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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은뒤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은뒤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11일자 청와대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나라당과 군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하여 NLL 발언에 대한 우려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NLL의 성격을 규정하는 최고의 척도는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어야 할 것이다. 관습헌법의 존재가 명확히 인정되지 않는 대한민국 법질서 하에서, 확인 불가의 관습헌법을 내세워 명명백백한 성문 헌법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관습헌법의 주장은 ‘법의 확인’이 아니라 ‘법의 창조’일 것이다.

현행 헌법 제3조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한반도 중간에 있는 NLL은 영토선의 지위를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 조문과 논리적 연관성을 갖는 것이 바로 헌법 제4조의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조문이다.

헌법 제4조는 헌법 제3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 조문이다. 만약 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를 휴전선 이남으로 규정했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휴전선 이북의 북한을 상대로 통일정책을 추진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헌법 제3조와 제4조는 한반도에 존재하는 모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 안에 공존하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사실상으로는 2개의 국가이지만 법률상으로는 1개의 국가라는 이 ‘모순’의 상태가 바로 통일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것이다.

헌법 제3조와 제4조는 한반도에 존재하는 모순 반영

통일은 그 사전적 정의와 무관하게, 1945년 이후의 역사 속에서 한민족 나름대로의 고유한 의미를 띠게 되었다. 문자적 의미대로 하면 통일은 2개 이상을 합치는 것이지만, 현재 한민족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통일의 의미는 ‘본래 하나이지만 둘로 갈라져 있는 것을 하나로 합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민족의 관념 속에서 통일은 모순의 극복이 된다. 본래 하나여야 하는 것 즉 법적으로 하나인 것이 사실상 2개의 상태로 존재하고 있기에, 이 같은 모순 상태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하여 필요한 작업이 바로 통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당위성을 띠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영토선 안에 사실상 2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이러한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바로 통일이다. 현행 헌법 제3조 및 제4조는 이 같은 모순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조항인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끝부분이 아닌 중간 부분에 있는 NLL을 영토선으로 인정하게 되면, 남과 북은 사실상으로뿐만 아니라 법률상으로도 2개의 국가가 된다. 이렇게 되면, 헌법 제3조와 제4조의 논리적 연관관계가 파괴되어 대한민국 정부가 통일을 추진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통일을 추진할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남과 북을 합치려고 한다면, 그것은 통일이 아니라 합방이 될 것이다. 합방은 문자 그대로 두 나라를 합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이 조선을 강점한 것도 법적으로는 합방이다.

말이 좋아서 합방이지, 합방이란 사실상 침략과 비슷한 것이다. 침략의 결과를 법적으로 포장해 놓은 것이 합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일이 아니라 합방이 되면, 대한민국이 북한에 접근하는 것은 통일이 아니라 침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침략행위를 한다는 논리적 결과가 도출되면, 이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제5조와도 충돌하게 된다. 이와 같이 헌법 제3조가 무시되면 이어지는 헌법 제4조 및 제5조도 무의미해지게 된다. 

NLL 영토선 인정하면 남과 북은 법률상 2개의 국가

이러한 점을 본다면, NLL을 영토선으로 인정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침략국가로 만드는 사람들이 된다. 영토선 너머에 있는 나라를 합치려고 하는 것이 침략이 아니고 무엇인가?

“NLL은 영토선”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도 누구나 다 통일을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NLL이 영토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북한을 상대로 통일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대외침략을 추구하고 그런 다음에 북한을 합방해야 하지 않겠는가? 통일을 희망한다면, NLL을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는 모순만큼은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NLL의 법적 실체는 무엇인가? 이것은 우리 민족의 영토 내에 존재하는 ‘특수한 선’이다. 그 ‘특수한 선’의 실체가 무엇인가와 관련하여서는 남과 북의 동포들과 정부가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태그:#북방한계선, #NLL,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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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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