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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국정원 진실위의 핵심 관계자(진실위원)는 지난 3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납치사건을 진상을 덮는 데)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뜻을 어느 정도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 핵심 관계자는 “송민순 장관이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을 때, 일본 정부와 외교부의 입장을 간접으로 전해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것(일본의 비공개 요구)이 부당한 것이라면 외교부가 우리에게 전달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냐”면서 “그것을 저희에게 전달한 것 자체는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뜻을 어느 정도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그런 점은 있지만 (한-일 양국 정부가) 압력을 가해서 (김대중 납치사건 조사결과) 발표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납치 사건' 발생 직후 조중훈 회장이 느닷없이 청와대 불려가 박정희 만났다"

 

당시 <오마이뉴스>는 김대중 납치사건을 둘러싼 한-일 간의 ‘묵계’ 비밀각서의 존재를 주장하며 납치사건의 진상을 덮기로 한 이 비밀각서의 존재 때문에 국정원 진실위가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놓고도 발표를 못하고 있다는 최재천 의원의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국정원 진실위의 핵심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 핵심 관계자는 “(한-일 양국 정부가) 압력을 가해서 (김대중 납치사건 조사결과) 발표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비밀각서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24일 국정원 진실위가 발표한 김대중 납치사건 조사결과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핵심 관계자는 지난 3월 인터뷰에서 “우리가 ‘대통령 의전일지’ 등을 조사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DJ 사건’ 발생 직후에 조중훈 회장이 아무런 전후맥락 없이 느닷없이 청와대에 불려가 박정희를 만난다”면서 “그런 정황 증거에 비추어 박정희가 다나카에게 돈(4억엔)을 준 것은 100% 틀림없는 사실이다”고 강조했지만 24일 공개된 진실위의 종합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진상공개를 원하지 않는 세력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행사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대중 납치사건’ 은폐공작 및 처리과정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3월 이뤄진 진실위 핵심 관계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 최재천 의원이 오늘(3월 11일) 몇몇 진보매체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납치사건을 둘러싼 한-일 간의 ‘묵계’ 비밀각서의 존재를 주장했다. 그래서 사실 확인차 전화를 했다.
“그런 각서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작년에 김종필-다나카 외교문서를 보면 밀담록(대화록)이 존재한다. 대화록 그 자체를 ‘각서’로 볼 수는 없지만 양국 정부가 그 사건을 덮기로 합의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김종필은 ‘DJ 사건’(이 진실위원은 ‘납치’ 주장과 ‘살해기도’ 주장 사이에서 중립을 견지하는 의미로 ‘DJ 사건’이라고 지칭함)에 유감을 표명한 박정희 친서를 다나카에게 전달했고, 다나카는 ‘차후에 엉뚱한 자들이 나타나 ‘나는 대통령이 시켜서 한 것’이라고 하면 큰일이다, 그런 일이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하면서 합의를 한 것이다. 그런 합의를 하는 과정에 어떤 밀약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가 두 사람의 밀약이다. 그렇게 하고 DJ 사건을 덮은 것이다.”

 

- 최재천 의원은 한일 양국 정부가 덮기로 한 비밀각서의 존재를 내세워 일본이 한국측에 김대중 납치사건의 진상을 공개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각서)이 협정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공개를 못하도록 압박을 해서, 우리가 발표를 못한다는 것은 합당한 얘기가 아니고 또 그 때문에 우리 위원회나 제가 압박을 받을 일은 전혀 있을 수 없다. 다만, 일본이 그동안 꾸준히 DJ 사건에 대해 한국이 재조사해 진상 밝히는 것에 대해 방해하거나 문제를 제기해온 것은 사실이다.

 

일본 외무성 관리들은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거의 정기적으로 매번 똑같은 의견을 표명해왔다. 비밀리에 간접적으로 압력을 준 것도 있지만 외무성 관리들은 잊을 만하면 기자들에게 ‘만약 한국이 이 사건 진상조사를 해 한국 정부의 개입이 드러나게 되면 재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일본은 수사본부를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처럼 한국 정부에 대해서 관계자들은 소환해서 조사하겠다는 얘기를 끊임없이 하고 심지어 DJ가 작년 일본 방문 때 외무성이 피해자로서 일본의 조사에 응해달라고 요구까지 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이 사건(공개)에 대해 대단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 그 과정에서 일본측이 사건 진상 공개는 ‘비밀각서’ 위반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나.
“비밀각서 때문에 진상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 일본도 각서의 존재를 내세워 압박한 적도 없고 그것을 내세워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그런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본이 한국 정부에 대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을 요청하는 얘기는 해왔는데 그것의 표면적인 근거는 재조사의 이유이지만 그것이 합당한 이유는 아닌 것은 사실이다.

 

일본은 이 사건을 재조사해서 진상 드러나는 것에 대단한 거부감 가진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진상 공개가 비밀각서 위반이라고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왜 일본이 집요하게 진상규명에 대해 방해하는지는 나도 미스터리다.”

 

- 다른 과거사 사건과 달리 이 사건의 조사결과를 비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웃으며) 저는 그점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드릴 수가 없는데…. 아직 좀더 미묘한 부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서이다.”

