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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가장 풍요로운 전통명절 추석이 바로 내일입니다. 큰 명절이 다가오고 시골에 내려갈 일이 없으니 가족들이 모두 집안에 있어야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네요.

 

외국에 나가있는 큰 아이는 그렇다 쳐도 둘째와 셋째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모두 외출하고 결국 오늘도 아내와 단둘이 송편을 만들었습니다. 송편을 만들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제가 만든 송편과 아내가 만든 송편은 금방 구분이 됩니다.

 

본래 손재주가 없는 내가 만든 송편은 아무래도 맵시가 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정성껏 솜씨를 부려 봐도 예쁜 모양이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껏 만들어 놓은 송편들이 볼품없는 모양이어서 엉뚱한 짓을 했습니다. 다른 송편 다섯 개 크기의 왕송편을 만들어 본 것입니다.

 

“이 송편 어때? 아주 먹음직스럽지?”
내가 커다랗게 만든 왕송편을 찜통 가운데 자리에 턱 놓았더니 아내가 그 모양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그게 무슨 송편이람, 꼭 황소개구리 같은 걸.”
제가 만든 왕송편이 졸지에 황소개구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대로 쪄내지 못하고 다시 분해하여 작은 송편 다섯 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아내와 둘이서 시시덕거리며 송편을 거의 만들어 갈 즈음에야 둘째와 셋째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송편 만드는 솜씨가 제일 좋은 둘째 녀석은 내가 만든 송편들을 보며 “이건 아빠 솜씨구나. 못생긴 모습을 보니” 합니다.


 


 


내 송편 만드는 솜씨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가 만든 몇 개의 송편은 정말 모양이 예쁩니다. 제 엄마의 솜씨보다도 훨씬 월등합니다.

 

“너 송편 만드는 솜씨 보면 아주 잘 생긴 신랑 만날 터인데 아직도 왜 소식이 없는 거니?”
송편 때문에 또 둘째는 또 엄마에게 지청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30을 훌쩍 넘긴 딸이 도무지 시집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엄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릅니다.

 

송편 예쁘게 만들면 미남 신랑 만난다는데 신랑짜리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 두고 보렵니다. 얼마나 잘생긴 신랑감 만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고 있는지.

 

송편을 쪄내자 모두들 한 입씩 먹으며 맛이 좋다고 합니다. 송편 맛이 좋은 건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햅쌀가루에 우리 참깨를 고명으로 넣어서 만들었고 솔잎을 깔고 쪄냈으니 맛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지요.


 


바라만 보아도 배부른 황금들녘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내일 추석을 앞두고 아내와 둘이 만들어 금방 쪄낸 우리 집 송편 같이 맛보시겠어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이번 추석 연휴도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태그:#이승철, #한가위, #송편, #녹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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