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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많이 읽은 학생일수록 학점이 높다.”
“선거정보 이용매체 포털이 신문을 앞질렀다.”
“DMB 시행 2년, 차별화된 콘텐츠 부재가 문제다.”
“이제는 융합시대, 매체 이용 장르도 바뀌고 있다.”

 

언론학자들과 언론계 중진 5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쏟아져 나온 의제들이다. 서로 해석이 상반되는가 하면 분석 방법도 다양하다.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전주에서 펼쳐진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학술대회에서 진단한 국내 언론시장의 풍향계는 ‘융합’, ‘뉴미디어’에 모아졌다.   

 

첫날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진행된 학술대화에서는 60개의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언론계의 큰 이슈들을 묶은 기획세션을 통해 단일 발제가 아닌 여러 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공동발제한 분야가 많았다는 점이다.

 

“오락성 기사 너무 많은 포털 책임성 강화를”

 

‘인터넷 포털검색 서비스에 대한 연구’분야의 기획세션에서는 2가지 주제를 놓고 5명이 발제를 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와 김위근 언론학 박사, 최민재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포털뉴스 서비스 체계 및 서비스 개선방안 연구’의 주제발표에서 포털뉴스 서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크게 4가지로 설명했다.

 

그 첫 번째로는 오락성 형태의 기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락성 기사들에 대한 새로운 기사원 발굴과 편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공적인 의제노출 기능 강화’, ‘토론공간으로서의 기능강화’, ‘제공기사의 출처와 책임성 강화’도 개선해야할 분야로 지적됐다.

 

또 이날 임종수 세종대 신방과 교수와 유승현 한양대 대학원생이 공동으로 발제한 ‘포털사이트뉴스 이용형태 연구’에서는 대선관련 보도 매체 접촉과 공정한 대선보도 매체 등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그 결과 응답자 중 49.6%가 TV를 통해 대선과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으며 31.8%는 포털을 통해, 12.0%는 유료일간지를 통해 얻는다고 답했다. 주로 편리성과 친근성, 속보성 때문이라고 했지만 발제자들은 포털이 신문보다 선거관련 정보이용자들이 더 많다는 점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또 다른 기회세션에서는 신문예찬론이 쏟아져 나와 시선을 끌었다. ‘대학생들의 뉴스이용과 비이용 패턴 연구’와 ‘젊은층이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 열독효과 실험’이란 두 주제를 놓고 4명의 신방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4명의 또 다른 신방과 교수들이 토론을 벌였다.

 

“대선보도 신문보다 포털 더 많이 이용”

 

 

서울과 대구, 전북지역 등에 있는 4개 대학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4개 집단으로 나누어 실험연구를 병행한 연구에는 최용준 전북대 교수와 손영준 국민대 교수, 최영재 한림대 교수, 김상호 대구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주제발표를 통해 “대학생들의 주요 뉴스이용 매체는 포털 뉴스와 TV뉴스로 습관적으로 신문을 이용하는 비율은 16%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주요 관심 뉴스는 스포츠, 오락, 연예에 치중돼 공공뉴스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공공뉴스를 주로 접하는 매체는 그나마 신문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교수들은 “신문열독이 지식, 학력, 정치 관심, 사회참여에 높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을 많이 읽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점이 평균 0.14점 높았으며 신문 열독자들은 TV나 다른 매체들의 뉴스도 많이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신문은 구독자 급감이라는 위기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는 이들 연구자들은 “젊은 층의 신문열독은 큰 틀에서 사회적 운동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DMB시행 2년, 콘텐츠 차별화 실패” 

 

 

이번 학술대회에서 시선을 모은 또 다른 기획세션은 ‘DMB 2년의 평가와 과제’였다. ‘DMB 산업의 전망과 과제’, ‘DMB 정책과 규제: 현행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DMB서비스 이용자’란 세 주제를 놓고 모두 9명의 교수와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을 벌였다.
윤석년 광주대 신방과 교수는 문제점과 개선방향에서 콘텐츠의 빈약을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사업자들이 나서서 이용자들에게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며 “가입자 확보만이 광고수익 보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은 이유를 면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융합시대의 미디어와 문화’에 대한 기획세션에서도 많은 의제가 던져졌다. 심미선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융합시대 미디어와 이용자’란 주제발표에서 이용자들의 형태를 고찰했다.

