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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만나서 술 한잔 나누는 ㄱ출판사 사장님이 ‘옆지기’를 이야기합니다. “옆지기는 잘 지내고 있느냐?”, “옆지기가 무어라 그러지 않느냐?” 그러면 저는 “옆지기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옆지기는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 옆 + 지기

문득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설마 했지만 ‘옆지기’는 실려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지기’와 ‘산지기’는 실려 있습니다. 아쉬운 대로 뒷가지 ‘-지기’가 실려 있기도 합니다.

 ┌ -지기 : 무엇인가 지키는 사람을 가리키는 뒷가지

└ 집지기 / 도서관지기 / 일터지기 / 나라지기 / 겨레지기


집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집지기’입니다.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도서관지기’입니다. 일터(회사)를 지키는 사람, 또는 일터가 깃든 건물에서 지키는 사람이라면 ‘일터지기’입니다. 나라를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 이 나라에 민주와 자유와 평화와 평등이 깃들도록 힘쓰는 사람이라면 ‘나라지기’가 될까요. 독립운동이나 독재 내쫓기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나라지기’ 말고도 ‘겨레지기’가 될 수 있겠군요. 우리 문화와 예술과 학문을 지키는 사람한테도 ‘겨레지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옆지기] 옆에서 지키는 사람

‘옆지기’라면 말 그대로 “옆에서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우리 옆에서 지키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어떤 사람일까요? 아내한테는 ‘남편’이, 남편한테는 ‘아내’가 될까요?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가, 그리고 ‘애인’까지도 ‘옆지기’가 될 수 있을까요?

 ― 책지기 / 그림지기 / 사진지기 / 자전거지기 / ……

어쩌면, ‘책지기’라고 해서, 책 문화를 가꾸거나 지켜 보고자 애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을 써 볼 수 있을는지요. ‘그림지기’라고 해서, 그림 문화를 가꾸거나 지켜 보고자 애쓰는 사람을, ‘사진지기’라고 해서, 사진 문화를 가꾸거나 지켜 보고자 애쓰는 사람을, …….

거의 서른 해쯤 앞서, <아이들지기>라는 책을 낸 교사가 있습니다. 당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옆에서 지키며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붙인 ‘아이들지기’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ㅁ방송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맡는 분은 ‘별밤지기’라는 말을 씁니다. ‘별밤’이라는 풀그림을 지키는 사람(사회자)이라는 뜻으로.

가지를 치고 잎을 틔운다면 ‘한나라당지기’로도, ‘민주노동당지기’로도, ‘조선일보지기’로도, ‘경향신문지기’로도, ‘돌베개지기(돌베개 출판사 지기)’로도, ‘교육방송지기’로도, ‘대통령지기’로도, ‘환경운동지기’로도, ‘문학비평지기’로도, ‘구멍가게지기’로도 쓸 수 있겠지요.


태그:#우리말, #우리 말, #옆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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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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