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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휴대폰으로 해고 통고 받아봐.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비정규직 보호해준다며? 불법파견 결정났는데 사업주는 버젓이 돌아다니고, 우리는 왜 길거리에서 싸워야 하는데"

 

기륭전자의 한 여성 노동자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향해 이같이 분통을 터트리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올리브타워 20층에서 열린 '비정규직법안 100일 평가 노사정 토론회'에서다.

 

비정규직법 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상수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1시간 넘게 대치하다 투입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오후 2시 10분께 이 장관의 격려사가 시작되자  '이상수 장관님 코스콤은 노동부도 법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등의 피켓을 든 코스콤·기륭전자·뉴코아 비정규 노동자 30여 명은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외치며 이 장관을 에워쌌다.

 

이런 상황에도 이 장관은 "비정규직 보호라는 큰 가치와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또 하나의 가치를 절충적으로 조절해서 법을 만들었지만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불만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런데도 왜 이런 법을 만들었나, 비정규직 보호해야 될 것 아냐"라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한 노조원은 "아버지도 비정규직, 아들도 비정규직"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장관은 이에 아랑곳 않고 "법을 만들고 시행한 지 100일이 지났다, 협의에 의해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적절할 시기가 됐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좋은 합의를 이끌어 내주길 바란다"고 격려사를 이어갔다.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항의로 장내가 시끄러워지자 이 장관은 "노동자 여러분 심정 모르는 것 아니지만 이런 행동 온당치 않아요, 적절치 않아요"라고 호통을 쳤다.

 

이에 흥분한 노조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이 장관은 결국 마이크를 내려놓고 단상 앞에서 물러났다. 단상에서 물러나 자리에 앉으려는 이 장관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였으며 결국 이 장관은 뒷문으로 피신해야만 했다.

 

기륭전자 한 여성 노조원은 뒷문에 갇혀 보이지 않는 이 장관을 향해 "불법판정 판결 난 사장은 버젓이 돌아다니고 우리는 왜 길거리에서 싸워야 하느냐"며 가슴을 쳤다.

 

"너네가 제대로 보호해줬는데 왜 우리가 여기 있냐. 네가 휴대폰으로 해고 통고 당해봐라. 약자를 보호하는 게 법 아니냐.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면서 뭘 보호해주는데…."

 

이 노조원의 눈물섞인 항의는 계속됐다. "노동부 장관 만나기 위해 몇 년 동안 과천청사에 방문했지만 한 번이라도 만나줬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노조원은 이 장관을 향해 "비정규직 보호해줬으면서 왜 못 나오고 뒷문에 피신해 있느냐"고 비꼬았다.

 

이같은 대치는 1시간 넘게 이어지다 투입된 경찰에 시위자들이 연행되며 일단락 됐다. 상황이 진정되자 뒷문에 피신해 이던 이 장관은 3시 53분께 전경의 호위를 받으며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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