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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9일 밤 11시 35분]

 

"하하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은 경찰에 연행돼 경찰조사를 앞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 쇠창살 안에서 수 개월을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투쟁하다 연행됐기 때문에 떳떳하다. 잘못한 게 없다"며 어깨를 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 35분께 서울 용산역 출구에서 긴급체포돼 이곳으로 연행됐다. 주제준 사무처장도 함께였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이들은 그 뒤 약 1년 가까이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생활해왔다.

 

9일 밤 8시 40분께 서울 남대문경찰서 지능1팀에서 박 위원장과 주 사무처장을 만났다. 둘의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남대문경찰서를 찾은 지인 20여명과 함께였다. 박 위원장은 지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입가에는 한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1년 수배 끝에 연행됐지만... "한미FTA저지 투쟁, 떳떳했다"

 

박 위원장과 주 사무처장은 지난 3일부터 인천·창원·광주 등 지방을 순회하고 서울에 도착해 경찰에 붙잡혔다. 오는 11월 11일 한미FTA 반대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홍보·조직하고 이날 저녁 7시로 예정된 범국민행동의 날 조직위원회의 서울지역 간담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이날 면회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박 위원장과 주 사무처장의 목소리는 힘에 넘쳤다. 지인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 모두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지능1팀 사무실 내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먼저 주 사무처장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방 순회를 다녀온 데 대해 보고하고 소감을 밝혔다.

 

주 사무처장은 "지역에 내려가 한미FTA 저지 투쟁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돌아왔다"고 전한 뒤 "그간 왜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는지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지역에서 만난 한 활동가로부터 '마음이 있는 사람은 길을 찾고, 마음이 없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11월 11일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거대한 투쟁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한미FTA에 대한 찬반 여부가 다가오는 대선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이번 투쟁을 성공적으로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 지인들에게 "우리의 일은 걱정말라"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또 박 위원장은 "우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집회를 추진했다. 경찰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무리하게 억누르고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인들은 "오는 11월 함께 투쟁에 나설 수 없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두 사람의 희생이 투쟁을 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바깥 걱정은 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죄도 없는 사람을..." "한미FTA 알리는 집회, 국민의 권리"

 

면회를 마친 뒤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죄도 없는 사람들을 잡아 넣었다. 이들은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고 평화로운 집회를 열려고 애썼다"며 "하루 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도 "한미FTA의 실상을 집회를 통해 알리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면서 "평화적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참석자들을 구속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라고 따졌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발부된 체포영장에 따라 체포 절차를 집행했으며, 혐의 내용에 대해 확인 조사를 한 뒤 내일 저녁께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범국본 10일 오전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검거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주제준 사무처장 부인 윤미라씨 "아이에게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윤미라(39)씨는 유치장에 들어갈 남편보다 5살배기 아이를 더 걱정했다. 윤씨는 지난해 한미FTA저지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9일 오후 긴급체포된 주제준(38) 한국진보연대 사무처장의 부인이다.

 

왜 아이가 더 걱정될까? 윤씨는 "수감생활을 하는 남편에 대해 아이에게 무어라 설명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보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될 지 걱정된다"고도 했다.

 

윤씨에게 지난 1년은 그나마 행복한 시간이었다. 주말 동안 만이라도 세 가족이 모여 오붓한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주 사무처장이 지난해 11월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수배생활을 하던 때이다.

 

윤씨는 이날 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주 사무처장을 면회하고 나온 뒤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수배생활은 사실상 제2의 감옥생활이었다"면서도 "세 가족이 주말마다 민주노총 사무실에 모여 함께 음식을 먹고 잠을 자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추운 겨울에도 사무실의 찬 바닥에서 매트 하나에 의지해 자다보니 아이가 많이 아팠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씨는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말끝을 흐렸다.

 

윤씨에게 걱정은 또 있다. 아이는 한창 '아빠'와 놀고 싶어 하지만, 주 사무처장은 앞으로 몇 개월 더 '아빠' 자리를 비울 것이다. 윤씨는 "아이가 자꾸 아빠를 찾는다, 아빠가 없다고 불평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씨는 아이에게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왔다. 아이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듯했다.

 

애초 경찰관을 만나면 밝게 웃으며 인사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주 사무처장이 수배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경찰에 인사하기를 꺼린단다.

 

그럼에도 윤씨는 힘을 잃지 않았다. 그는 밝게 웃으며 "주 사무처장의 수감은 어짜피 겪어야 할 일, 예정된 수순이었다"면서 "하루빨리 남편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윤씨는 현재 현애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태그:#박석운, #주제준,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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