공약은 평준화를 깨겠다는 것이다. 수업료만 1000만원이다. 300개 학교에 못 들어간 80%의 학생들은 뭐가 되나. 300개 특수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유치원까지 입시 지옥이 된다."

- 외국어고 신설금지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립우수고 300개를 육성하면 특목고는 확대요인이 없게 될 것이다. 특목고는 특수목적대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교육비 경감방안을 말해 달라.
"세계 수준의 공교육으로 가게 되면 사교육의 압박이 적게 될 것이다. 대입에서 영어시험을 폐지하겠다. 영어인증제를 통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생각이다. 영어 사교육이 15조 원인데 방과 후 학교에서 책임지고 공부시키는 등 영어국가책임제를 실시하겠다."

- 교원근무여건 개선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교원법정정원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 수준의 학교로 가려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가야 한다. 그것은 모두 돈이 든다. GDP 6%를 실현하겠다. 이것은 국가운영 철학과 관련이 있다. 잡무도 금지시키겠다."

-교육예산 GDP 6% 확보를 강조했는데 예산확보방안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를 5~6% 성장하도록 해서 전체 예산 규모를 크게 해야 한다. 그리고 성과주의 예산을 도입해 (예산 절감으로) 70조 원의 교육 예산을 마련하겠다. 국방예산계획안 보면 2020년까지 620조의 국방비를 투입하도록 되어 있는데 평화협정시대를 통해 군축시대를 열겠다. 이를 통해 군대를 남북 모두 30만명 정도로 줄이는 등 평화배당금을 마련하겠다."

- 지방자치제와 교육자치제를 통합하는 것은 시도간 재정 격차를 벌리는 등 문제가 아닌가.
"저와 견해가 조금 다르다. 여야가 합의한 안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지방정부가 교육에 돈을 넣을 수 있다. (시도 간 격차를 벌린다고 하는데)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을 하게 되면 나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토론회 끝 무렵, 정 후보는 "마지막으로 10초간만 시간을 더 달라"면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뒤 "50만 교원을 대표한 교총과 정부가 그동안 약간의 불화가 있었는데, 정동영과 교총은 티끌만한 불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큰 박수가 터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동영, #한국교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