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360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2007 대선시민연대'와 공동으로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심층적으로 검증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이와 함께 각 부문별로 후보자들이 채택해야 할 바람직한 공약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2007 대선시민연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각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대한 표적집단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하고 있다.
 2007 대선시민연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각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대한 표적집단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하고 있다.
ⓒ 안윤학

관련사진보기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를 더 짓겠다는 것은 공교육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정책이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

"자사고의 수를 증가시킨다고 해도 그들 사이에서의 '서열화' 문제가 남는다. 명문고는 여전히 '상위 계층'이 독점할 것이다.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누구나 자사고에 갈 수 있다'는 헛된 희망만 던져주는 선심성 정책이다." (박근호, 경기 이천시 양정여고 교사)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 2007 대선시민연대가 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각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대한 표적집단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자사고 100개 확대 건설'은 이 후보의 세부 공약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해 고교 3학년 자녀를 둔 유지숙씨도 "입시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부모·교사들의 집단인터뷰는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어 저녁 7시부터는 대학생·고교생들이 서울 중구 YMCA전국연맹 사무실에서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교육 현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특히 이 후보의 교육 공약에 대한 날선 비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학부모·교사] "자사고 확대? 강남은 환영... MB 교육 공약에는 경쟁만"

고교 3학년생 자녀를 둔 유지숙씨.
 고교 3학년생 자녀를 둔 유지숙씨.
ⓒ 안윤학

관련사진보기

"강남의 학부모들은 자사고 확대를 환영할 것이다. 아이에게 과외를 붙이는 등 사교육을 통해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유지숙)

유지숙씨는 '사교육의 천국'이라 꼽히는 강남 대치동에 살고 있다. 그러나 유씨는 강남 학부모들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현재 자사고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자사고를 확대·설립하면 사교육 시장이 거대해지고, 교육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윤연숙씨도 유씨의 말에 공감했다. 윤씨는 "아이가 '자사고를 늘리면 일반 고교생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는 것 아니냐'며 화를 내고 있다, 이번 대선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인터뷰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대학 입시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고교에 못지않게 '초·중등'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자사고·특목고·민족사관학교 등 소위 명문고에 진학해야 명문대, 더 나아가 출세로 향하는 길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윤씨가 말을 이었다.

"공교육의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반면, 사교육비 걱정은 갈수록 늘고 있다. 세 명의 자녀를 둔 집은 심지어 가족회의를 열어 '언니는 수학, 동생은 영어' 등 '학원 분배'를 할 정도다. 대선후보들이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고 공약을 내는지 의문스럽다."

이어 윤씨는 "교육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함에도 현재 교육 주체들은 사교육비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차기 대통령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교육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 후보의 공약은 경쟁, 경쟁, 그리고 경쟁만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표적이 된 것은 자사고 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이 후보의 공약인 '마이스터고 50개 집중지원'도 도마에 올랐다. 마이스터고는 현 실업계고·특성화고를 대체하는 개념이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인 조아무개(익명 요구)씨는 "2007년 현재 16개 각 시·도 교육청이 지정한 학교 130개,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 등이 지원하는 학교 63개 등 총 193개의 특성화 학교가 이미 존재한다"며 "이 후보의 공약은 결국 전문 기술교육을 줄이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대학생·고등학생] "돈으로 학벌 사고, 그 학벌이 다시 돈을 만들고"

2007 대선시민연대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YMCA전국연맹 사무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대한 집단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07 대선시민연대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YMCA전국연맹 사무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대한 집단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안윤학

관련사진보기


대학생·고등학생들도 집단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교육 공약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윤리와 사상' 수업시간에 같은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총 40여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자사고 확대에 반대했다. 우리는 학교간의 성적 격차가 더 심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윤수지, 고등학생)

윤수지 양은 소위 '비평준화' 지역인 경기 남양주에 살고 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명문고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자사고 확대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입시 전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는 얘기다.

또 윤 양은 "이 후보의 공약은 돈 많고 공부 잘하는 학생만 성공시키고 나머지는 방치하자는 정책"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비평준화 지역의 학생들이 명문고 진학을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자사고를 늘려 사교육비를 절감시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백승덕씨도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돈으로 학벌을 사고, 학벌이 다시 돈을 재생산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대학 1학년생인 홍아현씨는 "대선후보들은 교육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당사자인 학생들의 입장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육이 부실해서 자사고를 찾는다?
                              "'똑똑한 아이들끼리' 속내 감추려는 것"

지난달 31일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된 학부모·교사, 그리고 학생들의 집단인터뷰에서는 특목고·자사고 쏠림 현상의 원인, 대학 평준화, 그리고 각 교육 주체들이 바라는 이상향 등 다양한 주제의 논의가 진행됐다.

각 2시간씩 진행된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별도로 간추려봤다.

#장면 1. "대학민국은 4%만을 위한 사회?"

장은숙(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최대 목표는 아이를 특목고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명문대 진학이 쉬우니깐 말이다. 공교롭게도 전체 중학생 중 4%만이 특목고에 들어가는데, 이 4%가 서울시내 명문 대학의 입학 정원 비율과 일치하고 있다."

박근호(교사) "대입 수능에서도 1등급의 기준은 '상위 4%'이다."

#장면 2. "공교육이 부실해서 특목고를 찾는다?"

박근호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쌓여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자사고·특목고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유지숙(학부모) "공교육이 부실해서 자사고·특목고를 찾지는 않는다. 부모들은 이들 학교의 교육 내용이 일반 학교에 비해 훌륭하다고 보지도 않는다. 다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끼리 모아 놓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속내를 교양 있게 감춰 놓으려고 '교육의 질'을 운운하는 듯하다."

조아무개(교사) "'공교육이 희망'인 지역도 있음을 알아달라. 바로 농어촌 지역이다. 이곳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에게 절대적인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장면 3. "입시 교육 철폐를 넘어 대학 평준화로?"

장은숙 "권영길 민노당 후보가 '서열화'를 타파하기 위해 대학 평준화를 주장하는데, 이는 여러 시민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대학 평준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국공립대학 통합 네트워크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본다."

박근호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야할 상황에서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현재 사립대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국공립의 통합만으로는 대학 서열화를 깰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장면 4. "나는 이런 교육을 원한다!"

유지숙 "아이들의 소박한 꿈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

장은숙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기를."

조아무개 "대학에 가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특성화고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학생이 단지 졸업장을 따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윤수지(고등학생) "교육은 각자의 적성을 살려주줘야 한다. 현재 학교는 한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조차 시험 점수로만 평가하고 줄 세우려 한다."

유소연(고등학생) "자기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먼저 찾게 하고 그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게해야 한다."

김효주(고등학생) "교육 주체인 학생들의 목소리도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학생들이 교육 정책에 관심을 보이면 '공부나 하라'며 무시한다." 


태그:#대선공약, #대선시민연대, #집단인터뷰, #이명박교육정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