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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시내에 있는 공산성은 64년간 왕도를 지킨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이다. 그런데 지난 3일, 이곳에 참새 떼가 몰려왔다. 다름아닌 백제 유적 답사를 온 초등학생들이다.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늘어서 있는 걸로 봐서 꽤 많이 온 것 같다. 제제 제제, 왁자지껄. 시끄럽다기보다 역동성이 넘쳐 났다.

공산성의 서쪽 관문...답사 나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 금서루 공산성의 서쪽 관문...답사 나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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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정신이 없는데 어른들만 행여 안전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몇 번씩 주의를 준다. 점심을 먹을 때도 참새 떼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가 간 식당에도 한 팀이 들어 왔는데,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일어나자.

"너희들 입이 두 개지?"하고 시중을 들던 아주머니가 대뜸 묻는다.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 "밥먹는 입 하나, 말하는 입 하나. 맞지, 그렇지?" 한다.

금서루를 넘어 가니 공북루 앞마당이 분주하다. 10월 6일부터 열리는 '고마나루' 향토 연극제 준비 중이란다. '전국의 숨겨진 설화와 민속적 소재를 발굴, 재창조하기 위한 연극제' 라니 새삼 기대가 된다.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우리, 옛 것이 아주 자취를 감추기 전에 발굴 재창조하겠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향토 연극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 공북루 앞마당 향토 연극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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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북쪽에 있는 문으로 강변에 있어서 강남과 강북을 왕래하는 남북통로의 관문이었다.
▲ 공북루 공산성 북쪽에 있는 문으로 강변에 있어서 강남과 강북을 왕래하는 남북통로의 관문이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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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와 "구마"는 곰의 순수한 우리말 옛 이름으로, 한자로 표기하기 전까지는 공주를 일컬어 "고마나루"라 하였다고 한다. 고마나루는 공주의 서쪽에 있는 금강나루와 그 강변 일대를 가리키는 말로, 옛날에는 공주에서 청양, 예산 등 서쪽방면으로 가거나 그 방면에서 올 때 반드시 이 고마나루에서 나룻배로 강을 건너야 했다고 한다.

구 공주대교. 지금은 신공주대교가 있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공주대교 앞에는 금강 옛다리 가설 흔적이다.
▲ 공주대교 구 공주대교. 지금은 신공주대교가 있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공주대교 앞에는 금강 옛다리 가설 흔적이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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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처녀곰과 나무꾼 총각에 얽힌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현재 고마나루 북쪽에 솟은 연미산 중턱에 전설 속 곰이 살았다는 곰굴이 남아 고마나루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마을에서는 곰의 원한을 풀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하여 나루터 인근에 곰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왔다고.

가을날답게 금강둔치 시민공원의 열기가 뜨겁다. 확성기 소리와 갈대의 손짓에 화답하려고 서둘러 다리를 건넜다. 공주시민 건강축제 한마당이 벌어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사회자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금강둔치 시민공원에서 훌라후프 경연을 펼치고 있는 아이들...
▲ 공주시민 건강 축제 한마당 금강둔치 시민공원에서 훌라후프 경연을 펼치고 있는 아이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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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초등학생 훌라후프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손뼉치며 돌리기 한 발 들고 돌리기 등 사회자의 주문이 이어지고 탈락한 아이들은 그 자리에 앉아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 본다. 작은 몸이 커다란 훌라후프를 돌리며 유연하게 움직인다. 몸치인 나로서는 거의 신기에 가까운 동작이다.

뜨거운 열기를 뒤로 하고 영평사로 향했다. 구절초 축제라니? 처음 들어보는 축제 이름인데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여덟 번째란다. 영평사(주지 환성 스님)은 쑥부쟁이, 들국화, 선모초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구절초의 청초한 모습에 반해 사찰주변 15000평을 군락지로 가꿨다고 한다.

영평사 대웅전...
▲ 대웅전 영평사 대웅전...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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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반. 길가에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앞으로 전진하다가 나오는 차에 밀려 두어 번 후진, 그리고 또 전진. 그제야 축제의 열기를 깨달았다. 오후에 왔으니 망정이지 일찍 왔더라면 한 나절은 꼼짝없이 묶일 뻔했다.

꽃향기에 제대로 초대 받은 손님들...
▲ 구절초 꽃과 나비 꽃향기에 제대로 초대 받은 손님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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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꽃과 연꽃과 함께 있는 불상
▲ 불상 구절초 꽃과 연꽃과 함께 있는 불상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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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을 열자마자 쳐들어 오는 건 쌉싸레한 향기. 쑥향 같기도 하고 한약 냄새 같기도 한 진한 향기다. 옛말에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는데, 구절초가 그 대표적인 식물이다. 아이 엄마가 아기 젖을 뗄 때 젖에다 바르고 먹이기도 했던 구절초. 한 번 쓴 맛을 본 아이는 젖꼭지만 봐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로 쓰다고.

어린시절 내 언니들은 구절초를 고아서 만든 엿을 먹었다. 엿보다는 묽고 조청보다는 되서 수저로 떠 먹었다. 언니들이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나도 한 입 덥석 먹었다가 써서 혼이 난 적이 있다.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가을이면 흔하디 흔하던 구절초 꽃으로 군락을 가꿔 꽃 산사를 만들었으니,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신나게 즐기는 영평사, 구절초 축제
▲ 구절초 축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신나게 즐기는 영평사, 구절초 축제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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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는 잔치 국수를 주었다고 하고 구절초 사진 촬영대회도 있어서 멋있는 사진도 전시돼 있었다. 구절초 꽃차 시음회도 하고 있었다. 꽃차를 한 잔 청하자 뜨거운 물에 담갔던 찻잔에 찻물을 따라 주면서 '다 드시고 또 드세요'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지금은 또 드시라는 말을 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네요. 아까는 줄이 워낙 길어서 앞 사람 얼굴 쳐다 볼 새도 없었는데' 한다.

이 꽃길 따라 걸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 구절초 꽃길 이 꽃길 따라 걸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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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산사따라, 그리고 온 동네에 피어 있는 그 하얀 꽃을 보러 정말 많은 인파가 모여 들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물장난도 치고 이리저리 뛰면서 즐거워하고, 어른은 어른들 대로 오솔길을 걸으며 분위기를 낸다. 나는 발코니에 쑥갓 꽃 한 송이를 피워 놓고도 호들갑을 피웠는데 동네가 온통 구절초 꽃이니 정말 은은한 음악을 귀가 아닌 눈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덧붙이는 글 | *백제문화제 - 10월 11일 - 10월 15일
장소 : 충남공주 일원
*고마나루 전국 향토 연극제 - 10월 6일 - 10월 14일
장소 : 공북루 야외 무대, 쌍수정 야외 무대
*구절초 축제 - 9월 29일 - 10 월 31일
장소 : 충남 공주시 장기면 장군산 자락의 영평사



태그:#공주, #백제문화제, #구절초 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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