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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옥

가을에 만난 꽃들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꽃이라서 아름다운 건지 아니면 가을이라서 아름다운 건지. 사진을 찍으며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봅니다.

 

14일 집 앞 화단은 물론 연기군 체육공원과 충북 청원군 일대 논과 밭을 지나면서 만난 꽃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의 무리는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의 모습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비록 종류는 많지 않지만 들길, 논과 밭, 산길에서 만난 꽃들은 단순한 꽃이 아니었습니다. 기다림과 비움의 미학이 담겨있다고나 할까요.

 

가을에 피는 꽃은 꽃으로 피기까지 오랜 시간 순서를 기다리며 향기와 멋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을 것입니다. 그 기다림이 고통이기보다는 오히려 즐거움이며, 성숙한 삶처럼 느껴집니다. 화려함보다는 순박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가을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습니다. 그들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길과 들판을 달리고 걷고 뛰었습니다.

 

봄에 피는 꽃의 화사함과 여름에 피는 꽃의 정열과는 좀 색다른 소박한 멋과 향을 풍기는 가을꽃, 그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기에 긴 시간 동안 힘들다 생각 않고 발품을 팔 수 있었습니다. 들국화, 코스모스, 서광, 장미 외 이름모를 들꽃들이 환한 웃음을 짓고 반겨줍니다. 중년의 모습처럼 은은한 멋과 품위를 지닌 꽃, 가을꽃의 모습입니다.

 

어느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내년을 예비할 씨앗 만들기에 바쁜가 하면, 어느 길가에는 한창 피기 시작한 코스모스가 황홀한 빛을 뿜으며 요염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한들한들 피어있는 코스모스의 무리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정감 있는 모습입니다.

차를 타고 달리다가 길가에 핀 작고 예쁜 꽃을 만났습니다. 바로 찍고 세워서 찍고 여러 방향으로 돌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팔꽃보다는 훨씬 작지만 모양은 꼭 나팔꽃처럼 생긴 꽃이 길가 풀 섶에서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가을을 듬뿍 담고 있기에 뿌연 먼지를 뒤집어쓰고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자태에 빛이 납니다.

 

가끔은 계절을 잃은 채송화와 홍매화도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 며칠 전 집 앞 화단에서, 잎은 누렇게 뜨고 줄기는 힘을 잃어 축 늘어져 있는데 꽃은 강한 의지를 보이며 앙팡지게 피어 있는 채송화를 만났습니다. 채송화가 햇살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습니다. 춥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꿋꿋하게 피어난 채송화는 아이들처럼 씩씩한 모습입니다.

 

그런가 하면 연기군 체육공원에서 수줍게 피어있는 홍매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봄에 피는 홍매화를 가을 한 복판에서 만날 수 있다니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가을은 다양한 만남을 약속합니다. 아름다운 꽃과 단풍과 황금들녘, 그리고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까지.

 

가을에 핀 꽃들을 바라보며 기다림을 배웠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미소를 배웠습니다. 쓸데없는 욕심과 근심으로 채웠던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 비운 마음에 가을꽃들이 전하는 향기와 멋과 사랑을 가득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가을을 만들고, 꽃처럼 밝고 환한 웃음 지을 수 있는 멋진 삶이기를 바라며.


태그:#가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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