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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청명한 가을하늘이 내려앉은 남산 '문학의 집, 서울'에서 전국의 고교생 300여명이 모여 시심을 뽐내는 시 백일장이 열렸다.
 
한국시인협회가 주최한 이번 시 백일장에서 ‘가을 산’ ‘휴대폰’이라는 이질적인 두개의 시제를 놓고 차세대 한국 시단을 이끌 예비시인들의 신선한 시적 언어와 감성들을 찾아내는 경연장이 펼쳐져 가을 산만큼이나 뜨거운 열기와 함께 아름다움을 더했다.

 

 

“공부는 5분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문학책을 읽거나, 시를 쓰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경기도 광주시 소재 경화여고 2학년 이한솔양은 “안도현, 함민복 시인의 시를 즐겨 읽으며 시 속에서 시인이 노래하는 삶의 아픔까지 가슴으로 느낀다”며 청소년답지 않은 성숙한 생각을 말했다.

 

입상자 명단

장원  박정빈(양서고)
차상  오은자 (오류고) 
        기수진(안양예고)
차하  김진경(수도여고)
        유효정(현대청운고)
        윤경석(배재고)
가작  노기민(고양예고) 
        유다은(안양예고) 
        한수인 (하남고)
        이소영(인천부개고)
        김소정(보성여고)
입선  유보리(충남여고)
        황형선(양명고)
        김효경 (선일여고)
        유수지(안양예고)
        이정연(기전여고)
        이슬기(김포고)
        윤드레(거제중앙고)
        이상우(고양예고)
        유수진(의정부여고)
        임경헌(순창고2)

단체상 안양예고

또 “시인이 되고,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한솔양은 “시에 전념하는 삶이 진짜 시를 사랑하는 것”이라며 기성 시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당돌함까지 있어 요즘 청소년들의 자신감까지 읽을 수가 있었다.

 

“가을 산을 마음으로 보고, 손끝으로 듣는다”는 말로 오늘 백일장에 제출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경기도 이천시 소재 양정여고 1학년 정언약 양은 ‘마음으로 본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마음으로 본다는 것은 사물을 이해하며 본다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시인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일반 고교생과는 사뭇 다른 지적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백일장에는 양서고등학교 박정빈의 빼어난 작품이 장원을 차지하고, 가장 많은 입상자를 배출한 안양 예술고등학교가 단체상을 수상했다.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이며 이번 백일장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가림 교수(시인)는 “순발력, 개성적인 상상력, 세상을 보는 시각을 중요하게 여기며 테크닉보다는 순수한 글쓰기에 더 큰 점수를 두고 심사를 봤다"며 입상자들을 축하하고 아쉽게 탈락한 청소년들을 위로했다.

 

이날 행사에는 청소년 하모니카 연주단의 축하공연과 함께 고영 시인의 짧은 강연까지 더해져 한층 풍성한 청소년들의 시의 잔치가 벌어졌다.

 

이번 행사를 맡아 진행한 한국시인협회 조영순 시인은 “이번 행사가 한국시인협회 50주년 기념과 맞물려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조 시인은 또 “예년과 달리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다수 나왔다. 앞으로 한국시단을 짊어 질 청소년들의 시적 수준이나 감수성이 놀랍다”며 “이들을 보면 한국 시단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면서 학부모의 관심과 시를 사랑하는 독자의 많은 애정을 당부했다.

 

컴퓨터 게임이나 물질에 탐닉하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요즘 시와 문학에 관심을 두고 황금 같은 토요일을 온전히 시 창작에 몰두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은, 또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태그:#한국시인협회, #시 백일장, #조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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