 

“이용자들의 매체별 장르를 비교분석한 결과, 단일매체 중심의 이용자들은 오락 장르를 즐겨 이용하는데 비해 다중매체 이용자들은 오락장르도 즐겨 이용하지만 시사, 보도 등의 교양장르도 다른 집단에 비해 많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융합미디어 시대는 소채널 시대와는 달리 장르가 매체와 내용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선거철, '카오스 민감효과' 주의해야”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인지 이와 관련한 주제도 시선을 끌었다. 전희락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선거캠페인에서의 이슈전개 과정에 대한 카오스적 접근’의 주제발표에서 ‘한나라당 후보검증공방’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많은 참여자들의 상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정치과정에서는 초기엔 미미하게 여겨지던 돌발요소들도 결국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한 불확실성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카오스에서 초기 민감효과는 일명 나비효과로서 본 이슈에서도 나타난다”는 전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경선에서 패한 이유는 분기현상을 일으키며 나타나는 이슈정의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현직 언론인들 중에는 언론학 박사인 이현경 SBS아나운서가 ‘비언어 전달행위가 TV 뉴스앵커 공신력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이란 주제발표에서 ‘자연스런 얼굴표정’. 몸짓언어‘가 뉴스앵커의 비언어 전달행위중 공신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연구결과를 통해 규명해 냈다고 주장했다.

 

또 정동욱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전문기자)은 ‘언론의 비판보도와 정부의 법적 대응에 관한 분석’을 최동성 <전북일보> 편집국장은 ‘인터넷 포털뉴스의 댓글의 여론형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지방대 교수 최초로 언론학회장 취임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학술대회와 함께 열린 언론학회 정기총회에서는 신구회장 이 취임식, 차기회장 선출이 각각 치러졌다. 특히 이날 34대 회장에 취임한 권혁남 전북대 교수는 학회가 창립 된지 약 50년 만에 지방대 교수로는 최초로 학회장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끌었다.

 

이밖에 한국언론학회가 5일 실시한 차기 학회장 선거에서 김정기(52)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누르고 당선됐다. 한양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김정기 차기 언론학회장은 미국 켄트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장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맡고 있다.

 

다음은 권혁남 한국언론학회 신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 지방대 교수로는 최초로 회장직을 맡게 돼 부담이 꽤 클 것으로 보인다. 취임소감이 어떤가.

“지방대 교수로는 처음 학회장에 당선된 만큼 기쁘기도 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에 어깨가 더 무겁다. 개인적인 기쁨 보다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소외돼 왔던 지방언론이나 여러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지방대 교수가 언론계 수장이 되는 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 회장 임기동안 역점을 두고 추친해야할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해 회장에 출마하면서 비전임 선진학자 연구지원 공모제 도입, 원로 교수님 연구 활동지원 및 보조, 지역학자 대상의 ‘지역성’ 연구 공모제와 지역학자 쿼터제, 학술지 창간 및 등재지 추진, 언론학회 연구논문 윤리 가이드 마련, 미디어 교육법 제정 추진 등 6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이 가운데서도 임기 내 연구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비전임 신진학자를 위해 연구기금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중·고교 교육과정에 미디어 과목을 개설하고 신문방송학과에 미디어 교사 인증제가 도입되는 미디어교육법 제정이 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에 주력하겠다.”

 

- 대선과 관련해서 구상하고 있는 학회차원의 행사가 있을 법 한데.
“11월쯤 대선 후보들의 언론 정책에 대한 입장과 실행 가능성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대선 후보의 언론 정책을 검증하는 자리는 사실상 처음이다. 또 내년 2월에는 학계와 언론계, 정계가 함께 참여정부 5년의 언론 정책에 대한 종합 평가를 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 '지방언론의 소외현상 극복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늘 강조해왔는데 학회 차원의 지원방안이 있겠는가.
“50여 년간 학회장이 중앙에서 선출되다 보니 학회가 중앙언론 중심으로 활동을 한 면이 많다. 때문에 지방언론이 소외 아닌 소외를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 지역 언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학회차원에서 전폭적인 관심과 대안제시를 다할 것이다. 특히 건전한 지역 신문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방법을 적극 찾도록 할 계획이다.


태그:#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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