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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와 복숭아 농사로 잘 알려진 마을이 물고기 농사를 짓는 마을로 바뀌고 있다. 벼가 자라고 있어야 할 논에 관상어 양식장이 들어서면서 물고기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 원반교마을. 한 농부의 발상의 전환을 통해 농촌과 지역을 먹여살릴 향토산업 수출전략단지가 건설되는 현장이다.  

 

 

향토산업도 일으키고 지역공동체도 살리고

 

“원래 이 마을은 배, 복숭아 등 과수생산으로 유명했어요. 26년 쯤 됐네요. 농촌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오로지 물고기 양식에만 매달려왔죠. 이제 완주의 명소 물고기마을로 유명세를 치를 정도가 됐지요.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농촌에서 살아갈 희망과 대안을 발견했다고는 말할 수 있지요”

 

평범한 농촌마을을 특별한 물고기마을로 바꿔 낸 주역 류병덕대표. 1980년대 초반 류대표가 논 한 쪽에 금붕어를 키워 적지 않은 수익을 내자 마을 전체 35개 농가 중 고령농가 등 형편이 되지 않는 농가를 제외한 12 농가가 양어업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이제 원반교마을은 6만여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관상어단지로 탈바꿈했다. 

 

 

벼 농사 수입의 5배

 

“마을에서 생산되는 관상어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85%를 차지하고 있어요. 동남아 등에 수출까지 하고 있고요. 농가당 연간 소득이 2~3억원에 이르고 있지요. 벼 농사 수입의 5배가 넘는 고소득을 올리는 셈이지요.”

 

물고기마을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토양과 기후 같은 자연환경도 한몫했다. 살균력이 뛰어난 황토 토질이라 물고기가 질병에 잘 걸리지 않았고 뚜렷하고 아름다운 색깔을 내는 상품성 좋은 관상어를 생산할수 있었다. 섭씨 10도~25도에서 잘 자라는 금붕어의 생장에 알맞게 겨울이 비교적 짧고 여름 기온이 크게 높지 않는 지역의 기후도 강점으로 빼놓을 수 없다.

 

그렇게 3∼4개월 키운 비단잉어 한마리 4000원, 1년 된 금붕어가 1㎏에 1만2천∼1만3천원 정도. 관상어 양식이 이처럼 고소득 사업으로 떠오르자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던 마을 젊은이들이 도로 귀향해 마을공동체도 살리고 지역도 활성화시키는 효과마저 거두고 있다.


향토산업 10억원 지원

 

물고기마을이 관상어 양식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생태체험학습장까지 개장해 농촌체험관광의 명소로 떠오르면서 농림부 등 정부의 각종 지원책도 잇따르고 있다. 물고기를 테마로 한 마을단위의 소득사업이 가능성이 있는 농촌과 지역활성화의 대안으로까지 평가받은 것이다.

 

우선 올해 농림부 2008년 향토산업육성 사업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내년부터 3년에 걸쳐 수출단지 기반 조성사업비 등으로 국비 10억원을 지원받는다. 이에 따라 종어 구입, 축양장 시설 구축, 경매장 시설 구축 등 동남아, 미국 등 해외수출을 위한 수출전략단지 기반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양어 농가들의 숙원으로 역시 류대표가 앞장 서고 있는 영어조합법인 설립도 탄력을 받고 있다. 관상어의 체계적 생산 및 판매, 사업 경쟁력 강화, 세계적 명소 육성 등을 사업목적으로 12 농가와 공동 추진하고 있다. 공동으로 출자해 법인을 만들고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판매해 마을공동체의 결속력도 더욱 다지고 사업의 효율성과 부가가치도 더 높여보겠다는 계획이다.

 

마을만들기 사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완주군에서 자제적으로 추진중으로 5억원이 지원되는‘파워빌리지’사업 예비후보지로도 선정되었다. ‘보조금 나눠먹기 식’ 이 아닌 지역특성에 맞는 주민참여형 마을로 다양한 소득사업을 개발하겠다는 이 사업의 취지에 지속가능한 소득원의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물고기마을의 사례가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 물고기테마마을의 꿈

 

 

“26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양어업이란 업종 때문에 농촌이지만 농림부와 해수부의 사이에서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했어요. 그동안 외롭게 고군분투하느라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많았지만, 이제 향토산업 선정도 됐고 마을만들기 사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고향마을을 세계적인 물고기 테마마을로 만드는 희망과 꿈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류대표는 5000평의 양어장에 금붕어, 비단잉어 등 관상어를 비롯해 숭어, 잉어, 향어 등  등 80여종 200여만 마리의 물고기를 양식하고 있다. 지난해 3억원의 고소득을 올렸다.

 

올초부터 양식장을 물고기 생태체험학습장으로 가꾸고 5월에는 처음으로 물고기축제도 열었다. 인형극 등 공연, 백일장, 물고기 먹이주기 등 체험행사, 물고기 전시 등 볼만한 프로그램으로 구성, 전국 각지에서 1만명의 탐방객이 다녀갔다.

 

그동안 수억원을 들여 잔디구장, 생태습지, 수생식물 체험장, 인공폭포, 대형인조물고기, 물레방아, 입체형 아쿠아리움, 실내수족관 등을 갖췄다. 물고기를 테마로 새로운 경관농업의 사례까지 제시함으로써 차별화된 농촌관광체험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역을 살리는 마을

 

 

얼마 전에는 이서면 이장협의회에서는 물고기마을에 감나무 100그루를 전달했다.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은 원반교마을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에 더욱 앞장 서달라는 당부와 기대가 담긴 지역공동체의 선물이었다. 이제 물고기 마을은 이서면의 자랑이자 완주군의 명소가 된 것이다.

 

26년 전 한 젊은 농부가 논을 양식장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으로 한 마을은 바뀌기 시작했다. 물고기마을은, 한 마을이 마을을 넘어 이서면과 완주군이라는 한 지역을 살리고, 결국 대한민국 농촌의 미래와 세계를 이끌 수 있는 농촌지역 활성화의 좋은 본보기이다.

덧붙이는 글 | 오래된미래마을(http://cafe.daum.net/Econet) 원주민 정기석이 쓴 이 기사는 농경과원예 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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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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