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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해서 이용규 대표회장과 함께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현재까지 유력한 대선주자다. 1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해 이제 경선을 시작한 여당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도덕성에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연일 계속되는 언론의 보도에 확실한 해명을 하고 있지 못하다.

교계 인사들 역시 이 후보의 도덕성과 관련한 부분이 흠집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교회나 목사들은 "세상에 흠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한다. 하지만 대체로 (도덕성 의혹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히고 가야 한다는 게 교계 인사들의 주문이다.

"재산 축적 과정, 시원하게 밝히고 가라"

최희범 목사(한기총 총무)는 "이명박 후보가 도덕성 의혹에 대해 시원하게 밝히길 원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재산이 많은 것은 흠이 아니다"면서도 "(이 후보의) 재산 형성 과정을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라리 그랬으면 지금보다 더 인기가 올라갔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만약 이 후보의 주장대로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면, 이렇게 논란이 오래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이제는 내 것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시기도 지나갔다"고 했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역시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박 목사는 다만 이 후보가 아닌, 유권자를 대상으로 말했다는 것이 최 목사와 다른 점이다.

박 목사는 "이 후보가 기독교인이고, 장로라는 이유로 지지하는 기독교인이 의외로 많다"고 우려했다. 박 목사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기보다는 당장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있다"며 "기독교인들마저 이런 논리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에 대해 "물론 그 말은 맞다"면서도 "정치 지도자를 판단할 때는 완벽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도덕성을 따지는 것이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도덕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지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오성 목사(KNCC 총무)는 "시대의 과제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하고, 평화통일 문제에 대해 정파적 입장을 버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권 목사는 정치적으로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등이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규호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사무처장)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김 목사는 10월 경 여권 후보가 확정이 되면, 그때 가서 각 후보의 공약을 비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목사도 있다. 김명혁 목사(강변교회)는 "(정치에 대해) 관심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김 목사는 "훌륭한 분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운명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목사들에게 달린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 '지지 설교'에 대해서는 선관위에 유권해석 의뢰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일부 목사가 설교 시간이나 공개된 자리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는 아예 "예수를 믿는 장로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기도를 하자"는 내용의 설교를 했다.

교회 장로인 이명박 후보는 기도후원회까지 생겼다. 이명박 기도후원회 회장인 홍신용 씨는 "이명박님을 차기 대한민국 지도자로 세워 우리나라가 하나님이 바라시는 나라가 되기 위해 단결해 기도하자"고 했다.

설교 시간처럼 공개된 자리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한기총은 이를 위해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아무래도 보수성이 짙은 교단과 교회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보니 민감하다.

최희범 목사는 "선관위에 의뢰한 유권해석을 책자로 만들어 산하 교단과 교회에 다 보냈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최 목사는 또 한기총은 이번 대선에서 철저하게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공명선거 운동에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그는 "'모든 후보가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고 끝까지 공명선거에 앞장 서달라'는 내용과 함께 유권자에게도 주권 행사를 위해 적극적인 한 표를 부탁하는 당부를 담아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기총은 지난 8월 21일 이용규 대표회장이 이명박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한 덕담이 너무 나갔다는 여론을 의식해, 앞으로 입조심도 할 계획이다.

KNCC도 교회나 목사가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안 될 말이라고 했다. 권 총무는 "설교는 목회자의 권한이지만, 그 설교가 본질에 적절한 지 여부는 따져야 한다"고 했다. 개개인의 정책 성향이나 신앙적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목회자의 지위를 이용해 설교 시간에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권 총무는 "여권의 후보가 대충 결정되면 한국 사회에서의 대통령 역할을 주제로 포럼 같은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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