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도여행 루트에서 빠지지 않는 곳을 하나 선택하라면 그곳은 수도 델리가 아니 바라나시가 아닐까 싶다. 우리 부부 역시 델리가 아닌 바라나시를 선택했다. 오르차에서 편안한 휴가를 즐긴 우리는 오르차의 멋진 바오밥 나무와 휴식으로 뒤로한 채 바라나시로 향했다.

잔시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한 바라나시에서 나를 반긴 것은 오토 릭샤가 아니 사이클 릭샤였다. 자전거로 사람을 태워 이동하는 사이클 릭샤는 좁은 골목길이 많은 바라나시에서 편안한 친환경적 운송 수단이다.

사람이 직접 제조한 수작업 상품이면 가격이 상승하는 선진국과 다르게 가난한 나라에선 인력보다는 사업화된 기계의 힘을 빌린 것이 더 비싸다. 그래서 오토 릭샤보다 사이클 릭샤가 더 저렴하다. 사이클 릭샤는 관광 상품이 아니라 오토 릭샤의 속도와 가격에서 경쟁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 바라나시 갠지스 강의 아침 모습.
ⓒ 조태용
하지만 여행자들은 힘든 사이클 릭샤 왈라의 힘든 숨소리와 페달을 보기 싫어 일부러 오토 릭샤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사이클 릭샤에게 그런 동정심은 그의 가난을 오랫동안이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그런 동정보다는 사이클 릭샤에 손님이 많기를 자신의 신에게 기도했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나시의 온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누구나 그렇든 갠지스 강에 가보기 위해, 두 번째는 네팔로 가기 위해서다.

바라나시의 찾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바라나시 역에서 고돌리아로 와서 메인가트 주변의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다. 메인 가트 주변엔 많은 게스트 하우스와 식당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 업체 그리고 여행사들이 밀집해 있어 여행자들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충족시켜준다.

우리 역시 메인가트 주변의 숙소를 정했다. 그리고 배낭을 던져 놓고 갠지스 강가로 향했다. 아침 갠지스 강가엔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활기가 넘쳐 보였다.

▲ 갠지스 강에서 몸을 씻는 사람들.
ⓒ 조태용
그리고 수영하는 곳에서 얼마 가지 않아 화장터가 보인다. 어디선가 다가온 한국인 여행자가 설명을 해준다. 시체를 감싼 천을 보면 그 시체의 성별과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단다. 금색은 노인이고 붉은색은 여자이며 회색은 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갠지스 강에는 매일 800구 이상의 시체가 화장되고 그 화장터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힌두신자들은 갠지스 강에서 매일 짓는 죄를 씻고, 그렇게 살다 죽은 뒤 태운 재도 바로 그 어머니 강 갠지스 강에 뿌려야 회귀하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강에서는 매일같이 시체들을 불태우고 있다.

▲ 갠즈스강의 화장터.
ⓒ 조태용
돈이 있는 사람들은 장작을 많이 구해서 시체를 전부 태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장작을 조금밖에 살수가 없어 적당히 태운 다음 강가로 밀어 넣는다고 한다.

매일 전국에서 갠지스 강으로 시체를 태우기 위해 몰려든다고 하니 어제 기차에서 잠깐 본 상자들의 실체가 바로 시체였던 모양이다. 오래 전 한국의 화장터에 가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사람의 다리와 배 그리고 머리가 타 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을 준다.

나와 아내는 시체 하나가 다 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있었다. 먼저 다리와 팔이 타고 나면 시체를 태우는 사람이 시체를 다시 한 번 잘 타도록 장작과 시체를 적절히 배치해준다. 가장 오랫동안 타지 않는 곳은 당연히 배에 있는 장기들이다. 그 안에 아직도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들이 축축하게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배가 터져서 내장이 튀어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쾌쾌한 냄새와 단백질이 타는 냄새 그리고 바람이 불 때면 장작의 재인지 사람의 재인지 알 수 없는 먼지들이 날아들었다. 다행이 시력이 좋지 않은 아내는 시체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2.0의 내 좋은 시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에 성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성자를 만난 적은 물론 없다. 하지만 굳이 성자가 되지 않아도 시체가 타 들어가고 그 자리에 시체가 다 태워지기 무섭게 또 다른 시체가 들어오고 또 들어오고 금색·붉은색·회색 시체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우리가 지금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악다구니를 써 가며 돈을 벌려고 애쓰는지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 죽음은 너무나 가까이에 있다. 악다구니를 쓰면서 돈과 학력을 위해 인생을 사용하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 짧은 것이 아닐까.

시체가 타는 곳 100m 떨어진 곳에서는 너무나 싱싱한 사람들이 힘차게 자맥질을 하고 있고 고작 100m 떨어진 곳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체들이 타 들어간다. 그리고 그 물은 갠지스 강에서 섞여 하나가 된다.

▲ 갠지스 강에 떠오르는 태양.
ⓒ 조태용

여기에는 무슨 환상도 상상도 필요 없다. 생사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삶은 너무 직설적이며 인생은 길지 않다. 갠지스 강가에 어둠이 밀려온다. 강가에는 신을 위한 뿌자 의식(종교 의식)이 열리고 사람들은 배를 타고 꽃불을 강으로 보내며 소원을 빈다. 다시 아침이 오면 수영하는 사람으로 강은 활기가 넘칠 것이고 다시 100m 옆엔 시체가 타 들어 갈 것이다.

갠지스 강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동트는 시간에 보트를 타는데 여전히 시체들을 태우고 있었다. 시체들 태우는 연기가 자욱한 강에는 태양은 언제나처럼 찬란하게 떠올라 강은 금빛으로 반짝였다. 배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시장엔 다시 활기가 돌고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 한 낮의 바라나시 메인 가트 풍경.
ⓒ 조태용
갠지스 강은 지금 무척 오염되어 있다. 오염의 근원은 무단 방류되는 가정하수와 공장의 오 폐수, 사업폐기물 때문이다. 즉 태운 시체보다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생활하수와 폐기물이 오염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갠지스 강에는 여전히 민물 돌고래가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사업화와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강의 오염이 심해져 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바라나시에서 3일을 머물렀다. 3일 동안 나는 3번 가트를 찾았고 매일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내일 네팔로 떠날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히말라야의 설산 '안나푸르나'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죽음도 가까이 있으나 행복은 죽음보다 더 가까이 있다.

▲ 한 밤의 고요한 갠지스 강가.
ⓒ 조태용

덧붙이는 글 | 지난 봄 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기록입니다. 이 기사는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