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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상림공원에 만개한 꽃무릇.
 함양 상림공원에 만개한 꽃무릇.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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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의 마지막날인 지난 26일 함양 상림공원을 찾았다. 차량정체를 피하기 위해 새벽3시에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예상대로 가는 길은 한산했지만 마산으로 들어오는 반대편의 남해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보였다. 산인분기점에서 남강휴게소 후방 약 5km까지 차량이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있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이 든 운전자도 많이 보였다. 산청휴게소에서 우동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상림공원에 도착하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다.

오는 길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새벽 안개에 덮힌 꽃무릇을 촬영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안개는 거의 걷힌 상태였다.

이른 시간인데도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마을 주민들이 제법 많다. 4년만에 다시 찾은 상림공원은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주차장도 없었는데, 이제는 넓은 주차장에다 주민들을 위한 운동기구와 관광안내소, 매점까지 들어서 있다. 그리고 주차장 주변에는 식당들도 많이 들어서 있다. 연잎이 무성한 연못도 보인다.

그리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꽃무릇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숲속의 한켠을 차지하고 주인공 행세를 한다. 너무 어두워서 촬영이 어려워 차안에서 1시간 정도 잠을 잔 후 촬영했다.

함양상림공원에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함양상림공원에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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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가 넘어서자 여명이 밝아온다. 하지만 촬영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삼각대를 세우고 ISO를 최대한 높여서 촬영을 해보지만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꽃에 후레시를 비추면서 초점을 맞추고 셔터스피드를 낮춰봐도 꽃 색깔이 살지 않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7시경 해가 떠오르면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하나의 꽃대에서 여러갈래로 꽃이 무리지어 피면서 20~30 여개의 수술이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 모습이 이채롭다.

연리목 뒤로 꽃무릇이 보인다.
 연리목 뒤로 꽃무릇이 보인다.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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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무리를 따라 가다보니 연리목이 보였다. 안내표지판에는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몸통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연리목이라 하고 가지가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연리지가 한다’라고 나와있다.

이 연리목은 특이하게도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뿌리 윗부분부터 몸통이 서로 붙은채로 올라와서 함께 자라고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이 나무 앞에서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면 부부간의 애정이 더욱 두터워지고 남녀간의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온다. 연리목 뒤로 꽃무릇이 어우러진 풍경 앞에서 가을의 깊이가 느껴진다.

연리목을 지나 상림공원의 숲 한복판으로 들어가자 꽃무릇이 시선을 압도한다. 산책로가 나 있는 양 옆으로 붉은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상림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으로 알려져 있다.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늘 위로 꽃무릇이 꽃대를 꼿꼿이 세운채 붉은 꽃을 피워올린다.

꽃무릇 꽃망울 위에 방아깨비가 앉아 있다.
 꽃무릇 꽃망울 위에 방아깨비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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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잠자리.
 꽃무릇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잠자리.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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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이 만개한 뒤에 서 있는 한 나무에서 버섯이 자라고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룬다. 꽃무릇의 자태를 카메라에 담는 나그네가 제법 많이 보인다. 꽃 위에 잠자리가 올라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어 한결 여유롭다. 이제 막 꽃망울이 올라오는 꽃대 위에는 여치가 앉아서 쉬고 있다.

돌을 쌓아 탑처럼 만들고 그 위에 새끼줄을 걸친 서낭당도 꽃무릇과 어우러지며 멋진 조화를 이룬다. 꽃무릇 뒤로 보이는 사운정과 산책로가 만들어내는 풍경도 운치를 자아낸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산책로 양 옆으로 붉은 꽃물결을 이루고 위쪽으로는 쭉쭉뻗은 나무들이 만들어낸 초록빛 물결이 펼쳐진 가운데 정자가 세워져 한폭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만개한 꽃무릇 뒤로 서낭당이 세워져 있다.
 만개한 꽃무릇 뒤로 서낭당이 세워져 있다.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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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이 활짝 핀 산책로 사이로 걸어가는 필자.
 꽃무릇이 활짝 핀 산책로 사이로 걸어가는 필자.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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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작품사진 만들기에 들어갔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삼각대를 세우고 10초 모드로 해서 셔터를 누르고 포인트가 될 만한 자리에 뛰어가서 섰다. 그러기를 몇 차례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서야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꽃무릇 틈바구니에서 원추리가 힘겹게 꽃을 피워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서 촬영을 접고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추석연휴의 이른 시간이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몇 곳을 돌다 10시 30분부터 음식을 준비한다는 '하늘바람'이라는 전통찻집에서 연잎수제비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들깨와 연근을 갈아 수제비 육수를 만들어서 수제비를 끓인다고 했는데 11시가 거의 다되어서 상이 차려졌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연잎차와 연잎양갱이 후식으로 나왔다. 연잎차는 연잎을 따서 잘게 썰어, 덖은 후에 말리면 차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연잎차는 카페인이 없어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고 한다.

연근양갱은 연근과 연잎을 갈아서 만든다고 했는데, 별로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들었다. 연잎수제비는 점심때만 판매한다고 했는데, 저녁의 경우 미리 예약하면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의령의 목도수목원에 들른 후 집으로 돌아왔다.

상림공원 숲속에 만개한 꽃무릇.
 상림공원 숲속에 만개한 꽃무릇.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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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정수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태그:#꽃무릇, #상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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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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