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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영어 이름이 뭐예요?"

필자가 영어 학습서(<센스 영어>, 황매)을 펴낸 저자이다 보니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미리 말해두자면 필자에게 영어 이름 따윈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영어 이름 하나쯤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영어권 국가를 다녀온 유학파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영어회화 학원에만 가 봐도 Alex니 Rachel이니 하는 영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왜 한국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나요?"

필자는 얼마 전 스카이프(Skype)를 통해 한 미국인과 대화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본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영어 이름을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투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는 이유로 별 생각 없이 영어 이름을 지어 사용하곤 한다. 혹자는 한글 이름이 영어로 발음하기 힘들다는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며 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일종의 배려 차원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과연 '배려'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그들과 우리가 서로 동등한 입장이라면 상대국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나도 큰 배려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것이 콩글리시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되지도 않는 영어를 더듬더듬 진땀 빼며 하고 있는데 그들은 고작 당신의 이름 하나 제대로 발음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이름까지 그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면 그만큼 황당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배려'가 아닌 '굴욕'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유독 영어 이름만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필자는 아직까지 일본어나 중국어 이름을 가진 한국인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박지성의 이름은 영국에 가서도 박지성이고, 노무현 대통령 역시 미국에 가서도 노무현이다. 그런데 왜 당신은 Alex나 Rachel이 되어야 하는가.

미국은 다민족 사회인만큼 다양한 성과 이름이 존재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은 당연하게 지켜야 할 예의인 것이다. 알파벳 철자가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본인이 발음해달라고 하는 대로 발음해준다. 발음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름을 줄여서 부르거나 애칭을 붙여주기도 한다(팀 동료들이 박지성을 'Ji'라고 부르거나 김병현을 'BK'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혹 영어 수업시간에 원어민 강사가 영어 이름을 지을 것을 요구한다면 한글 이름을 그대로 쓰겠노라고 당당히 말하라.  왜 시키는 그대로만 하고 있는가. 기죽지 말자. 엄밀히 말해 원어민 강사는 당신이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이 아니던가. 누구에게도 당신의 이름을 바꾸라고 지시할 권한은 없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그리고 영어회화 학원에서도 필자의 이름은 조영민이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senti79 에도 게재했습니다.



태그:#영어이름,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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