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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보복 때문에 더 불안하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첫 차별시정 판정을 이끌어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걱정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는 10일 차별시정위원회를 열고 "코레일이 경영성과 상여금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회사 쪽에 차별시정 명령을 내렸다.

 

코레일은 지난 7월 31일 정규직에게 2006년도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면서 비정규직은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비정규직 노동자 42명은 지난 8월 1일 경기지노위를 비롯해 5개 지노위에 "차별을 받았다"며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코레일 비정규직 노동자 "사측의 보복이 두렵다"

 

차별시정 판정을 받아낸 코레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코레일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측의 보복이 두렵다, 처음에는 법적 보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윤호씨의 사례를 거론했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7월 24일 차별시정을 신청했던 농협 고령 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 이윤호씨는 지난 9월 14일에 10월 16일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당시 차별 시정 신청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가 현실이 돼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역시 경기지노위의 판정을 환영하면서도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첫 차별시정 판정이 비정규직 차별해소의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차별시정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고령공판장 사례처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기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계약 만료 형식으로 해고하면 사용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권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또한 "사용자가 불복하면 차별시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코레일 "재심 신청을 고려 중"

 

실제로 코레일은 "재심 신청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응대 코레일 언론홍보팀 차장은 "경기지노위의 판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상여금은 2006년 경영성과에 따른 것으로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7월 1일 이전의 근로계약과 관련된 것이다"며 "차별시정 판정은 이를 소급적용한 것으로 불합리하다"라고 밝혔다.

 

이 차장은 또한 ▲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표면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할지라도 업무 범위, 책임이 동일하지 않은 점 ▲ 성과급은 임금이 아닌 일시적인 포상인 점 등을 거론하며 "차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10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을 하게 되면, 이번 차별시정 신청 건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다시 논의된다. 이어 어느 한쪽이 중노위의 판정에도 불복하면 법원의 판단에 따르게 된다. 대법원까지 사실상 5급심인 셈이다. 노동계가 "차별시정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라고 했던 이유다.

 

이번 차별시정 판정은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또 하나의 숙제를 남기게 됐다.

 

한편, 차별행위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 또한 사업주가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계 드러낸 차별시정제도...고용불안 악순환


 

 

 

10일 농협 고령 축산물공판장에서도 차별시정 판정을 내려졌다. 하지만 이 판정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결하지 못해 차별시정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됐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이날 차별시정위원회는 열고 "농협중앙회가 도축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비정규직을 다른 업무에 배치한 것과 7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40~80만원 낮은 임금을 지급한 것은 차별이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경북지노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서로 다른 임금결정체계 ▲정규직에게만 지급되는 통상임금 이외의 기타 금품 ▲비정규직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휴가 등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은 차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고령 축산물공판정 비정규직 노동자 11명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지난 7월 24일 경북지노위에 임금, 복리후생, 보직변경 등에 대해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차별시정 신청 후 10월 16일자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이윤호씨는 "100%는 아니지만 판정에 호의적으로 생각한다"며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 계속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령 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법률대리인인 '노무법인 함께'는 "첫 차별시정 판정은 다행스럽다"면서도 "차별시정 제도가 고용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인찬 노무사는 "차별시정문제는 차별시정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 외주도급화에 대한 법적 조치가 없다"며 "이윤호씨처럼 차별시정 판정 후 고용이 유지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 노무사는 이어 "이는 차별시정제도와 비정규직법의 한계이자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라면서 "차별시정 회피를 위한 불법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 고령 축산물공판장 쪽은 "판결문을 받아보고 재심을 신청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노조의 차별시정 신청에 대해 차별이 "아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재심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경북지노위는 차별시정위원회 결정에 앞서 차별시정 신청과 별도로 8월 10일 고령 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낸 부당전직 구제 신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자 쪽 법률대리인과 회사 쪽 모두 "헷갈린다"면서 "판정문을 받은 후 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차별시정, #차별시정신청, #코레일,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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