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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큰경사다", "이처럼 흥분된 순간은 처음이다", "목간과 사자형 향로와 두꺼비형 벼루는 경이 그 자체다."

 

지난 1963년부터 문화재 발굴을 했다는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11일, 충남 태안 대섬 인근해역에서 진행 중인 수중발굴조사 중간 보고회장을 찾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무엇이 이 노 학자를 흥분시켰을까. 단연 목간(글을 적은 나뭇조각) 때문이다.

 

정 전 관장은 "목간이 계속 발견되고 있으니 연대 표시가 된 목간이 하나만 나온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자사에서 정확한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목간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번에 연대가 표시된 목간이 하나만 나와도 우리나라 고려 도자사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정 전 관장은 "오늘 공개된 대부분의 청자들이 12세기 전반기에서 크게는 11세기 말의 작품이나 기법들을 보여 그동안 고려청자 발굴사를 한 단계 올려 놓었다"고 말했다.

 

특히 청자사자형향로의 경우 "중국에서도 발견된 것은 향로와 받침대가 분리가 되어 향이 받침대로 나오지만 이번에 발견된 향로는 받침대를 통해 사자의 입에서 향이 나오도록 된 기법으로 우리민족의 용맹성을 볼 수 있는 최초의 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현식 목포대 사학과 교수는 목간 발견 의미에 대해 "1976년 발굴된 중국 원나라 선박 신안선에서 중국 목간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수중에서 고려시대 목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 15~16개의 목간이 발견되었으나 완형품은 없어 안타깝지만 발굴과정에서 연대를 알 수 있는 완형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적외선 촬영을 통해 목간을 분석한 결과 "'탐진역재경대정인수(耽津亦在京隊正仁守)', '○○재선진(○○載船進)', '○안영호부사기일과(○安永戶付沙器一<의+과>)', '최대경택상(崔大卿宅上)' 등의 문구와 수결(사인)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탐진역재경대정인수(耽津亦在京隊正仁守)'는 탐진(강진의 옛이름)에서 서울(개경)에 있는 대정(하급군관) 인수에게 보낸다는 뜻이다.

 

'○○재선진(○○載船進)'은 '○○이 배에 실음'이라는 뜻으로 '○○'은 선적책임자의 이름일 것으로 추정된다.

 

'○안영호부사기일과(○安永戶付沙器一<衣+果>)'는 '○안영의 집으로 사기 일과를 보낸다'는 뜻으로 과(衣+果)는 사전적 의미로는 쌀을 포장한 꾸러미를 의미하나 여기서는 도자기 한 꾸러미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교수는 "다른 목간에 80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때 일과는 80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대경택상(崔大卿宅上)은 최대경 댁에 올린다는 뜻으로 대경은 이름이나 관직명으로 현재의 청장급인 정 3품 정도의 벼슬의 별칭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강진에서 제작된 청자가 개경으로 운반 중에 태안군 대섬 앞에서 침몰이 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홍준 청장은 "추워지기 전에 발굴을 마치려고 하는데 인원과 예산상의 큰 어려움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태그:#고려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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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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