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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더스 칼슨 교수가 12일 밤 기자와 만나 문제가 된 강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김구는 테러리스트'라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

<중앙일보> 인터넷판의 지난 10일 "외국인 교수 고대 강의서 '테러리스트 김구'" 보도에 대해 당사자인 앤더스 칼슨(41) 런던대 교수가 "기사는 허위다"고 밝혔다.

칼슨 교수는 기사가 나간 이틀 뒤인 12일 "<중앙일보> 기사는 전후 사정은 모두 생략한 채 특정한 단어 하나로 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앙일보> 인터넷판은 10일 "지난달 19일 고려대 국제하계학교 한국현대사 강의시간, 학생들은 김구 선생을 비롯한 윤봉길, 이봉창 의사를 테러리스트라 일컫는 담당교수의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칼슨 교수가 학생들에게 배포한 자료에도 김구 선생의 사진과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한 "과목을 수강하던 남정호씨는 9·11은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지만 김구 선생은 독립이란 목적이 있었다고 항의했지만 앤더슨 칼슨 교수는 테러리스트라는 표현을 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칼슨 교수는 "'김구는 테러리스트'라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며 "기사는 왜곡이고 거의 다 허위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의는) 내용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칼슨 교수 "20세기 초 테러와 현재 테러는 개념 다르다고 설명했을 뿐"

▲ 앤더스 칼슨 교수.
ⓒ 오마이뉴스 선대식
칼슨 교수는 16일부터 런던대에서 열리는 '세계고려학회' 참석차 14일 오후 출국하기에 앞서 12일 밤에 이뤄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과 관련해 여러 가지 독립운동과 해방 후 한반도 분단을 막기 위해 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구 선생은 '비폭력, 폭력 활동을 망라한 여러 항일투쟁을 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칼슨 교수는 "강의에 쓴 파워포인트 자료에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는 제목 아래 한인 애국단의 활동에 대한 설명과 김구의 사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전 시간에서부터 항일독립운동의 개념적 설명과 역사적 배경을 강의해 자료를 보고 오해할 학생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왜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구분했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해 '학술적으로 20세기 초의 테러라는 표현은 현재의 테러리즘과 그 개념이 다르다, 테러리스트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남정호씨가 항의했지만 칼슨 교수는 테러리스트라는 표현을 정정하지 않았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칼슨 교수는 "그 학생은 실제로 질문을 하지 않았다"며 "<중앙일보> 기자가 수업을 들었던 다른 학생들을 취재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역시 "교수님이 '김구는 테러리스트'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강의 시간에 테러리스트에 대한 단어 해석의 차이만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는 용어에 대해 질문했던 임송재(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 주립대·20)씨는 "교수님은 당시의 테러를, 요즘 '무고한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로 쓰는 테러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 수업시간에 '테러'라는 단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을 위해 토론을 열고 부연 설명을 했다"며 "다들 (단어 해석의 차이라고) 그렇게 받아 들였다"고 밝혔다.

이아무개(20)씨 역시 "교수님께서 '당시 우리나라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이런 수단(테러)을 통해 독립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며 긍정적으로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학생은 "미국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9·11테러 이후 테러의 의미가 바뀌었다"며 "교포이거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들도 오해하지 않고 잘 이해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보도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고 밝힌 남정호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기사를 쓴 강아무개 기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어렵게 강기자와 통화했으나 강기자는 "취재를 다 했다, 파워포인트 자료 보았느냐? 그것도 다 (확인)된 거다, 더 이상 할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폭력(테러)을 기반한 독립운동 불가피하게 존재"

▲ 백범 김구 선생. 칼슨 교수는 "김구 선생은 '비폭력, 폭력 활동을 망라한 여러 항일투쟁을 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 백범기념관
다음은 칼슨 교수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12일 밤 10시20분께 성균관대 인근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스웨덴 출신인 칼슨 교수와 한국어로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칼슨 교수의 부인인 박옥경(41·번역가)씨도 자리를 함께해 인터뷰를 도왔다.

- 한국학의 권위자라고 들었다.
"1987년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 한국학과에 들어간 이후 20여 년 동안 한국학을 연구했다. 1992년부터 2년 동안 한국외대에서 스웨덴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1994년부터 스톡홀름대학교에서 조선후기 기근·구휼정책, 홍경래의 난 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0년부터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고 있다. 한국학 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스웨덴어로는 최초로 황석영의 '한씨연대기',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과 '시인' 등을 번역했다."

- 어떻게 해서 고려대에서 강의를 맡게 되었나?
"고려대에서 2005년 11월 이듬해 여름에 있는 국제하계대학에서 강의를 맡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작년에 근현대사 과목을 가르쳤고 올해는 전근대사, 근현대사를 가르쳤다. 국제하계대학은 교포 학생이 과반수며 외국인, 유학생, 고대학생들도 수업을 듣는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올해는 7월 2일부터 8월 9일까지 강의했다.

