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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에 왔으면 굴비를 먹어보아야 하겠고, 그러한 뜻을 미리 알아차린 전미경 해설사가 우리를 굴비구이집으로 안내한다. 식사를 하러 방에 들어가니 벌써 음식이 한상 차려져 있다. 20여 가지 반찬에 굴비구이 그리고 탕까지 아주 푸짐하다. 음식은 본고장에 가서 제철에 먹어야 맛이 있는 법인데 굴비의 고장에 왔으니 정말 굴비의 제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광의 칠산 앞바다에서 음력 3~4월에 잡은 조기를 이곳 법성포 포구로 이송한 다음 햇볕과 바람에 적당하게 건조시키면 최상품의 굴비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옛날만큼 조기가 많이 잡히지 않아 다른 곳에서 잡은 조기도 이곳으로 가지고 와 가공하기도 한다. 보통 우리가 먹는 굴비는 보통 3만원 정도 하며 장대, 오가라고 불리는 고급 제품들은 6~10만원 정도 한다. 그러나 특대오가니 특왕오가니 하는 최고급 굴비 세트는 50~6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 일행은 굴비구이 백반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한 다음 걸어서 숲쟁이(일명 숲정이)로 향한다. 법성포에서 홍농으로 넘어가는 산기슭에 조성된 방풍림 겸 놀이터인 숲쟁이는 그 역사가 천년쯤 되었다고 한다. 느티나무로 이루어진 일종의 공원으로 법성포를 감싸고 있는 인의산(仁義山) 자락에 만들어져 있다. 인의산에는 주로 소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길의 왼쪽으로는 조림한 느티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음력 5월 단오제가 열리는데, 그 역사가 4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단오제 중에서는 서해안 법성포에서 열리는 단오제가 가장 유명했으며, 동해안에서는 강릉단오제가 가장 유명했다고 한다. 지금도 법성포 단오제 때는 전국 국악경연대회, 전국 그네뛰기대회가 열리고 민속행사로 씨름 윷놀이 등이 열린다.

 


숲쟁이는 2006년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숲에 선정되어 그 명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곳에는 현재 수령이 100년 정도 된 느티나무가 200주 정도 자라고 있다. 나무의 높이는 20m 정도이고 나무의 둘레는 2m 내외다. 느티나무는 1514년에 법성진성(法聖鎭城)을 축조할 때 처음 심어졌다고 하며, 이후 여러 번 보식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숲을 보고 나서 우리는 백제 불교가 처음으로 전해진 아무포로 향했다. 숲쟁이에서 해안으로 난 길을 따라 한 5분쯤 갔을까, 특이한 형태의 상징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의 일주문 역할을 하는 기념물로 간다라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문을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갯벌을 드러낸 포구가 보인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밖으로 나가면 칠산 어장이 나온다.

 

바다쪽으로는 존자각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어 포구도 조망할 수 있고, 산과 언덕에 만들어진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의 주요 시설들도 바라볼 수 있다. 법성포의 백제시대 지명은 아무포(阿無浦)였는데, 그것은 아미타불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384년(백제 침류왕 원년) 인도의 승려인 마라난타 존자가 불경 등을 가지고 동진에서 이곳 법성포 포구로 들어와 불법을 전했다는 것이다.

 


아무포라는 이름이 나중에 불법이 들어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을 가진 법성포로 바뀌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영광군에서는 이곳을 성역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간다라 유물관과 탑원, 부용루와 만다라 광장이 완성된 상태다. 그리고 산꼭대기에 사면대불상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직도 작업 중이다. 높이가 23.7m나 되는 사면대불상은 남방불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간다라 양식을 따르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변대불상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산기슭에 부용루가 만들어져 있다. 일종의 누각으로 부처님에 대한 기도와 참배공간으로 이용된다. 1층의 벽에는 부처님 전생의 인연과 현세의 일대기를 그린 조각이 23면에 걸쳐 붙어 있다. 2층은 스님들의 참선과 교학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행사시에는 바다를 조망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부용루에서는 과거 마라난타 존자가 들어왔을 그 뱃길을 가장 잘 내다볼 수 있다. 

 


태그:#법성포, #숲쟁이, #아무포, #불교도래지, #사면대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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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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