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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가곡의 밤> 시인, 작곡가, 성악가
ⓒ 김상헌

"시와 노래는 원래 하나였습니다."

지난 8월 21. 한국의 현대시에 아름다운 선율이 더해져, 천국으로 가는 날개옷을 입었다.

한국 현대시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1908년 11월 <소년> 창간호를 통해 발표된 <해에게서 소년에게> 발표 100주년·한국시인협회 창립 50주년기념 <시 가곡의 밤>이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렸다.

▲ '한국시인협회'회장 오세영시인
ⓒ 김상헌
한국시인협회장 및 시인인 오세영 회장은 인사말에서 "시는 원래 노래로 작사되고 노래로 불러졌습니다. 시란 노래의 가사 바로 그것이었고 노래는 시의 음률적 표현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라며 "현대인들은 그 절반의 즐거움만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영 시인은 "그 결과 시는 일반 민중의 손으로부터 점차 멀어져 난해하고 고답적이고 비인간적인 언어유희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시가 지닌 이 반쪽의 가치를 되찾고자 시와 노래를 결합, 시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성의 복원을 실천코자 첫걸음을 시작했다"며 이번 <시 가곡의 밤>에 그 의미를 부여 했다.


석달 열흘 먹구름 속 천둥이 울고 비만 내리더니
이제 맑고 밝은 햇살이어요
우리들의 가슴은
마침내 말끔히 말끔히 씻기어 있어요
텅 비인, 비어 있는 충만을 아시나요
가득히 와 고이는
푸른 하늘을
둘이서 길어 올렸지요, 하루종일
끝남이 없데요
거기 둘이서 알몸으로, 알몸으로
익사해도 좋은가요, 좋은가요 하느님
-‘정진규시인’의 <연가>


노래를 듣는 내내 전율을 일으키게 했던 진규영 작곡, 소프라노 김인혜씨의 아름다운 노래로 재탄생된 정진규 시인의 '연가'를 비롯해 역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17 대표시인의 시에 작곡가 최영섭을 비롯한 17명이 곡을 붙이고 소프라노 김인혜·테너 이영화 등 유명 성악가들이 노래한, 말 그대로 <시 가곡의 밤>이었다.

▲ <시 가곡의 밤> 공연 장면
ⓒ 김상헌


이번 행사는 '한국시인협회'로서는 처음 행사임에도 오세영 시인의 말처럼 "시 가곡은 인간의 영혼을 순수하게 만드는 힘이며, 그렇게 회복된 순수성을 지치고 억눌린 세상 사람들의 영혼의 순수성을 회복하는데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행사의 실무를 담당한 시인협회 간사, 조영순 시인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행사는 근대 100년, 한국시인협회 50년를 넘기면서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님들과 시인협회에 남을 또 하나의 뚜렷한 발자취가 될 것"이라며 "이 뜻 깊은 자리를 통해 더욱 풍성한 시의 감동들을 만드는데 일조함이 더 기쁘다"라며 함께 수고한 많은 분들께 고마움을 전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들 한다. '21세기 국가의 힘은 문화의 힘'이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하지만 대중문화라는 이름하에 온갖 문화들이 뒤섞여 진정한 문화로서의 자기의 정체성들은 잃어가고 있다.

그 한가운데 '한류'라고 이름 하는 경제적 논리들이 예술의 순수성을 비꼬며 환각적인 대중문화를 만들고 문화를 지배하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순수, 기초예술들은 문화의 그림자로만 밟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곰곰이 되짚어보아야 할 시점이 된 것은 아닐까.

'동서양의 결합'이나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며 달콤함과 현란함이 마치 새로운 창조의 예술인양 우리를 현혹하는 '뉴에이지' 문화의 그림자에 가려 순수하고 본향적인 아름다움이 진부한 기득권으로 폄하되는 이 시대를 바라보면서 이번 <시 가곡 밤>에서 불러진 아름다운노래들이 우리에게 영혼의 순수성을 회복하자며 흘리는 눈물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좋은 시를 창작하는 시인, 그 시에 가락을 붙이는 작곡가 등 순수예술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순수, 기초예술에 힘을 기울이자"고 말하는 최영섭 한국예술가곡진흥위원회 공동대표의 축하 글처럼 이번 <시 가곡의 밤>이 '인간 영혼의 순수성을 되찾는 시간'이 되고, 이러한 노래들을 부르는 노력들을 통해 세상에 밝은 빛을 이루어 가는 계기들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 <시 가곡의 밤> 공연 장면
ⓒ 김상헌

덧붙이는 글 | <시 가곡> 17곡 수록 기념 CD발매 ,구입문의; 한국시인협회 02-764-4596


태그:#시 가곡, #한국시인협회, #오세영, #조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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