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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선의 드로잉 작품 '소망'
▲ 소망 노영선의 드로잉 작품 '소망'
ⓒ 노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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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느 해 겨울, 보름 동안 스리랑카를 여행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아름답고 고귀한 문화유산들이 방치된 것을 보았다. 자신들의 문화유산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모른 채 외래문화를 무작정 모방하고 따라가는 것이 무척 가슴 아팠다고 한다. 그리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가는 '나는 누구인가?'라며 고민했고, 그에 대한 해답 찾으려고 자와 연필을 들고 무작정 드로잉을 시작했다고 하던가? 반듯반듯하게 그어지는 직선의 기하학적인 도형이 가슴에 설렘으로 다가왔고, 100여 장의 드로잉을 마치면서 단순하고 내성적인 그리고 감수성이 풍부한 열정 덩어리를 가진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한글의 모티브에 작가 자신을 투영한다.

한글의 자모음을 자유로이 변형하여 나오는 기하학적인 도형 위에 음양오행의 오방색을 칠한다. 오방색이 가장 현란하게 드러난 색동저고리가 무병장수를 비손하는 것처럼 그런 마음을 담아냈다.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자주 쓰는 아름다운 말들 가운데 ‘믿음, 소망, 사랑, 우정’의 네 낱말 속의 자모음을 변형하여 64장의 드로잉을 하고 14점의 화포(畵布, 캔버스)에 담아낸다.

노영선의 드로잉 작품 '우정'
▲ 우정 노영선의 드로잉 작품 '우정'
ⓒ 노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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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선의 드로잉 작품 '사랑'
▲ 사랑 노영선의 드로잉 작품 '사랑'
ⓒ 노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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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선의 드로잉 작품 '믿음'
▲ 믿음 노영선의 드로잉 작품 '믿음'
ⓒ 노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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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보이지만 작품들은 흰색은 40번, 노랑은 30번 나머지 빛깔들은 무려 20번을 덧칠한 다음에 나온 것이란다. 드로잉을 하기 위한 끈기를 보는 듯하다.

‘드로잉(drawing, 소묘)’은 무엇인가? 주로 빛깔보다는 선(線)이란 수단을 통하여 대상의 형태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는 미술의 한 갈래이다. 드로잉은 인간의 의식, 무의식, 잠재의식 속에 있는 그 어떤 생각과 그것의 형성과정, 활동, 성장, 소멸 등을 갈고리로 끄집어 내는 행위라고도 말한다. 일반 대중에겐 낯익은 모습은 아니지만 드로잉은 직설적이고 신선하고 생명력이고 발상 그 자체이기도 한다나?

그럼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평창동의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열린 '노영선의 한글이야기 2007전'은 노영선 작가 그 자체이리라. 그 작품 속에서 나는 한글을 보고, 오방색을 찾고, 노영선을 들여다 본다. 뭔가 작가의 순수한 열정,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만 같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 노영선
▲ 노영선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 노영선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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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이영재는 노영선의 작품을 이렇게 말한다. “이 작가의 문제 접근방식과 해결을 위한 진지한 탐구자세 그리고 본질을 찾으려는 순수함을 고려해 볼 때, 분명히 언젠가는 나름의 설득력 있는 해결방안을 보여주리라고 보며, 또한 미술사에서 어떤 자취를 남길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스위스 취리히 콩그레스 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아트페어에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타쉬켄트 국제 비엔날레 특별전, 경남 환경미술대전 초대작가전, 원불교 미술협회전, 목아박물관의 한글 새김전 등 여러 전시회가 계획되어 바쁜 10월을 보내야만 한다.

젊은 한 작가의 내면을 잠시 훔쳐보고서 나는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아련히 떠오르는 한 아름다움을 가슴 속에 담는다. 작가는 이 가을,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내게 드로잉의 서정을 선사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영선, #드로잉, #한글이야기2007,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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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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