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보강 : 11일 저녁 9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영토선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충격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1일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남북정상회담 정리성격의 간담회에서 NLL에 대해 "우리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놓고 이걸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헷갈린다"면서 "이것이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며, 많이 다투어서 우리한테 유리할 것 없는 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뒤로 미루는 것이 좋고, 거기서 할 일은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경제 협력할 것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다.

 

김정일 "우리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우리의 이 의지는 확고하다, 우리는 6자회담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꼭 성공시킬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도 성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계속해서 "김 위원장이 이어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불렀고, 김 부상이 '두 분이 정상회담을 잘 하시라고 우리가 (6자회담에서) 많은 양보를 했다'고 생색을 냈다"면서 "이것(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10·4 공동선언문 중 '종전 선언 위한 3자또는 4자 정상회담'부분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참여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4자로 확정된 상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에게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과도 만나서 여기에 대해서 서로 합의를 했다'고 설명을 했더니, '그 종전 선언, 나도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얘기를 했고, 그래서 '그거 한번 추진해 봅시다'해서, 그 얘기는 간단하게 끝났다"면서 "다만 지금 (평화)협상에 바로 들어가기는 조금 빠른 것 같고, (종전)선언부터 하는게 맞다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서는 "임기동안에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버겁다는 생각"이라며 "내 임기에 하지 못해도 국제적으로도 굳히고 가는게 중요하며, 시기는 6자회담 진전과 이행에 따라 아주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일은 진짜 권력자... 북한은 동반자"

 

노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국정상황에에 대해 소상하게 꿰뚫고 있는 것에 상당히 놀라웠다. 국정에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된다 안된다는 의사표현이 분명했다. 진짜권력자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국민소득 500~1000불 정도의 제 3세계 나라들과 평양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지식·기술·국민적 열정 등 국민적 역량은 상당한 수준이다. 발전전략을 확실히 세우면, 발전속도가 빠를 나라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 외에 다른 지도층의 경직성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미 '고난의 행군 시대'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만만치 않은 나라다. 여간해서 쓰러지지도 굴복하지도 않겠구나'그런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것 때문에 소위 북한의 변화가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어 북한에 대해 "타도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승리할 대상입니까? 밉거나 곱거나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동반자"라면서 "북쪽을 잘되게 하면서 우리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이런 포괄적인 전략적 사고의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들으라고 하는 말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경협의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적 투자와 정부 지원적 성격의 부담 부분을 전혀 분리하지 않고 수십조원이 들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거나 호도한 것"이라며 "기업적 투자가 수십조원이 될 지 모르나 이런 정도가 되면 걱정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협사업의 비용문제에 대해서도, "지금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를 얘기할 수준도 안 된다"며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통일해야 되기 때문에 할 필요 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냐"면서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이고, 북한에 하는 것은 통일비용이냐"고 반문했다.

 

계속해서 "이것을 투자라는 관점에서 봐야 하고, 투자의 회수기간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우리는 독일처럼 흡수통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합의됐기 때문에 통일 비용은 문제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급작스러운 통일비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연합이나 또는 연방, 이런 방식을 전제로 했을 때는 더욱 더 이것은 통일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본전 찾고 가자면 북쪽호감 선택해야... 그래서 박수쳤다"

 

방북 이전부터 논란이 돼왔던 아리랑 공연 관람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 교섭할 때부터 저는 내용이 무엇이든 그냥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실무진에서는 내용을 수정하자는 생각이어서 그대로 따라갔다"면서 "문제는 박수였는데, '서기는 서고 박수는 안 친다'는 건의가 올라왔었지만 '나 혼자만 치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당시 평양 현지 취재단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폐막때까지 포함해 두 차례의 박수를 쳤으며, 폐막때는 공연을 관람한 방북단 전체가 박수를 쳤다.

 

노 대통령은 "북쪽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남쪽의 인심을 얻어야 되느냐 많은 고민을 했는데, 내가 여기 온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데 하나라도 더 본전 찾고 가자면 북쪽의 호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제가 박수를 쳤다"고 덧붙였다.

 

'제일 어려웠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실용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북쪽은 근본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 사고방식의 차이가 제일 어렵다"고 답했다.

 

방북 첫날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국가보안법 폐지, 참관지 제한 철폐 등 북측이 제기해온 '근본문제'에 대해 (50분간)설명을 할 때, "대화를 할 수 있을까"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또 역으로 북쪽은 '개혁' '개방' 이 두 가지만 나오면 딱 걸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개성공단의 경우 군사분계선이 일종의 국경선 같은 성격으로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풀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뒷부분은 NLL문제 등 남북간의 각종 쟁점들에 대해 '쉬운 것부터' '경제분야부터' 등 햇볕정책의 대전제들을 설명하면서 거듭 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노 대통령 NLL언급 충격적"

 

"지지도 높은 수준에서 임기 마칠수 있을까 기대"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서두에, 정상회담 이후 급상승한 자신의 지지도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평양)다녀와서 여론조사상의 지지도가 많이 올랐지요"라면서 "약발이 얼마나 가겠습니까마는(일동 웃음 ) 그래도 일단 올랐으니까 당분간 또 까먹을 수 있는 밑천이 생겼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시간만 있으면 더 좀 일을 벌여서 까먹을 수 있는데, 지금은 시간도 넉넉지 않고, 그럴 만한 정치적 의제도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여유를 보이면서 "그래서 인제 어지간하면 제법 높은 수준에서 제 임기를 마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해본다"는 심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계속해서 "사실 그 쪽(지지도)에 신경을 쓰면, 소신껏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이 정치인의 고민"이라면서 "전혀 신경 안 써도 할 일을 못 하고, 거기에 매달려도 할 일을 못 하게 되는 그런 딜레마가 여론상의 지지도라는 것인데, 여하튼 이제 큰 고민 없이 마무리하지 않을까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하튼 여러분들한테 이번에 신세를 많이 졌다. 정말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도와 관련해 이같은 자신감을 표현한 것은 드문 일이다. 지지도가 20% 초반대였던 지난해 말 무렵에는 "지지도에 대해서는 완전히 포기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관련 정당 대표·원내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도 "NLL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으로,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면서 "이걸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면서 "이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기본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NLL 관련 언급에 대해 한나라당은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매우 충격적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의 시각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 대변인은 이와 함께 강 대표가 오찬에서 ▲국방장관회담에서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철저한 해결 ▲총리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논의 ▲북핵 문제와 관련한 국제공조 ▲민간 주도의 경협 원칙 확인, 재정지원이 필요한 부분의 국회 비준동의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태그:#노무현, #김정일, #강재섭, #NLL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