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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윌리 호니스(Willy Rones)는 “나는 기이한 것이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특이한 것을 쫓지 않는다. 내가 찾는 것은 매일 매일 우리 일상의 가장 평범한 모습들이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서울에서도 윌리 호니스가 찾았던 우리 일상 속 평범한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7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의 부대행사로 19일부터 21일까지 광화문역 5번 출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페스티발 '우리 동네'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사진페스티발에 출품된 사진작품들을 보면 '우리 동네'에 대한 따뜻한 감수성이 묻어나는 사진연가(戀歌)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 이 주제를 생각하면서 은연 중에 '우리 동네'를 비판하거나 혹은 특이한 것과 기이한 것을 많이 찍어 참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참가 작품들은 그것이 잘못된 예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사진작가 윌리 호니스의 말이 자꾸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의 일상 속 평범한 모습은 작가 자신의 일상, 유년기와 현재의 기억이 묻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작가들의 삶의 시간이자 기억과 연민이 살아 있는 동네의 모습이었습니다.

참가 작품들을 보면서 날로 프로와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로나 구도에 있어 뛰어난 작품도 있었고, 색감과 소재가 뛰어난 작품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감응을 동반하지 않는 광학적인 사진들과 단순 기록적인 사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동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소중한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사진페스티발의 대상 수상작은 박정민 시민작가가 보내준 <올드&뉴>입니다. <올드&뉴>는 불광역 근처 대형할인점과 길 건너 재래시장을 거대한 빌딩과 빼곡히 걸려 있는 북어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진페스티발 ‘우리 동네’ 대상 수상작.
▲ 올드&뉴 사진페스티발 ‘우리 동네’ 대상 수상작.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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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대형마트의 독점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진의 구도, 피사체의 크기 차이를 통해 재래시장의 당당한 존재이유를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재미있게 만든 구도인 것입니다. 달리 생각하면 자연과 문명의 대조를 통한 균형감 있는 공존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지홍 시민작가의 <골목길>도 현재의 삶에 아련한 기억을 불러 들이는 사진입니다. 작가는 숨바꼭질 하는 아이라고 설명했지만 바라보는 사람마다 여러 기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어릴 적 사랑하는 누군가를 향해 마구 달려갔던 자신의 모습이든, 친구를 약 올리고 달아나는 모습이든 개인의 경험을 현재로 불러들여 감흥을 주는 꼬마 마법사 같은 느낌의 사진입니다.

사진 페스티발 우수상 수상작
▲ 골목길 사진 페스티발 우수상 수상작
ⓒ 이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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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시민작가의 <집합장소>는 자그마한 슈퍼마켓 앞 전자오락기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작가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릴 적 전자오락 <스트리터파이터>를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셔터를 눌렀다고 합니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있을 작가가 연상됩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작가의 모습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한편으로 쪼그리고 앉아 있는 두 아이의 뒤꿈치를 보며 ‘일어나면 얼마나 발이 저릴까’하는 안타까운 걱정이 듭니다. 이 안타까움은 별 다른 놀이거리를 찾지 못한 어린이들의 현실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사진 페스티발 '우리 동네' 우수상 수상작.
▲ 집합장소 사진 페스티발 '우리 동네' 우수상 수상작.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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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과 <집합장소>는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들입니다.

이 사진은 <인기상>을 받은 강다영 시민작가의 <꿈꾸는 카메라>입니다. 작가의 메모노트를 보면 사진가나 바라보는 자의 아름다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페스티발 '우리 동네' 인기상 수상작
▲ 꿈꾸는 카메라 사진 페스티발 '우리 동네' 인기상 수상작
ⓒ 강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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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만난 귀여운 단발머리 자매입니다. 병아리 같이 노란 옷을 입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게 관심을 보이던 소녀들에게 제가 갖고 있던 로모라는 카메라를 쥐여 줬더니 서로 찍어주며 좋아하던 모습입니다. 그 모습을 뷰파인더로 봤을 때 너무 감동받았습니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준 소녀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이번 사진페스티발에서는 우리에게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고, 작가들의 삶의 시간이자 기억이 살아 있는 잔잔한 여운을 주는 사진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아름다운 사진은 오랜 인내심과 시간 그리고 사유의 결과가 우연한 대상을 만났을 때 가슴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선정된 작품들은 현재 우리 삶에서 겪었던 일들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하는 사진들입니다. 물질과 돈을 향해 빠르게만 살라고 종용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민들의 사진이야말로 우리의 일상을 드러내고 함께 생각하며 천천히 손잡고 가자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매체입니다.

앞으로 시민들의 사진축제가 아름다운 사진을 통해 시민들 개개인의 고유한 정감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장(場)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감수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태그:#시민영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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