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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국의 시조 수로왕에 얽힌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 김해 무척산(702.5m) 정상 바로 아래 있는 천지못. 가락국의 시조 수로왕에 얽힌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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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산 정상 바로 아래 고요한 못이 있는 김해 무척산(702.5m, 경남 김해시 생림면)을 찾았다. 지지난해 늦가을에 직장 동료와 둘이서 단풍이 물든 그 고운 산길을 걸어가면서 마치 수채화 같은 풍경 속으로 그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며 소리를 질러 댔던 곳이다.

오전 9시에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이가 지긋해도 나를 친구처럼 대하는 김호부 선생님과 만나 김해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 선생님은 산을 좋아해서 그런지 마음은 늘 청춘이다. 우리가 김해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5분께. 거기서 김해에 사는 조수미씨와 만나서 함께 무척산을 향했다.

 
▲ 상쾌한 가을 바람과 노닥노닥 이야기하는 것 같은 코스모스 꽃을 보면 콧노래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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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25분 남짓 가니 무척산 주차장이 나왔다. 주차장 위쪽으로 있는 석굴암이란 절 앞에는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상쾌한 가을 바람과 노닥노닥 이야기하는 것 같은 코스모스 꽃들을 바라보면 왠지 경쾌한 기분이 들어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어진다.

우리는 모은암에 먼저 들렀다가 무척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무척산(無隻山)은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에 얽힌 전설이 있다. 수로왕의 국장 때 왕릉 자리에 땅을 파니 물이 자꾸 고였다고 한다. 그래서 수로왕비 허황옥을 인도에서부터 수행해 온 신보가 무척산 정상 가까이에 못을 파서 수로왕릉의 물줄기를 잡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때 판 못이 바로 지금의 천지못이다.

 
▲ 바위 틈새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모은암 산신각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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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은암(母恩庵)은 가락국 제2대 왕인 거등왕이 어머니 허황후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곳으로 올라가는 길에 은은하게 들려오던 목탁 소리가 내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 주었다. 지금도 모은암을 생각하면 바위 틈새로 난 계단 따라 있던 산신각과 어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울려 퍼질 것만 같던 범종을 둔 모음각(母音閣)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는 이제 모은암에서 나와 느긋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어갔다. 무척산은 산세가 험한 편이지만 지그재그로 난 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그다지 산행은 힘들지 않다. 그래서 번잡을 떠는 일상에서 벗어나 숲길에서 사색에 폭 잠기고 싶다면 무척산 산행을 권할 만하다.

 
▲ 김해 무척산에서 내려다본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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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지는 물소리가 주는 유쾌함이 내 마음속으로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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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세찬 물소리가 들려와 올려다보니 작은 폭포였다.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여름을 왈칵 쏟아 내겠다는 기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추락의 아름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 폭포가 아닌가. 떨어지는 물소리가 주는 유쾌함이 점차 내 마음속으로 녹아들었다.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 정호승의 '문득'

그런데 내가 늘 애틋한 그리움으로 무척산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정상 바로 밑에 고여 있는 잔잔한 천지못 때문이다. 낭만적, 환상적, 이색적인 풍경이다. 사실 그렇게 단어들을 늘어놓아 보지만 그 아름다움을 한마디로 표현할 만한 단어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온갖 시름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오래 머물다 간 자리일 것이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지못 둑에 앉아 그저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있는 척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수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을 연인들의 수줍은 얼굴을 나는 괜스레 그려 보기도 했다. 게다가 산 정상 가까이에 고요한 못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스럽다.

 
▲ 김해 무척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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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못에서 무척산 정상까지 거리는 1.2km이다. 우리는 천지못을 따라 나 있는 운치 있는 길로 갔다. 못으로 내려가 손을 담가 보기도 하면서 산책하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무척산 정상에 오른 시간은 오후 1시 20분께. 정상은 좁은 편이나 조망이 좋아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멀리 구불구불 흘러가는 낙동강도 정겹게 보인다.

우리는 올라온 길로 다시 하산을 했다. 그리고 조수미씨 동네에 있는 음식점에 들러 늦은 점심을 한 뒤 주남저수지(경남 창원시 동읍 가월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점심을 오래 하는 바람에 5시 40분께 주남저수지에 도착했다.

 
▲ 창원 주남저수지. 멀리 새들(가운데)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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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남저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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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용산,동판의 세 개 저수지로 이루어져 있는 주남저수지는 이름난 철새 도래지로 180만 평 정도의 규모이다. 찬 바람이 부는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시베리아나 중국 등지에서 재두루미, 쇠오리, 큰기러기, 청둥오리, 흰죽지 등 철새들이 날아와 이듬해 3월말까지 그곳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 주남저수지 연꽃단지에서. 쪽배를 타고 "에헤야~"하며 노래 부르던 조수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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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남저수지 전망대 맞은편에 조성된 연꽃 단지에도 내려갔다. 가시연꽃, 빅토리아 수련, 홍련을 구경하다 보니 벌써 날이 어둑해져 아쉬웠다. 조수미씨는 못에 띄워 놓은 쪽배를 타고 "에헤야~"하며 노래를 불러 댔다. 나는 연밥이 그렇게 예쁜지 그날 처음 알았다. 갑자기 연밥으로 쑨 고소한 연자죽 한 그릇이 생각났다.

 
▲ 연꽃단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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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해무척산, #창원주남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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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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