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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이 절정기를 지나 지고 있다.
 꽃무릇이 절정기를 지나 지고 있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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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광주 인터체인지를 나와 광주 시내로 접어든다. 원래 영광 불갑사로 가는 지름길은 장성 인터체인지로 나가는 것이지만 광주에서 숲과 문화학교 교장인 강영란 선생을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강선생은 숲과 나무 전문가로 오늘 우리에게 좋은 정보를 주기로 되어있다. 서구 쌍촌동 호남대학교 앞에 이르니 강선생이 벌써 나와 있다. 차에 올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영광군 불갑면에 있는 불갑사로 향한다.

불갑사까지는 22번 국도가 잘 나있어 광주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불갑면 모악리에 있는 불갑사(佛甲寺)는 백제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절로 알려져 있다. 백제에 불교를 전해준 사람은 간다라 출신의 인도 승려 마라난타로 중국의 동진을 거쳐 영광 법성포로 들어왔다. 그는 내륙으로 들어와 이곳 모악리에 절을 지어 포교를 했으니 그것이 불갑사이다. 불갑사란 불법을 전한 최초의 절이라는 뜻이다.

불갑사 입구에 세워져 있는 선돌 1: 각진국사의 임종게이다.
 불갑사 입구에 세워져 있는 선돌 1: 각진국사의 임종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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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사 입구에 세워진 선돌 2: 마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불갑사 입구에 세워진 선돌 2: 마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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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리 일행은 이곳의 문화해설사 전미경 씨의 안내를 받으며 일주문으로 향한다. 일주문으로 가다 보니 두 개의 선돌이 눈에 띈다. 최근에 만들어 세운 것으로 한쪽에는 “마음이 곧 부처고 […] 살고 죽음이 본래 공허한 것(卽心卽佛[…]生死本來空)”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다른 쪽에는 “진정한 마음은 더럽지 않아 원래부터 원만한 것이다, 단지 허황된 인연을 벗어나면 바로 부처와 같이 되느니라(眞性無染本自圓成 但離妄緣卽如如佛)”라고 쓰여 있다.

불갑사 일주문은 최근에 만들어 아직 단청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한 이삼년 더 건조시킨 다음 칠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주문의 가운데 기둥이 인상적인데, 나무를 가공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곳에서 절 쪽을 바라보니 길 왼쪽으로 꽃무릇이 아직도 빨갛게 피어있다. 보통 9월 중순경이 절정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기온이 높아 아직도 꽃들이 피어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꽃들이 이미 시들어 빨간색 군락의 절규를 느낄 수가 없다.

일부 꽃에서는 아직도 붉은 빛의 절규를 느낄 수 있다.
 일부 꽃에서는 아직도 붉은 빛의 절규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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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따라 양쪽으로 꽃무릇의 향취를 느끼며 우리는 강영란 선생의 해설을 듣는다. 꽃무릇이 퍼져나간 시원지가 영광이고, 꽃무릇에는 마늘처럼 강한 성분이 있어 해충이나 벌레를 물리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꽃무릇의 한자식 표기는 상사화(相思花)인데 이것은 꽃과 잎이 서로를 생각해주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다. 즉 잎이 자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에는 잎이 자라지 않는다.

불갑사에서 상사화를 소개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백합목 수선화과의 외떡잎식물로 학명은 Lycoris squamigera이다. 불갑산, 내장산, 변산반도 등 절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산기슭이나 풀밭에 분포하며 키가 50-70㎝ 정도 자란다. 보라색 계열의 붉은 꽃이 많다.

여섯 기의 부도가 나란히 서 있다.
 여섯 기의 부도가 나란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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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밭을 따라 산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왼쪽으로 부도밭이 보인다. 층이 있는 3단의 축대 위에 여섯 기의 부도가 나란히 서 있다. 그 양식이나 수법이 고려 후기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것으로 보인다. 그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이 각진국사(1270-1355)의 부도라고 한다. 각진국사는 말년인 1341년 이곳 불갑사에 주석하면서 불갑사를 삼창한 스님으로 유명하다.

동문선에 수록된 ‘불갑사 각진국사비’에 따르면, 스님의 이름은 복구(復丘)로 경상도 고성에서 태어나 10살 때 원오국사에게 출가한 다음 21살 때 승과에 장원급제한다. 이후 스님은 자각국사를 스승으로 삼아 정진하였으며 백암사(현재 백양사), 수선사(현재 송광사) 등에서 수행하면서 수선사의 제13대 사주가 되었다. 만년에 불갑사에 주석하다가 1352년에 왕사에 책봉되었고 1355년 백암사에서 입적하였다.

각진국사는 다음과 같은 임종게를 남긴다. 일주문 앞에 세운 돌비가 바로 국사의 임종게를 새겨놓은 것이다.

卽心卽佛江西老  마음이 곧 부처인 강서의 늙은이가
非佛非心物外翁  부처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물외의 늙은이가
鼯鼠聲中吾獨往  날다람쥐의 소리 속에 나 홀로 가노니
涅槃生死本來空  열반이니 생사니 하는 것이 본래부터 공허하구나.


각진국사 부도로 알려진 아담한 탑
 각진국사 부도로 알려진 아담한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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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불갑사에 부도탑이 세워졌고 4년이 지난 1359년 탑비를 세웠다. 그때 만들어진 부도탑이 여기 있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각진국사의 부도탑이려니 생각하는 수밖에. 양식으로 보면 조선 초기 또는 중기의 것으로도 보인다. 각진국사 부도탑 왼쪽으로는 석종형 부도가 있는데 이것 역시 고려말 석종형 부도를 모방한 형태로 보인다.

부도가 여섯 기 정도 있는 것으로 보아 불갑사가 역사에 비해서는 큰스님을 별로 배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찰들에 가보면 부도가 밭을 이루는 경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도밭을 지나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니 불갑사 경내에 이른다. 건물을 새로 짓는 불사가 진행 중이어서 절 안이 좀 어수선한 느낌이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 영광군 지역을 답사했다. 불갑사, 내산서원, 숲쟁이, 불교 최초도래지, 백수해안도로 등을 둘러 보았다. 이들을 보고 느낀 생각을 약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태그:#꽃무릇(상사화), #불갑사, #마라난타, #각진국사, #부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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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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