- 보도됐던 7월 19일 강의의 주제는 무엇이었나?
"그날 강의 주제는 항일독립투쟁(Anti-Japanese Resistance)이었다. 3·1 운동 경과와 함께, 의병활동·임시정부·흥사단·의열단·한인 애국단 등 여러 가지 독립투쟁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비폭력적인 3·1운동 ▲광복군 등의 게릴라 파이터 ▲의열단·한인 애국단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력(테러리즘)의 기반 한 테러리스트 그룹 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 <중앙일보>는 '7월 19일 학생들은 김구 선생을 비롯한 윤봉길, 이봉창 의사를 테러리스트라 일컫는 담당 교수의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

- 강의에 쓴 파워포인트 자료에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는 제목 아래 김구 선생의 사진이 있었다는데.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는 제목 아래 일본 고위 관리 암살 등 한인 애국단 활동에 대한 설명을 넣었다. 그리고 한인 애국단을 창설한 김구 선생의 사진이 들어간 것은 맞다. 중요한 것은 그전 강의시간이나 이날 수업시간에 '테러'에 대한 개념적 설명이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이미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식민지 정책 (colonial rule)의 주제로 강의했던 전날 수업에서 '일제가 조선을 강압적으로 강점해 많은 의병들을 체포해 잔인하게 처형했다, 3·1 운동은 비폭력적으로 이뤄졌지만 일제는 무고한 조선국민들을 학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에 맞서 다양한 독립운동 양상이 있었으며 계몽운동 등 비폭력 운동과 함께 폭력(테러)을 기반 한 운동이 불가피하게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할 수 없다"

-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는 표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학생이 있었다는데.
"<중앙일보>에서 문제제기를 했다는 학생은 강의에서나 강의 끝난 후나 내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기사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이날 강의에서 다른 학생이 '왜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구분했느냐, 무고한 시민을 죽인 게 아니라 고위 관리를 죽인 것이다, 게릴라 파이터와 가깝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미 조선의용대, 광복군이 게릴라 파이터이고, 일본군을 대상으로 하는 게릴라 파이터와 달리 테러리스트 그룹은 요인암살, 건물 파괴 등의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술적으로 20세기 초의 테러(리즘)라는 표현은 현재의 테러리즘과 개념이 다르다, 그 당시 테러는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 정치적 목적이나 독립을 위해 이뤄졌다, 테러리스트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김구 선생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했나?
"김구 선생에 대해서 여러 가지 독립운동과 해방 후 한반도 분단을 막기 위해 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비폭력, 폭력 활동을 망라한 여러 항일투쟁을 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학생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지 않았나?
"이미 전 시간에서부터 항일독립운동의 개념적 설명과 역사적 배경을 강의했다. 외부 사람은 몰라도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고 오해할 학생은 없다.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는 표현과 관련 한 학생이 질문해 그에 대해 부연설명까지 했다. 내용상으로 문제가 전혀 없었다."

- 작년 근현대사 수업은 어땠나?
"똑같은 내용이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

"중앙일보 기자는 기자 자격도 없는 것 같다"

▲ 지난 10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외국인 교수 고대 강의서 '테러리스트 김구'" 기사.
- <중앙일보> 기사에 '칼슨 교수가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어휘를 사용한 점을 인정하고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고 나와 있다.
"사실이 아니다. 그런 뉘앙스의 발언이 아니었다. <중앙일보> 기자는 '테러라는 말은 한국인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내게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수업의 목적이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항일 투쟁의 여러 가지 방법을 강조한 것이다, 테러라는 단어가 민감하다면 굳이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 <중앙일보> 기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왜곡이고 거의 다 허위 사실이다. '외국인 교수 고대 강의서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제목도 문제가 많다. 그러한 주장을 한 적이 없다. 내 생각에는 외국인 교수가 반한적인 것을 언급하면 큰 이슈가 되니까 기사를 터트린 것 같다.

<중앙일보> 기자는 기자 자격도 없는 것 같다. 사실을 정확히 알아보려고 했다면 기자가 갑작스럽게 내게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미리 연락해서 인터뷰를 요청했어야 맞다. 또 문제제기 했다는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취재했어야 했다. 그 사람 성향, 성격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또 기자는 당시 내가 기자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자 내게 '스토리가 안 잡힌다'며 '취재거리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심정이 어떤가?
"'외국인이 한국학을 가르쳐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한국인 전공자처럼 한국어 원문을 공부해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내게 한국은 제2의 모국이다. 20년 동안 한국학을 연구해 '친한파'가 될 수밖에 없다.

그 학생과 <중앙일보>에 실망을 했다. 왜곡 기사로 인해 억울하게 논란에 휩싸여 좌절감과 분노감이 든다. 많은 네티즌들의 댓글이 달렸지만 기사가 잘못이지 네티즌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그:#테러리스트, #앤더스 칼슨,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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