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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의 한여름 오후는 도시만큼 덥습니다. 한낮에는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큰 나무아래 시원한 그늘에 의지합니다.
ⓒ 엄두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밤의 기온이 섭씨 25도가 넘는 열대야 현상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상청에서는 당분간 열대야 현상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여름도 찜통더위와 함께 보내야 할 듯하군요.

농촌의 여름은 참 덥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농촌에는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많고 부채나 선풍기 바람에 의지하는 등 변변한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여름을 나는 것도 추운 겨울을 지내는 것 같이 고역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보건지소에서는 인근 마을에 방문 보건 활동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과 같이 푹푹 찌는 여름에는 상당수의 어르신들께서 집안에 계시지 않고, 대부분 경로당이나 큰 나무 아래에서 함께 여름철의 더위를 피하고 계십니다.

며칠 전에도 인근 경로당을 방문했습니다. 경로당에는 오늘도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피서를 즐기시고 계십니다.

"할머니, 참 더우시죠? 이렇게 더운데 밤에 잘 주무세요?"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밤에 잠은 잘 자. 밤에는 안 더워."

그렇습니다. 제가 할머니에게 드렸던 질문은 농촌의 사정을 잘 모르고 드렸던 우문(愚問)이었던 것이지요. 농촌도 도시와 같이 한낮의 온도가 30도 이상 올라갑니다. 오히려 낮에 작열하는 햇볕은 밖에 나가기 두려울 정도로 따갑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밤에는 도시와 다르게 빨리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농촌의 밤은 상대적으로 잠을 자기에는 좋은 여건이 되는 것입니다.

같은 날씨인데 도시와 농촌에서 열대야 현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도심의 '열섬현상(Heat Island)'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도심에서는 자동차와 빌딩에서의 에어컨 가동에 따른 인공 열이 배출되고, 빛을 흡수하는 효율이 높아서 흡수한 빛을 적외선 방사의 형태로 외부로 다시 내보냅니다.

특히 대기의 온도를 높이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등의 각종 인공시설물과 녹지 부족으로 인한 열 조절능력 상실 등으로 인해 도심의 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올라갑니다. 보통 열섬 현상은 겨울에 심하지만, 여름에는 열섬현상이 반복되면서 해가 진 이후에도 대기의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열대야, 왜 잠이 오지 않을까?

▲ 열대야로 잠을 설치게 되면 낮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엄두영
열대야 현상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잠을 쉽게 잘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클리닉 교수는 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는 원인에 대해 "자기 전에는 체온이 1∼1.5도 정도 떨어지면서 긴장이 이완되며 잠이 들게 되는데,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열대야 상태에서는 뇌 안에 있는 온도 조절 중추가 계속 흥분상태로 있기 때문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낮시간과 같이 각성 상태가 유지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홍 교수는 "잠이 들어도 얕은 잠을 자거나 자주 깨기 때문에 잠을 자고 난 이후에도 개운하지 못하고 낮에도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홍 교수는 "땀 분비가 많아지면서 습도가 올라가게 되고, 수면환경이 나빠진다"면서 계속 사용해오던 봄·가을용 이불이 습도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고 긴장 이완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합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잠이 드는 것을 '위기(衛氣)'의 작용으로 설명합니다. 위기(衛氣)란 땀구멍을 여닫는 기능으로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면서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몸의 겉면에 흐르는 양기(陽氣)를 말합니다.

'위기'가 낮에는 양에서 돌기 때문에 눈을 뜨고 깨어 있을 수 있지만, 밤에는 음에서 돌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자는 것입니다. 또 눈, 코, 귀, 입이 양(陽)이 되고 장부는 음(陰)이 되므로 양기가 몸의 겉면에서 돌 때에는 눈, 코, 귀, 입이 모두 양기를 받아 지각이 있어 보고 듣는 등 깨어있을 수 있으나, 양기가 장부 속에서 돌 때에는 눈, 코, 귀, 입이 양기를 받지 못하면서 잠을 자게 되는 것입니다.

조현경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교수는 "밤에는 음(陰)적 성질이 강해서 자연스럽게 잠을 자야 하지만, 열대야가 계속되는 더운 날씨에서는 양(陽)적 기운이 높아 음양(陰陽)의 작용이 깨지면서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면 위생'을 반드시 지키자

잠을 자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 위생(Sleep Hygine)'을 지키는 일입니다. 수면 위생이란 수면건강을 위해서 지켜야 할 생활습관을 말하는데, 이것은 수면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선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합니다. 특히 밤에 잠을 설쳤다고 해도 다음날 정상적인 수면을 위해 아침에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합니다.

규칙적 운동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요즘과 같은 날씨에는 낮 시간의 운동을 피하고 아침이나 이른 오후 등 햇빛이 약한 시간대에 약 30∼40분씩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잠 자기 2시간 전에는 운동과 집중이 필요한 일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잠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짧은 낮잠은 괜찮으나, 낮잠을 30분 이상 자게 되면 밤에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대신 낮 시간대에 활동량을 늘려 밤에 잠이 잘 오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배가 고파서 잠이 오지 않으면 우유나 치즈 등 우유가 들어간 성분으로 허기를 면하는 것도 좋습니다. 우유는 수면을 유도하는 트립토판이 들어있기 때문에 좋은 수면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위장이 움직이게 되어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유는 반잔 정도 조금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배가 불러 잠이 안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조금 걸어다니다가 잠을 청해야 합니다. 그러나 차 중에서 녹차와 같이 카페인이 들어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커피나 청량음료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숙면을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주변 환경 정리하는 것도 중요... 반드시 조명을 줄이도록

▲ 자기 1~2시간 전 에어컨으로 온도를 23~24도 정도로 낮춰주는 것도 열대야를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 엄두영
잠을 자기 위해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저녁 7∼8시경 분비되기 시작해서 새벽 1∼2시경 최고로 많이 분비되는데, TV나 형광등을 밝게 켜 놓게 되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취침하는 환경은 반드시 조명을 줄이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 30∼40분 전 미지근한 물로 하는 가벼운 샤워도 좋은 수면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샤워는 몸에 있는 땀 기운을 없애고 체온을 1도 정도 떨어뜨리므로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찬물로 하는 샤워는 중추신경을 깨워 수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다른 장소로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다른 장소에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이 오면 다시 침실로 자리를 옮기기 바랍니다. 특히 침실에는 TV나 라디오와 같이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 있으면 잠을 자기 힘들게 되므로 다른 곳으로 옮기시기 바랍니다.

열대야와의 전쟁이 한창입니다. 찜통더위는 낮뿐만 아니라 밤에 잠까지 설치게 합니다. 수면 위생을 잘 지켜 열대야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해방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도움말을 주신 분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클리닉 교수, 조현경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교수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건강, #의학, #수면위생, #열섬현상, #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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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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