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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길을 오른다. 작은 언덕의 가파른 길. 그러나 힘들지 않다. 언덕에 올라서니, 옛날 고향집 뒷동산처럼 소나무 숲이 나오고 오솔길이 나온다. 얼마 만에 걸어보는 오솔길인가. 좁은 길이라고 다 오솔길은 아니다. 이 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오솔길의 참맛을 알게 된다.

 

민둥산 오르느라, 또 억새보다 많은 인파에 시달리느라 지친 몸을 위무해 주는 곳. 걸어서 5분쯤. 멀리 바위가 보인다. 하지만 그럴듯한 풍경은 나타나지 않는다. 굉장한 풍경,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관광지를 기대한다면 가지 않는 게 나은 곳, 몰운대.


글쓰기 순서가 바뀌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민둥산보다 먼저 몰운대를 갔으니 몰운대를 먼저 썼어야 했는데, 그만 바뀐 것이다. 몰운대는 늘 민둥산에 '꼽사리 끼어' 붙어다녔다. 광고에도 민둥산만 크게 나오고 몰운대는 그저 거쳐가는 곳쯤으로 밑에 작은 글씨로 나와 있기 일쑤였다. 그리고 항상 민둥산을 먼저 갔다가 몰운대에 다녀서 서울로 갔다.

 

나는 민둥산 때문에 지친 손님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여긴 힘들지 않고 호젓해서 산책하기 알맞은 곳이니 힘들다고 차에 있지 말고 다 다녀오세요."


그래도 몇몇은 꼭 차에 남는다. 차에 남아서 주차장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간식을 먹거나 술추렴을 한다. 나중에 이런 곳이란 걸 알면 억울할 텐데 말이다.


그런데 진짜 억울한 건 몰운대 자신이다. 소금강 하면 사람들은 으레 오대산 소금강을 떠올린다. 그래서 몰운대를 보고는 따지듯 말한다. "이게 소금강이 맞아요?" TV에서 본 그림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대산 소금강이 뭐 대단한가. 몰운대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더 낫지.

 

여행기도 민둥산과 붙여서 쓸까,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가만히 마음을 헤아려보니 전혀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읽혀졌다. 사실 난 몰운대를 많이 사랑한다. 그리고 사람들한테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와서 향기나는 이 오솔길을 걸어보시라. 그리고 호젓한 오솔길에서 가만히 숲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시라. 그러면 당신도 분명 이 몰운대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라고.

 

38번 국도로 오다가 남면 소재지에서 철도를 앞에 놓고 우회전해 들어왔다. 그러니까 38번 국도로 오다가 412번 지방도, 그리고 424번 지방도로 바꿔 타고 오는 것이다. 남면 소재지에서 직진하면 바로 민둥산 가는 길인데 억새 축제장인 증산초교 앞에서 (굴다리로 들어가는) 우회전이 안 되기 때문에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지나온 길이 아주 아름다웠다. 커브길이 많아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그냥 지나쳐 오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화암약수 지나고 화표주를 지나면 소금강이 시작된다. 기둥 2개를 겹쳐 놓은 것처럼 보이는 절벽이 있는데 이것을 화표주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산신들이 이 돌기둥에 신틀을 걸고…. 화표주에서 몰운대까지를 마치 금강산처럼 아름답지만 규모가 작다고 하여 소금강이라 불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왔다면 내려서 경치도 즐기고 사진도 찍었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차 안에서 눈으로만 보았다. 좋다, 좋다, 감탄만 하면서. 화표주에서 몰운대는 4km. 소금강 끝 지점에 몰운대가 있다.

 

화암팔경 중 제7경인 몰운대는 수백 척의 암석을 깎아 세운 듯한 절벽 위에 500년이 넘은 노송이 좌우 건너편의 3형제 노송과 함께 천고흥망을 간직하고 있다. 옛 전설에 의하면 천상선인들이 선학을 타고 내려와 경치에 반했다고 전하며 구름도 아름다운 풍경에 반하여, 쉬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몰운대라고 붙여졌다.


몰운대 절벽 아래에는 수백 명이 쉴 수 있는 광활한 반석이 펼쳐져 있으며,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여름철에는 피서객들이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일정표에 나와 있는 대로 시간은 30분이다. 기암괴석을 바라보고, 유유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바로 앞 동네를 바라보다가 사진 몇 컷 찍고 돌아나오면 맞는 시간이다.

 

시계를 보고, 몇 시까지 있어야 하는지를 당부한 다음 되돌아 나온다. 가는 길, 오는 길, 똑같은 길이었는데 느낌이 다르다. 갈 때 보이지 않던 것이 올 때 보일 적도 있다.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 눈이 좋고 관찰력이 세밀한 사람도 역시 한계는 있다. 우리 눈에 모든 게 다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이곳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단한 풍경이 아니어서 쉽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난 굉장한 풍경도 좋지만 이런 소박한 풍경이 좋다. 무엇보다 혼자 조용히 사색할 수 있고 옛고향에 온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 몰운대는 21일 다녀왔습니다.
* 몰운대 : 중앙고속도로-38번 국도 영월쪽- 남면-412 지방도-424지방도-화암약수-몰운대주차장
* 민둥산 : 몰운대- 몰운리 마을 다리앞 우회전-민둥산(능전마을)


태그:#몰운대, #화암팔경, #정선 소금강, #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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