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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앞에 설치된 광고판에는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니 자제해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용산구청 앞에 설치된 광고판에는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니 자제해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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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용산구청 앞 광고판에 적힌 문구. 광고판 앞에는 용산5가동 세입자 한명이 얇은 비닐 한장을 덮어쓴 채 잠들어 있었다. 잠든 그이 옆에 붙여진 박스종이에는 "구청에서 모든 취사도구 다 훔쳐가서 밥 굶은지 54일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현재 용산5가동 세입자 대책위 4세대는 "영구임대주택 쟁취, 문서화 요구"를 걸고 단식농성 중이다. 이날(15일)로 단식농성은 55일을 맞았다. 용산구청 앞에서 노숙투쟁을 진행한 지는 1년이 다 되어간다.

"쌀이랑 취사도구를 강제로 뺏고 병원에 강제 입원시켜..."

용산5가동 세입자 대책위의 조정강씨는 "쌀이며 취사도구를 구청 직원들이 뺏어가고 강제로 병원에 보내기도 한다"며 "구청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 수천만원을 들여 세입자들을 왜곡시키는 광고판을 세우는 등 우리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5가동 세입자 대책위의 조정강씨는 "쌀이며 취사도구를 구청 직원들이 뺏어가고 강제로 병원에 보내기도 한다"며 "구청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 수천만원을 들여 세입자들을 왜곡시키는 광고판을 세우는 등 우리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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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 있던 용산5가동 세입자 조정강(64)씨는 오전 9시께야 일어났다. 몸빼바지에 후드점퍼를 걸친 그는 언뜻 보기에도 쇠약해보였다.

"단식을 하고 싶어 한 것이 아니다. 구청 직원들이 취사도구며 쌀을 자꾸 뺏어갔다. 결국 나보고 굶으라는 소리 아니냐."

조씨는 "날씨가 이제 추워지는데도 덮고 자는 비닐이며 구급약까지 가져가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구청이 자신을 비롯한 세입자들을 공공연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품을 가져가는 것만이 아니라 구청장이 출근하는 시간이거나 저녁 때 갑자기 직원 수십명이 나와 우리를 들어다 다른 곳에 옮기거나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실어간다. 아무리 내가 가지 않겠다고 해도 직원들은 무시하고 병원에 강제 입원시킨다."

조씨의 옆에서 한뎃잠을 자며 함께 투쟁했던 김모씨도 지난 8일 오전 8시 구청 직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3일 뒤에야 용산구청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날 조씨의 곁에 김씨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조씨는 "김씨가 시골로 내려가 몸을 추스리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했다"며 "그동안 자신이 개도 못한 존재 같다며 우울해 하더니 결국 구청의 탄압에 못 견디고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유현미 용산5가동 세입자 대책위원회 위원장도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영등포 구치소에 구속된 상태다.

세입자 3명, 부랑자 수용소에 수감될 뻔한 사연

김철규 노동해방철거민연대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은 "5자 협상과 임대주택공문화 요구는 사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규 노동해방철거민연대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은 "5자 협상과 임대주택공문화 요구는 사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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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의 곁을 보름 이상 지켜온 김철규 노동해방철거민연대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은 "심지어 세입자들을 부랑자 수용소에 넣으려고 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15일 투쟁 중인 세입자 3명을 부랑자 수용소인 은평 마을이란 곳에 보내려고 했다. 처음에 용산경찰서에서 이들이 병원으로 갔다며 전화번호를 줬지만 확인해보니 아니었다. 오히려 은평 마을에서는 본인 동의가 없는데다 남성만 수용 대상이라며 황당해했다."

김 위원장은 "고엽제 전우회나 참전전우회 등 관변 단체들과 용역깡패들이 세입자들과 연대투쟁하는 이들을 폭행하는 일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 2일 폭행당해 갈비뼈 4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폭행·강제이송 등의 문제만이 아니라 후에 구청 측의 구상권 청구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세입자 대책위는 사태 해결을 위해 구청, 세입자, 시공사, 경찰, 재개발 조합으로 구성된 5자 협상을 제안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철거민들이 구청 측의 고소 및 구상권 청구 때문에 입주는 커녕 수배 생활을 하고 있다"며 "지금도 철거민들의 투쟁을 왜곡하는 광고판이나 현수막을 설치하고 집회행위에 대해 한건당 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있어 사태의 확실한 해결을 위해서는 협상 내용에 대한 공문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청 "세입자들 건강 걱정해서 강제 입원시킨 것"

용산구청 정문 우측 건물에는 "세입자들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용산구청 정문 우측 건물에는 "세입자들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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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측은 세입자 대책위에서 제안한 5자 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도시정비팀 관계자는 "이미 용산5가동 세입자들이 4인 가족 기준 800만원의 주거이전비를 받거나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상태인데 몇 세대만 남아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한다"며 "5자 협상의 세입자 대표도 실제 용산구 주민이 아닌 노동해방철거민연대 사람으로 실질적인 대화 상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구청 측은 이미 세입자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와 각종 고소 · 고발을 취하하겠다고 약속했고 관련 공문을 전달했다"며 "세입자들이 계속 버티고 있는 까닭은 그동안 같이 연대한 단체들의 눈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입자들이 주장한 취사도구 및 식료품 압류와 병원 이송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노숙농성을 시작하면서 구청 앞 인도를 거의 막고 취사행위를 해 그를 막으려다 보니 그랬다. 오히려 이것이 단식 농성의 빌미가 돼버렸다. 세입자들이 단식을 하면서 눈에 띄게 쇠약해졌고 혹여 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으로 입원시켜 진료 및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입자들이 이송되는 경우 영양제도 맞고 각종 검진을 받는다."

그러나 병원 입원 및 진료에 대한 본인의 동의가 없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래서 병원에서 세입자들을 설득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한다"며 "세입자들도 초기에는 거부했지만 지금은 이송되면 순순히 치료받는다"고 답했다.

"생떼거리라니... 끝까지 갈 생각이다"

용산5가동 세입자 대책위는 현재 임대주택입주 공문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용산5가동 세입자 대책위는 현재 임대주택입주 공문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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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앞 광고판에 대해서 구청 공보팀 관계자는 "문구는 누가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세입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인해 업무 진행이 안 돼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당사자가 아닌 단체들이 구청 앞에서 노숙투쟁을 해서 비닐이나 스티로폼을 뺏은 것이지 세입자들을 탄압하거나 그런 의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청 앞 인도 한쪽 구석에 몰린 조씨는 '생떼거리'란 문구를 볼 때마다 분노스럽다. 저 광고판에 세금이 쓰였다는 것도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조합이나 예전에 같이 알던 이들이 계속 날 회유하려고 하지만 소용없다. 끝까지 갈 생각이다"


태그:#철거, #재개발, #용산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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