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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노조의 파업이 지난 17일로 100일을 맞았습니다. 비정규직 싸움의 상징이라던 이랜드 사태는 방송화면과 신문지면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랜드 노조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추석을 가족과 보내지 못하는 이들이 <오마이뉴스>에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이랜드 그룹, 그리고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3편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저는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 이미애입니다.

 

잘 알고 있겠지만 조합원들이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들어간 지 두 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두 달 넘게 생존권을 건 싸움을 했지만 회사는 언제나 대화보다는 탄압으로 일관했습니다. 지도부는 계속 구속되고 있고, 조합원과 함께 해주고 계신 분들은 구사대와 공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다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폭력은 점점 더 악랄해지고 심해졌습니다. 구사대로 나온 사람들의 폭언과 폭행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심지어 손도끼를 휘두르거나 계란, 얼린 물병, 빙초산을 던지는 등 집회를 하는 조합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들이 연일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의 분노도 하늘을 치솟고 있습니다. 이 싸움에 책임이 있는 박성수 회장은 관망하며 홈에버 직원, 입점주, 용역직원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는 현실이 '분노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었습니다.

 

생계비 79만원을 포기하고 나온 우리들에게 "먹고 살만하니 이런 것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비난을 들으면서 참고 또 참았습니다. 우리의 정당한 투쟁을 알리고 하루라도 빨리 이 투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공장이라면 기계를 멈춘다지만 유통의 특성상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 번의 매장 점거 농성을 했고, 3번째는 점거 3시간여 만에 매장에서 끌려 나와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각각 경찰서에 연행되었고 난생 처음 유치장에 갇혔습니다. 유치장이란 곳은 빛도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어서 위로도 해주고 서로 잘 몰랐던 조합원들끼리 친해지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박성수 회장은 우리를 탄압하며 우리의 투쟁의지를 무력화하려 했지만, 다행히 조합원들은 새로운 경험(?)덕에 더 강고한 투쟁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세상이 참 좁다고 해야 할지 유치장 안에서 (박성수 회장이 장로로 있는) '사랑의 교회' 신도를 만났습니다.

 

그분께 이런 정황들을 얘기해주니 이랜드에 대해 언론을 통해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분은 박성수 회장이 간증도 하고 매우 신망 있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 정도라면 불매는 물론이고 주위사람들에게도 알려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했습니다.

 

 

박성수 회장이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교섭에 충실히 응해야 하며 하루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 투쟁은 지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빼앗길 것도 없기에 우리는 투쟁 의지를 품고 달릴 수 있습니다. 박성수 회장이 현명한 자본가라면 더 큰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추석이 다가옵니다. 예전 같으면 추석을 손꼽으며 힘든 매장근무를 버티고 있었겠지요. 그 평온한 날들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거리로 출근하고, 외치고, 싸우기를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물러선다 해도 살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즐거워야 할 추석을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야할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랜드는 이미 많은 매출 손실 뿐아니라 '기독교윤리 기업'에서 '노동자 탄압기업'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면서 얻게 된 장기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회사가 사는 길을 노동조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는 길 뿐입니다.

 

2007. 9. 20.


태그:#이랜드, #이랜드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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