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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게 하는 맘몬에게서 눈을 돌리라

 

오랜만에 하늘이 맑다. 점점 맑은 하늘 보기가 힘들어진다. 오랜 세월 뚜렷한 사계절을 가지고 있었던 강산이 몸살을 앓고 있는지 추석이 지난 후에도 열대야를 무색케 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치적거리고 연일 내리다시피하는 비와 궂은 날씨에 가을임에도 열매가 익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온다.

 

이 모두가 인과응보, 사람들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자연은 사람들의 횡포에 참고 또 참다가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음을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중이리라.

 

세상은 마치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을 것처럼 달려가고 있다. 세계화라는 괴물을 통해 '맘몬'이라는 신이 온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일까? 맘몬은 다른 것을 보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게 함으로 맘몬 아닌 다른 것을 무가치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맘몬만을 추구하며 살아감으로 인해 다른 이웃들(자연을 포함한)이 당하는 아픔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맘몬은 사람들이 자기 아닌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다른 것을 바라봄으로써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삶의 혁명은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데서 시작된다
 
낙엽이 되어 떨어지기까지 그들은 어떤 순환의 과정을 겪었을까?
 
그들에게도 이른 봄날 꽃샘추위와 싸우며 새순을 틔우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며, 따스한 봄날 나른한 햇살에 맘껏 피어나던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날에는 더 이상 야릿한 이파리가 아니라 진한 초록의 이파리가 되어 뜨거운 여름의 태양과 맞섰을 것이다. 태풍과 바람에 떨어진 것들도 있을 것이고, 이제 가을이 되어 스스로 자기를 낳아준 나무의 겨울나기를 위해 서둘러 떨어진 것들도 있으리라.
 
낙엽만을 보는 것, 그것은 그의 전부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그의 다양한 모습들을 유추하면서 그 하나의 낙엽이 그저 그런 존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네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작은 낙엽 하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작은 발견, 그러나 그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서 삶의 혁명은 시작된다. 그래서 맘몬은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경멸하게 만든다. 그것이 맘몬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시작이기 때문에. 맘몬은 더 많이 가지라고 하지만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본 사람들은 덜 가지라고 한다.
 
 
나무에도 살아온 세월의 경륜이 있다
 
낙엽에서 나는 비움의 철학을 본다. 나뭇잎이라는 것은 나무에 광합성작용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다. 가을이 되어서도 나무가 여름처럼 활발하게 광합성작용을 하게 되면 그만큼 물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겨울을 만나게 되면 그는 얼어 터질 수밖에 없다. 가을의 끝자락에 준비하면 너무 늦을 수 있다.
 
오래된 나무가 먼저 알록달록 단풍 옷으로 갈아입고 떨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무에도 살아온 세월의 경륜이 있는 것이다. 올해 막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들은 늦은 가을이 되어도 여전히 푸른 이파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싹을 틔운 모든 것이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 오기 전에 자기 몸에 있는 물을 적당히 배출하고 목마름을 감내할 수 있는 것들만 내년에도 새순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서 고목이 되어가는 것이다.
 
 
하룻밤 꿈일지라도 나는 맘몬에게서 자유로운 삶의 혁명을 꿈꾼다
 
아침 출근길에 나는 눈을 의심했다. 산수유가 벌써 빨갛게 익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가을은 저런 것이구나! 어느 날 갑자기 혁명처럼 다가오는 것이구나!'
 
작은 것을 추구하며 살아간다고 하면서도,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고 하면서도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돌아보면 맘몬이 닦아놓은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본다. 절망하면서 돌아보아도 또 그 길일 때가 얼마나 많은가? 맘몬이 가지라고 하는 것을 갖지 못해 절망하고, 그것이 나를 옭아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약에 취한 것마냥 길이 아닌 길을 걸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이러다가 오래 못 가지 하면서도 오래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맘몬의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삶의 혁명을 꿈꾼다.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될 날, 그리하여 하루하루 넉넉하게 내가 흘린 땀방울만큼 행복해 하며 살아가는 그런 삶을 꿈꾼다.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툇마루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그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우리 아이들이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지혜가 되어 자라나는 그런 꿈, 맘몬의 세상에서 혁명 없이는 불가능할 그런 꿈을 이 가을에 꿈꾼다. 하룻밤 꿈일지라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 홈피 <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 #낙엽, #맘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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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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