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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이명박 원희룡 홍준표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서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령 선거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달아오르지 않는다. 두루 시큰둥하다. 가장 유력한 후보의 부동산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불거져도 무관심하다.

거리의 여론을 많이 듣는 '택시 노동자'에 물어보면 정확한 답이 나온다. 과거와 달리 아무도 대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단다. 왜 그럴까. 50대 택시 노동자는 그것도 모르냐는 말투로 핀잔을 준다.

"누가 되더라도 뭐 달라질 게 있나요? 일해서 벌어먹기 바쁜 건 마찬가지인데요."

그렇다. 2007년 대선이 끝나도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도시빈민의 삶에 큰 변화는 없을 게 분명해 보인다. 여와 야를 떠나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찬성하고 있지 않은가. 신자유주의는 이미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과 범여권 신당에 두루 퍼져있다.

그래서다. 누군가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정책을 거론하면 경제나 현실을 모르는 사람
이라며 시들방귀로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아니다. 숱한 '오해'를 감수하고 쓴다. 오래전부터 너무 궁금한 까닭이다. 왜 신문과 방송은, 심지어 인터넷신문까지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정책을 의제화하는데 인색할까.

한국 언론, 신자유주의 넘어선 의제 묵살

무릇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공론장은 언론이다. 선거 국면에선 더욱 그렇다. 한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절실한 문제를 의제로 설정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여론을 형성해나갈 과제가 저널리즘에 있다. 바로 그것이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를 떠나― 저널리즘 본연의 과제다.

하지만 어떤가. 한국 언론에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의제는 묵살 당한다. 모든 언론에 넘쳐나는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한나라당의 예비후보다. 범여권의 예비후보들도 비중 있게 부각은 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예비후보들은 나오지 않는다. 어쩌다 나타나더라도 생색내기나 구색 맞추기에 그친다.

명백한 증거도 있다. 민주노동당이 7월 한 달 동안 KBS, MBC, SBS와 중앙 일간지 5곳의 각 정당 대선 예비후보에 대한 언론보도 현황을 분석한 결과는 새삼 우리를 놀랍게 한다. 신문과 방송을 합친 보도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389건, 박근혜 후보 311건, 범여권 후보 307건이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세 후보를 합친 보도는 고작 32건이었다.

정당별로 비교하면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의 4%(32/700), 범여권의 10%(32/307)다. 후보별로 비교하면 더 줄어든다.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2~3%에 지나지 않는다.

조사를 마무리한 7월 31일 기준으로 TNS코리아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노동당은 9.4%의 지지율로 범여권의(열린우리당 6.2%, 신당 5.2%) 11.4%의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예비후보들의 빈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크다.
더구나 빈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 보기를 들어보자. 민주노동당의 한 예비후보는 8월16일에 주목할 만한 정책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가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의 근본원인이라는 진단 아래 '국가고용책임제'를 제안했다. 국가의 고용조정력을 강화하여 비정규직 양산을 규제하고, 노동자의 평생 직업교육시스템을 구축하여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한편, 고용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책의 뼈대다.

한미FTA의 대안이기도 한 그 정책은 특정 후보의 문제를 떠나서 진지하게 의제로 설정해볼 사안이다. 대선 정국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예비후보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마땅히 알 권리가 있다.

유권자의 알 권리, 언론이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보라.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정책대안을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특정 당, 특정 예비후보의 문제이어서일까? 그렇다면 이명박과 박근혜는, 문국현은, 유시민은, 특정 예비후보가 아닌가. 아니면, 진보정당의 정책에 현실성이 없다는 예단일까. 정책다운 정책을 내놓은 당이 대체 어느 당인지 냉철히 톺아볼 일이다.

거듭 강조해둔다. 이는 진보나 보수, 특정 당이나 특정 후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다. 그렇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은 명백한 오류다. 대통령 선거에 정치적 무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데에는 언론 보도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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