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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6일 저녁 6시]

▲ 오월어머니회는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전사모 회원들의 글 등에 대해 "어떻게 우리는 텔레반과 비교할 수있느냐"면서 "전두환씨와 전사모에게 공동 영화 관람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폭도는 무기를 버려라. 무기를 버리면 살려주겠다(진압군)".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민우·김상경 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에서 민우는 이렇게 외치며 항복을 통한 '삶' 대신 '폭도가 아님'을 수십 발의 총탄을 맞는 '죽음'을 선택했다.

27년 전 민우의 그 절규가 2007년 8월,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전사모 움직임에 발끈한 오월어머니회... "맞짱토론하자"

"어떻게 우리를 탈레반에 비교할 수 있느냐. 어떻게 죽어갔는데 우리보고 폭도라니?(오월어머니회 회원)".

6일 오전 '오월 어머니회(회장 안성례 전 광주시의원)'는 "상대할 가치도 없고 자괴감이 들지만 대응할 수 밖에 없다"면서 "<화려한 휴가>를 함께 보고 맞짱 토론을 해 보자"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을 "빨갱이들에 의한 폭동"이고 군부세력에 저항했던 시민군은 "폭도"라는 주장하는 이들을 향한 것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 대한 다음 카페 '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전사모)' 회원들은 "5·18폭동의 구호는 민주화 구호가 아니라 국가를 전복하자는 좌익적 구호였다" 등의 글을 통해 5·18민주화운동과 <화려한 휴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회원은 "총 들고 폭동 일으키면 민주화 운동인가요"라며, 또 다른 회원은 "<디워> 보기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화려한 휴가>에 대한 '악평 달기운동'이나 상영 가처분 신청 등 제안도 나왔다.

이 같은 움직임에 80년 당시 자신의 가족이 죽거나 부상당했던 이들의 부인 등으로 구성된 '오월어머니회'는 전두환씨와 전사모 대표에게 "<화려한 휴가>를 공동 관람하자"고 요청했다.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은 6일 오전 광주 동구 장동 '오월어머니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도 학살의 발포 주역과 원흉이 밝혀지지 않았고 정확한 사망자 수와 행불자 신원이 미궁에 빠져있다"면서 "일부 세력은 오늘까지도 5·18과 죽은 영혼들에 대한 왜곡과 비방을 계속하고 있다"며 공동 관람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 가슴에 또 다시 못질 말라"

오월어머니회는 "전사모는 이미 사법적 판단과 역사적 정리가 확립된 5·18민주화운동을 인터넷 상에서 '폭도들에 의한 난동' '북한세력에 의한 전복사건' '탈레반처럼 무장 난동' 등으로 왜곡하고 영화 관람 반대 운동을 펼치는 등 또 다른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피눈물로 달성한 민주주의의 후퇴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중대한 왜곡"이라며 "망월동 영령들을 두 번 죽이고 우리 가슴에 또 다시 못질을 하는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두환씨와 전사모 회원 대표를 공식적으로 초청해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소감과 함께 진실과 양심에 근거한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월어머니회는 "가장 한 서린 것은 남편과 자식을 잃고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면서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으나, 80년 군부독재와 일부세력이 우리를 빨갱이 가족으로 내몰았던 사실"이라고 소회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오월어머니회 회원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 회원은 "어떻게 탈레반에 비교할 수 있느냐"면서 "27년이 지나서도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이 어처구니 없다"고 말했다.

안성례 오월어머니회 회장은 "상대할 가치도 없고 자괴감이 들지만 이렇게 있을수는 없다"면서 "텔레반에 비교하는 것은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니냐, 기가막혀서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오월어머니회는 전두환씨와 전사모 대표에게 '8월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단성사'에서 공개 공동 관람을 제안했다. 전두환씨에게는 우편으로 초청서를 보냈으며, 전사모 대표에게는 5일 전화통화를 통해서 제안했다.

전사모 "지금은 만날 수없다... 영화보고 왜곡 부분 정리할 것"

오월어머니회 회원인 이명자 광주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전사모 대표는 5일 전화통화에서 "5·18이 정확히 밝혀지기 전에는 만날 수 없다"면서 "초청한 성의를 봐서 영화를 관람은 하겠다.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다시 통화하자"고 밝혔다.

전화통화와 관련 이명자 의원은 "전사모 회원들이 9일 오전 11시에 단성사로 올지 모르지만 우리는 어머니회 회원 15명과 전사모 회원 15명의 표를 예매해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사모는 공동 관람은 "하지않겠다"고 밝혔다.

전사모 카페 한 공동운영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영화를 관람할 계획이지만 오월어머니회와는 같이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역사 다쿠멘터리도 아닌데 100%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자 의원이 전한 전화통화 내용에 대해 "대선이 끝나고 정국이 안정되면 과거 청문회 자료 등을 정부에 요청해서 국민들이 다 볼 수 있게 해서 잘잘못을 따져보고 진실을 찾아보자는 취지의 말을 어머니회에 했다"며 "돌아가신 분들의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 자료를 요청하고 다시 5.18을 재조명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사모 회원들의 비난성 글에 대해 "그것은 각자의 시각차"라고 말했다.

오월어머니회는 '일해공원을 추진한 합천군수 등에게도 제안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5일부터 개봉한 <화려한 휴가>는 5일 현재 전국 관객 340만명을 돌파했으며, <화려한 휴가> 개봉과 흥행으로 전두환씨의 호를 딴 경남 합천 '일해공원' 반대하는 분위기 인터넷 등을 통해 재점화되고 있다. 전사모는 일해공원 지지 글을 게재하기도 했으며 오는 19일 일해공원에서 정기모임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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