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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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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전선줄에 앉아 떠나야 할 길을 생각한다
▲ 하늘로 가는 길 새들은 전선줄에 앉아 떠나야 할 길을 생각한다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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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흐르는 시간을 바꾸는 일은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카프카'는 그의 문학을 환상으로 창작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프라하'의 환경에 쉬르레알리슴이 존재하고, 카프카가 만든 그 환상 속에 바로 '현재'가 존재한다.

천상병 시인은 마산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천상병 시인의 시 속에는 순수한 동경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에 천상병 시인의
작품에는 현재와 연결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닿아 있다. 최영환 사진 작가는 이 현존하는 시간의 접점에서 이를 시공화한다.

천상병 시인의 시(텍스트)의 의미화의 사진 작업의 일련 작품을 마산 삼진 미술관의 기획전(문학세계로 보는 이미지-첫번째)으로, '귀천' 천상병의 '하늘로의 소풍'과 최영환 작가의 사진 초대전이다. 시사전 형식이지만, 독립된 장르와 장르의 만남으로써, 최 작가의 이번 사진들은 천상병 시인의 시의 설명이나 시의 해석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귀천> 천상병


과거의 시간 속의 현재와 미래까지
▲ 소릉조 과거의 시간 속의 현재와 미래까지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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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 <소릉조> 천상병

 
시를 이미지화한 최영환 사진작가
▲ 천상병 시인의 <나의 가난은>에 대한 시를 이미지화한 최영환 사진작가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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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매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을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 <나의 가난은> 천상병


흑백사진 속으로
▲ 고향 흑백사진 속으로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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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천상병의 <귀천>은 잘 알고 있다. 전혀 시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천상병' 시인에 대해 거의 잘 알고 있다. 생전의 기이한 내용 가득한 삶은, 드라마와 연극 등 다른 장르의 예술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10월 24일부터 경남 마산 삼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시사전은 천상병 시인의 시를 이미지화한 일련의 최영환 사진작품과 천상병 시인의 시들이 독립되어 전시 된다. 천상병 시인은 작고 한 마산 출신 작가이고, 최영환 사진작가는 마산에 현존하는 30대 젊은 작가이다. 전문 상업 작가의 길과 다른 순수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삼진 미술관의 기획 시사전은 천상병 선생의 문학적 미학의 완성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 <귀천>, <바다로 가는 길>, <새> 등 30점 상당의 사진과 나란히 전시할 계획이다. 

사진은 카메라의 시, 시는 언어의 사진
▲ 시사전 사진은 카메라의 시, 시는 언어의 사진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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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모래사막처럼 넓은 바다
▲ 바다로 가는 길 마산의 모래사막처럼 넓은 바다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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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은 평생 가난하게 살며 순수한 시를 노래한 시인이다. 그의 시세계는 자연서정주의와 인본주의의 기저를 깔고, 일체의 기교가 배제된 채, 영적 직관의 세계와 체험에 빛나는 언어로 일관해 온 시인이다.

최 작가는 이러한 천상병 시인의 시세계를 통상의 답습적 시화와는 다른, 시를 텍스트 삼고 있지만, 시가 가진 묘사성을 창조적인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예술 풍경을 생성 시킨다.

사진이 가진 사실성과 환상과 회화나 사진에서 표현하는 문제의 시공성을 작가는 놀랍게도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다. 과거와 현재와 시 속의 내재한 미래의 공간을 구축한 천상병 시인의 시를 텍스트화 한 공간은 마산항 풍경이 80 %를 차지한다.

이번 기획전은 장르와 장르의 혼합이나 경계 허물기는 아니다. 시와 독립된 사진의 구체감과 리얼리티의 순수성을 확보해, 천상병 시인의 '다시 쓴 영상의 시'라 할 수 있다.

한 줄기 지평의 거리는,
산에서 또 다른 산을 향한 ,
하늘의 푸른 손이었습니다.

불가항의 그 손에 잡힌 산산의 호수에
어젠 새로운 소식이 있어,
들판 위에는 무수한 길이,
실로 무수한 길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내일 나는 바다로 가자
- <바다로 가는 길>천상병 

카메라의 빛으로 그린 시의 풍경
▲ 천상병 시인과 <새> 카메라의 빛으로 그린 시의 풍경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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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의 생애와 동심의 고향을 어떤 장르와 함께 재조명해보는 작업은 매우 귀중하다. 시 속에 투영된 텍스트를 이미지로 치환해 낸, 이번의 시와 사진의 축제는 소박하지만, 폐교를 아름다운 삼진 미술관으로 되살려 낸 취지에도 부합되는 의미 있는 행사이다.

삼진 미술관 큐레이터 최명재씨는 "마산시가 후원한 이번 행사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에,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을 위해 '가을하늘에 전하는 편지(시)'행사에 참여한, 사랑했던 사람, 소중했던 떠나버린 친구, 존경하는 부모님과 은사님께 보내는 따뜻한 글들을 뽑아, 더욱 이번 전시회를 가슴이 훈훈한 기획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다.

전생의 풍경처럼
▲ 귀천의 작가 전생의 풍경처럼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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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그린 시의 그림의 만남
▲ 사진으로 그린 그림 언어로 그린 시의 그림의 만남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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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마리 새.

정감에 그득한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마리 새.
- <새> 천상병 

삼진미술관의 기획 초대전에 작품을 출품한 최영환 작가는 이번 삼진 미술관 기획전에 대해 "문학적인 사진, 이야기가 담기는 사진은 아름다운 사진하고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늘 문학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찍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천상병 시의 서정성에 조금 촛점을 맞추다 보니, 너무 아름답고 분위기있는데에만 포커스가 간게 아닌지 하고, 조금 반성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자기해석이 오히려 <골목>보다 조금 부족해진게 아닌지 하고 반성해 본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쨌든 문학의 향기가 나는 사진을 하고 싶은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최영환 작가의 시심으로, 천 시인의 시를 더욱 문학적으로 업그레드 한 것의 의의는 크다. 이러한 문학의 향기 나는 사진을 소망하는 최 작가의 사진은 신경림 시인의 독일어 번역판 시집에 몇 점이 삽입되어, 국외에도 호응 받은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마산 Artspool 삼진미술관에서 오는 10.27(토)-12.22(토)까지 전시된다.
전시오픈은, 10.27(토) 오후 4시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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