 

- 사실상 지금 조사는 종료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가?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데 ‘사실상 종료되었다’고 얘기하면 최재천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얘기가 되고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말하면 그동안 2년 동안 뭐하고 있었냐는 얘기가 나올 텐데…. 기초조사는 끝났지만 최종적인 판단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시간을 두고 좀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국정원측이 외교적 문제가 있으니 진상공개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식의 입장을 내비친 적은 없었나.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을 때, 예를 들면 당시 외교부에서는 저희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두 번 일본과의 외교문제의 민감성을 들어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온 적이 있다. 그렇지만 저희들이나 위원회에 직접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었다(필자주: 송민순 외교안보수석이 일본 정부와 외교부의 입장을 간접으로 전해왔다는 의미다).”

 

-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입장을 전해왔나.
“이 사건의 피해자든 가해자든 정부든 의견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어떤 의견에 대해서도 그것을 압력으로 느껴 행동의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그런(비공개) 요구를 받았던 것 같고 그 요구를 저희들한테 간접으로 전달해온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일본의 요구)이 부당한 것이라면 외교부가 우리에게 전달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냐. 그것을 저희에게 전달한 것 자체는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뜻을 어느 정도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점은 있지만 압력을 가해서 발표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한나라당인데 한나라당은 저희 활동에 대해 여러 번 비판을 하고 아예 해산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적은 자주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저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데는 한나라당이다. 그러니까 진실이 밝혀져서 불편한 사람은 한나라당과 일본 정부라고 보는데, 이는 개인적 의견이다.”

 

-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입장인가.
“동교동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보면 ‘어설프게 발표하려면 하지 말라’는 그런 얘기가 있던데, 그쪽은 물론 피해자 입장이기에 그렇기는 하지만,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박정희의 직접 지시 여부를 조사해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살해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명백한 증거가 없어 확증을 못짓고 있다. 설령 박 대통령이 살해지시를 했더라도 문서나 서명해서 남겨 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재판에서도 유죄 심증만 갖고는 안되는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 확정을 지으려면 그런(문서나 서명)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자료가 없다.

 

동교동은 그럼에도 정황증거 등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것을 근거로 박정희의 지시 및 살해의도가 있었다고 발표하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하면 한나라당이 가만 있겠나. 그게 진상규명을 하면서 겪는 딜레마다.”

 

- 이후락씨(사건 당시 중앙정보부장)는 정말로 거동을 못하나.
“그것은 우리가 만나서 확인한 사실이다. 그분은 털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설령 이후락씨가 말을 한다 해도 현재 여건 속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을 사람이다.”

 

- 김동운씨(납치현장에서 지문이 발견된 주일 한국대사관 직원)도 조사했나.
“현재 일단 저희들이 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 생존자들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 면담 조사를 끝냈다. 거기까지는 확인을 해드리는데 더 이상은 곤란하다.”

 

- 일본 정부는 왜 김대중 납치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나.
“어떤 사건이건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진실을 밝히면 과거사가 아닌데 그게 과거사가 되는 이유는 진실을 은폐했기 때문이다. ‘DJ 사건’도 박정희 정부가 당시 밝혔으면 과거사가 아닌데 당시 왜곡해서 은폐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것인데 그런 은폐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본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본다. 다나카가 한국 정부의 돈을 받아먹고 이를 덮기로 박정희와 서로 밀약을 한 사건 자체도 ‘DJ 사건’의 범죄행위에 버금가는 범죄행위다.

 

당시 이병희 무임소장관이 다나카에게 4억엔을 전달했다는 다나카 비서의 증언이 작년에 <문예춘추>에 나오지 않았냐. 그것하고 연결지으면 박정희가 다나카에게 돈을 주고 사건을 은폐한 것이기 때문에 현상적으로 드러난 납치 이상으로 추악한 범죄다. 그런데 어떤 언론들도 그 부분의 심각성에 대해 보도한 적이 없다. 일본 역시 박정희-다나카 사이에 검은돈을 주고 받으면서 밀거래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다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 <문예춘추>에 실린 비서의 고백 외에 다른 정황증거는 없나.
“(재미 언론인) 문명자씨도 폭로한 적이 있지만 일본 총리의 비서가 직접 보고 폭로한 것이기에 더 이상의 직접 증거는 필요없는 것 아니냐. 그런데 ‘DJ 사건’을 은폐하느라 당시 박정희가 다나카 총리에게 거액의 돈을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그 사건 직후 조중훈 회장이 청와대에 불려가 박정희를 면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명자씨의 폭로 기사를 보면 한진그룹 조중훈한테서 돈을 받아서 일본에 줬다고 했다. 그때 문명자씨는 소문을 듣고 그런 증언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대통령 의전일지’ 등을 조사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DJ 사건’ 발생 직후에 조중훈 회장이 아무런 전후맥락 없이 느닷없이 청와대에 불려가 박정희를 만난다. 그런 정황증거에 비추어 박정희가 다나카에게 돈을 준 것은 100% 틀림없는 사실이다.”

 

- 그때는 한진이 월남특수를 누릴 때인데….
“그렇다.”

 

- 당사자인 조중훈 회장과 이병희 장관 등이 돌아가셔서 더 이상의 확인은 못했겠다.
“그분들이 설령 살아 있어도 얘기하겠나.”


태그:#진실위, #김대중 납치, #송민순, #조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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