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친일행적이 드러난 남인수(본명 강문수, 1918∼1962)의 이름을 딴 가요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가톨릭노동상담소와 참교육학부모회 진주지회, 큰들문화예술센터 등 26개 단체로 구성된 ‘친일잔재청산을 위한 진주시민운동본부’는 8일 오후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남인수 가요제’는 진주시로부터 예산 5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진주MBC 주최로 9일 저녁 진주성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남인수는 <강남(江南)의 나팔수>와 <남쪽의 달밤>, <낭자일기(娘子日記)>, <병원선(病院船), <이천오백만 감격(二千五百萬 感激)>, <혈서지원(血書志願)> 등의 친일 군국가요를 불렀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5년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남인수를 포함시켰다. 진주시민운동본부는 “친일잔재 청산으로 민족정기의 확립을 바라는 진주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진주MBC는 올해에도 가요제를 강행하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단체는 “5000년 역사와 전통의 민족 존엄을 기리는 개천예술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채 내선일체의 노래를 부른 친일가수가 기념되고 7만 민관군이 목숨으로 침략에 맞섰던 진주성에서 대동아 침략전쟁을 찬양했던 사람이 주인행세를 하는 기막힌 현실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단체는 “가요제는 호국과 충절의 진주정신을 정면에서 짖밟는 몰지각한 처사이자 해방된지 6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잔재의 부끄러운 모습이며 상처받고 신음하는 민족적 존엄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직 남인수의 유명세에만 눈 먼 진주MBC는 역사적 진실에 대한 무지와 민족적 정의에 대한 외면을 스스로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진주MBC의 주장은 정직과 책임의 공영방송이 아니라 왜곡과 과장에 근거한 상업주의의 극단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예산을 지원한 진주시에 대해서도 이 단체는 비난했다. 진주시민운동본부는 “작년 ‘진주가요제’라는 명칭으로 예산편성을 했었던 진주시가 관련단체들과의 협의 내용조차도 왜곡한 채 남인수 가요제에 대한 예산지원을 강행하는 모습은 성과주의에 기반한 언론과의 유착 현장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진주MBC와 진주시는 호국영령들과 진주시민들에게 깊이 사과하여야 한다”면서 “오직 그것만이 현재 진주시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분노를 벗어나고 애국과 충절의 진주정신을 이어가며 민족적 존엄에 기반한 문화와 예술의 도시를 가꾸어 나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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