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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천하 절경 속에 살게 되면, 사람은 점점 자연의 은혜에 고마움을 잊는 모양이다. 해운대에 살면서 해운대 12경이 어디 어디 인지 모르는 것처럼.
 
해운대 온천은 해운대 12경의 하나. 해운대 온천은 신라 진성여왕이 어릴 적에 마마를 앓다 이곳에서 온천욕을 하고 씻은 듯 나았다 한다.
 
해운대 하면 온천이고, 온천하면 '할매탕' 온천이 진짜 온천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었다. 그러나 낡은 적산가옥의 '할매탕'은 이제 다시 찾아 볼 수 없다. 노인들이 새벽 7시 온천탕 물이 열리기도 전 할매탕 입구에서 줄지어 기다리던 모습도 볼 수 없다.
 
'할매탕' 이 있던 자리에 맘모스 대형 '해운대 온천'이 생겼다. 많은 할매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던 '할매탕'이 사라졌다. 도시 행정들은 왜 하나 같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추세일까. 삶의 때묻은 흔적이, 귀한 민중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해운대 온천은 개항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887년 부산의 일인의사가 온천원을 발견하여 욕장을 건축한 후 '구남 온천'으로 불렸다.
 
1937년 동해남부선 개통으로 더욱 알려진 해운대 온천. 해운대 온천은 피부병에 좋은 식염 온천이다. 비누가 잘 풀리지 않지만, 비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입욕후 피부가 매끈하다.  숙박시설 거의 대부분에 온천이 있어, 여행객들은 침식과 함께 온천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코스가 된다.
 
해운대 온천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가면 달맞이 고갯길이다. 달맞이 고갯길은 대한팔경의 하나가 되고, 해운대 12경의 하나가 된다. 고갯길을 오르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커피점과 레스토랑들이 있다. 대부분 분위기가 있는 인테리어의 유리창 너머의 멋진 해경이 이번에는 눈의 피로를 확 풀어준다.
 
달맞이 고갯길은 봄에와도 좋지만 가을은 낙엽비가 내려 더 좋다. 하늘 하늘 떨어지는 낙엽비를 맞으며 걷는 만추의 절경 사이 사이로 바다가 옆구리까지 밀려온다. 바다가 지은 파도소리의 책 한권을 읽으면 여기와서는, 누구라도 깨끗한 마음이 된다.
  
오륙도 다섯섬이 다시보면 여섯섬이
흐리면 한두섬이 맑은시날 오륙도라
흐리락 마르락하매 몇섬인줄 몰라라.
 
취하여 바라보면 열섬이 스므섬이
안개가 자욱하면 아득한 빈 바다가
오늘은 빗속에 보매 더더구나 몰라라.
<오륙도>-'이은상'

태그:#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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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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