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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를 타고 학교 현관 앞에서 급우들, 어머니와 함께 찍었습니다.
▲ 포즈는 모델급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학교 현관 앞에서 급우들, 어머니와 함께 찍었습니다.
ⓒ 권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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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이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영석이는 안타깝게도 근이완증(유전염색체 결함으로 근육이 줄어들고 관절이 굳어가는 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1학년 입학 때만 해도 어렵게나마 한 걸음씩 걷는 것을 본 것도 같은데 1학년 말부터 아예 한 걸음도 걸을 수 없게 된 아이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가 손 발 노릇을 하고 계십니다. 일반적인 시골 풍경이 되어버린 것 중 하나가 다문화가정인데 영석이네 어머니도 연변에서 오신 조선족이십니다. 그런 아이가 학교에 있다보니 전체 학생 100여명 정도인 우리 학교에서는 모든 이들이 영석이에 대한 배려가 대단합니다.

일반적인 시골 학교처럼 우리 학교도 2층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개 학년 교실이 있었습니다만 영석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1층에 있던 도서실 자리를 새롭게 단장해서 2층에 있던 교실을 1층으로 내렸습니다. 학교에서는 영석이에 맞춘 여러 가지 편의 시설로 어느 정도  활동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등하교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머니께서는 아침에 2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영석이의 휠체어를 밀고 오십니다. 아이가 운동을 하지 못하다보니 몸이 무척 커지고 있습니다. 무게가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더 나갑니다. 어머니는 아침에 학교에 도착하시면 "힘에 부친다"고 말씀하십니다.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 교장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들께서 영석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셨습니다. 마침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의료기기전문제조업체인 (주)콤슨(대표이사 정성문)이 9월 한 달 동안 장애인들을 위하여 전액 무료로 의료보장구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들은 선생님들이 전동휠체어를 마련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교직원의 축하 속에서 영석이 생일 잔치가 있었습니다.
▲ 교무실에서 생일 잔치 교직원의 축하 속에서 영석이 생일 잔치가 있었습니다.
ⓒ 권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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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니 원래 영석이네는 기초 생활 수급권자라 이런 특별주간이 아니어도 서류를 갖추고 의사의 의료보장구 구입을 위한 처방전을 받고 일선 시․군단위 승낙서 등이 있으면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석이네 아버지나 어머니께서는 그런 것을 모르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담임인 제가 병원으로, 콤슨으로, 면사무소로 다니고 전화하면서 전동휠체어를 받을 수 있는 서류를 갖추고 신청을 하였습니다. 기다림 속에 10월 한 달이 그냥 훌쩍 지나갔습니다.어제 10월 29일 저녁에 드디어 휠체어가 도착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의 검수를 위해 보호자와 함께 병원으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녁 6시쯤 드디어 전동휠체어가 도착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검수가 끝난 다음 시청에 가서 기계를 등록하였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퇴근 시간 이후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 절차를 마친 후 저녁 늦게 집으로 기계가 배달되었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는 아이의 입이 귀에 걸려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냥 뒤에서 걸어오셨답니다. 아이는 쉬는 시간만 되면 전동휠체어를 타자고 보챕니다. 교장선생님이 "영석이가 운전하는 것을 한번 보자" 하시면서 교실에 들어오셨습니다. 오늘 처음 기계를 다루는 아이인데 무척 능숙하게 다룹니다.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아이와 그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 학교 교직원 모두는 모처럼만에 보람된 일을 하였다는 생각들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괜히 미안하고 찡해집니다.

'진작에 마련할 수 있도록 더 관심을 가질 것을, 걱정 없이 뛰어 놀아야 할 아이인데.'


태그:#교육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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