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라남도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비봉산 중턱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용문사에서는 9일 저녁 6시 반부터 밤 9시까지 신도 및 시민 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모처럼 맑게 갠 가을밤을 가슴 훈훈한 정으로 가득 채우는 산사 음악회가 열렸다.

 

용문사는 통일신라 효소왕 원년(962)에 당나라 고승 도증법사가 창건하였다는 설과 신라 갑자년에 창건했다는 설이 있는 천년 고찰로 화엄사 말사이다.

 

1999년 부임하여 대웅보전, 관음정, 삼성각, 연화당을 창건하고, 올해로 세 번째 공연을 기획 섭외 연출까지 도맡아 한 성문 주지스님은 “신도가 아니면 올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화양면이 소외된 감이 있어 사찰에 대한 이해와 홍보를 겸해 음악회를 열었다”고 말씀하셨다.
   
“여름이 무더웠고 일주일 내내 비만 오다가 공연날 날씨가 맑게 개고 선선해져 기쁘고,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한다.  공연하는 데 1년 동안의 경비를 거의 사용하지만 외지에서 오신분이 아니면 대부분이 무료로 출연해 주신다“고 자랑이다.

 

정중하고 가라앉은 산사의 분위기를 공연 분위기로 바꾼 팀은 여수우도 풍물굿 보존회원 9명이다. 지역에서 풍물굿 보존을 위해 애쓰는 김영씨가 이끄는 단원들의 신나는 길놀이 공연이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이어 동여수 노인복지회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노인들의 공연을 보고 감탄한 한 여신도는 “저렇게 잘 하면서 그동안 심심해서 어떻게 살았을까?”하며 칭찬했다.

 

저녁 예불이 끝나고 사물놀이, 용문사합창단의 합창, 김선경의 기타 라이브 곡 연주에 이은 노래하는 스님인 함양 보광사의 심진 스님의 ‘무상초’ 노래가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있는 영혼을 부른다.  

 

얽히고 설키었던 인연타래 한올 한올 풀다겨워

돌아보니 머문자리 무상초 홀로 피어

세상사 색즉시공 구경열반 공즉시색 무상심심

미묘한듯 잎새끝에 달렸구나 형상없는 무딘마음

홀연히 벗어놓고 불암불암 개골가락 절로 흥겨우니

물같이 바람같이 그리살다 나는 가리

물처럼 바람처럼 그리살다 나는 가리

 

판소리에 이은 신도들의 스포츠댄스는 점잖고 정숙하기만을 예상했던 관중에게는 파격이어서 탄성과 웃음을 주었다. 

 


무르익어가는 밤을 장식한 것은 국민가수 안치환이었다. ‘내가 만일’, ‘광야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합창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절에서 도로까지는 약 1㎞쯤을 걸어서 내려와야 한다. 밤길을 조심하라며 주지스님은 “도시인들은 밝은 곳에서만 살다보니, 세상에는 어두운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며 설법을 곁들인 염려말씀을 주었다.

 

깜깜한 밤길을 내려오는 여자들에게 “무섭지 않으세요?” 하고 묻자 “풀밭에 누워 저 밤하늘을 보면 별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며 내려간다. 가슴가득 가을을 담고 내려가는 모습이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과 뉴스365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용문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