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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캠퍼스를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학생들이 캠퍼스를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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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 일자리 창출에 힘쓴다고 했잖아.”
“하지만 과거로 후퇴하는 공약은 절대 사절이야, 옛날처럼 삽 들고 땅 파는데 취업할래?


나는 대학교 4학년, 취업을 앞 둔 학생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여느 대학생처럼 대선에 대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분명 대선보다는 내 상황만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래서 생각 없는 대학생, 개념 없는 대학생이라는 말이 나오나보다. 오로지 자신의 문제가 전부인 줄만 알아서….

하지만, 과연 그럴까?  뚜껑을 열어보니 꽤 심오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21일 순천향대학교 15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 및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주로 기자의 학교 선․후배들, 그 밖의 지인들이다. 어떤 이들은 말 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 때 다 풀어놓겠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2007년 대선에 대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세는 역시 이명박? 하지만...

너도 나도 경제를 외치며 반드시 경제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주장한다. 매일 TV나 신문에서 떠들어서 그런지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대통령이라고 확신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27살, 졸업을 앞둔 김아무개 학생은 “경제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경제가 튼튼해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며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남학생이 덧붙인다. “물론 대통령이 된다 해도 한 번에 급변하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경제가 안정이 되어야 한다” 며 “있는 사람들의 경제 말고 진심으로 서민을 위하는 경제 발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대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인터뷰 결과이다. 구체적인 공약 1순위로 지방대 차별화 철폐를 꼽았다.
 대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인터뷰 결과이다. 구체적인 공약 1순위로 지방대 차별화 철폐를 꼽았다.
ⓒ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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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취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마찬가지로 취업을 앞둔 4학년 이아무개 학생은 “청년 실업을 막기 위해 이명박 후보가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 는 공약을 크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자리? 너 경부운하 만드는 데 가서 삽질할래? 지금이 무슨 우리 태어나기 전 70년대도 아니고 자꾸 공사해서 환경 파괴하고 국민세금 뜯고, 그게 무슨 공약이야. 경부 운하 만드는 돈 다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거잖아. 과거로 후퇴하는 공약은 절대 사절이야.”

인터뷰 초반인데도 서로 이야기 하려 하며 후끈 달아올랐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지 내심 기대했다.

이어서 말을 이은 사람은 2학년 이아무개 학생. 그 역시 이명박을 지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서울시장시절의 업적 때문” 이라는 것이다. “청계천과 버스노선을 정리 한 업적을 높이 사 대통령이 되면 무엇인가 해낼 것 같다” 는 굳건한 믿음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또 반론에 부딪쳤다. 이구동성으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 허물이 많은 후보, 대통령의 자질이 없는 후보라는 것이다.

인터뷰 대상에서 제일 나이가 적은 1학년 최아무개 학생이 슬쩍 입을 연다. “땅 문제만 해도 정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마당에 왜 국민들은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감싸주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어 “다른 후보 누군가가 땅 문제가 있었다면 이처럼 입 다물고 있지는 않을 것” 이라며 “모든 것을 따져보고 검증이 되었을 때 대통령 후보가, 나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도 1학년이라고 어리게만 봤다가 새삼 놀란 눈치다. 여기에 다른 학생이 한마디 덧붙인다.

“그게 한나라당 이니까… 자리를 잘 잡은 탓도 있는 것 같다” 이게 무슨 소린지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도 의아한 눈빛이다. 

벤치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학생들
 벤치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학생들
ⓒ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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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나라당 세력이 우리나라에 너무 강하고 높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또한 한나라당 세력이 많으니 감싸주려고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또한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후보 덕을 본 점도 있죠. 자리를 잃어가던 한나라당을 일으켜서 국민들한테 어필 한 게 누구예요? 저는 박근혜라고 생각하는데요, 범여권도 휘청거리고 당은 한나라당이 안정되어 보이고… 경선에서 당선 되었다면 박후보를 뽑겠지만 떨어졌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명박을 뽑는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여기저기서 '동의'하는 의미의 탄성이 들렸다. 실제로 아직도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재치 있게 남학생이 말한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 합니다. 잘사는 사람들을 위한 나라가 아닌 서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행에 조금만 신경써주세요” 최근 언행 파문을 의식한 듯 강조한다.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웃는다.

정치색이 진보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은 범여권?


범여권 후보들을 지지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아직 경선중이라 의견은 분분했지만 대체적으로 정동영 후보와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이 많았다.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한 학생은 “정치색깔이 너무 보수적이지도 않고 진보적이지도 않아서 중립적인 색깔의 정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정동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앵커 때 이미지를 많이 보고 신뢰하는 경우도 있어요. 앵커의 향기가 묻어나서 왠지 국민한테 거짓말은 안 할 것 같아 보이니까요. 저희처럼 아직 어린 사람들은 솔직히 이미지를 먼저 보잖아요.”

실제로 설문 인터뷰 대상자 중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동원경선 의혹은 꼭 해결해야 합니다. 정말, 이제는 한 치의 비리도 없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니까요.”

학생들은 누구를 지지하건 정직한 후보를 원하고 있었다. 워낙 나라가 비리 문제로 시끄러운 터라 이러한 목소리는 더 강했다.

이어서 손학규를 지지한다는 4학년 여학생이 말을 시작했다. “사실 한나라당 탈당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되긴 했지만 그만큼의 열정과 신념이 있으니까 그 길을 택한 거라고 생각한다.” 며 “경기지사 당시 많은 일자리를 창출 했고 리더십 있는 행동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역시 과거의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들 역시 과거 경기도지사 당시의 손 후보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현실가능한 공약, 서민들에게 필요한 정책 이 모두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이 아닐까?
 현실가능한 공약, 서민들에게 필요한 정책 이 모두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이 아닐까?
ⓒ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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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실용적이고 정직한 후보를 원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들이다. “작지만 실천 가능한 공약, 꼭 필요한 공약이 좋아요. 우리가 당장 졸업해서 비정규직으로 나앉게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무엇보다 시급한 건 비정규직 철폐 아니겠어요?”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앞 다퉈 말한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여학생은 “민주노동당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내세워서 맘에 든다.” 며 “우리나라 농업에 대해서도 유일하게 큰 관심을 보이는 당이 최고” 라고 주장했다.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한미FTA가 불공평한 협상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해결해 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3수가 쉬운 말이 아니잖아요. 그만큼의 나라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들이 권영길을 지지하는 이유다.

비교적 늦게 대선 출마를 결심한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정치와 경영은 다르지만 그래도 다른 후보들 보다는 이미지가 깨끗하고 기업인으로서도 좋은 활동을 많이 한 사람” 이라며 “그의 가족들도 굉장히 서민들의 입장을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들” 이라고 설명했다. (2학년 이아무개 학생)

군대를 다녀와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3학년 남학생도 문 후보를 지지하며, “기존 정치권 인물들과는 다른 가장 신선한 후보라는 점에서 점수를 높이 준다.”고 덧붙였다.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야기는 더 흥미 있었다. 하지만 흥미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의견을 조율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본다는 것이 이번 설문 인터뷰의 가장 큰 보람이 아닐 까 싶다.

각 정당들의 경선이 끝나고 후보가 정해진 후에는 선 ․후배들과 술 한 잔 곁들이며 허심탄회하게 말할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다.


태그:#대학생 설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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